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 익숙한 일상이 낯설어진다…대구미술관 어미홀 프로젝트 ‘시간의 어긋남’

  • 권혁준
  • |
  • 입력 2026-10-20 14:06  |  발행일 2026-10-20
국내 최초로 프랑스 현대미술가 스테판 티데 작품 소개
식물의 성장·범선의 회전으로 시간의 의미 탐색
스테판 티데 작. 대구미술관 제공

스테판 티데 작.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이 2026년 어미홀 프로젝트 '스테판 티데: 시간의 어긋남(Out of Sync)'을 내년 2월14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현대미술가 스테판 티데의 작품세계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개인전으로, 설치와 드로잉, 영상 작품을 통해 높이 18m의 어미홀을 낯선 풍경으로 탈바꿈시킨다.


어미홀 프로젝트는 대구미술관의 독특한 건축 공간인 어미홀을 활용해 동시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과 대규모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전시다. 높은 층고와 자연광 등 공간의 특성을 작품과 연결하며 건축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경험을 제안해왔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올해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프랑스 현대미술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소개하고자 마련했다"며 "스테판 티데는 현실과 상상, 질서와 우연을 넘나드는 대규모 설치를 선보여왔고, 그의 시적 상상력이 높이 18m의 어미홀과 만났을 때 특별한 예술적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974년 파리에서 태어난 스테판 티데는 익숙한 사물과 자연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다. 그의 작품에는 물과 불, 바람, 식물 등 자연의 요소와 침대, 오두막, 배 같은 일상적인 사물이 자주 등장한다. 사람이 쉬는 침대에서는 식물이 자라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배는 제자리에서 끊임없이 맴돈다. 이처럼 사물을 본래의 기능과 목적에서 벗어난 낯선 상황에 놓음으로써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학예연구사는 티데의 작품세계에 대해 "티데의 작품에는 아름다움과 불안, 유머와 부조리가 공존한다. 자연을 단순히 재현하는 게 아니라, 자연의 물리적 작용과 시간 자체가 작품을 만들어가도록 한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라고 말했다.


스테판 티데 작. 대구미술관 제공

스테판 티데 작.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불면'은 여러 개의 철제 침대에서 식물이 자라는 대규모 설치 작품이다. 침대 위 조명은 잠든 사람 대신 식물을 비추고, 식물은 전시 기간 저마다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자란다. 작품은 완성된 하나의 모습에 머무르지 않고 약 4개월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 있는 풍경'이 된다.


또 다른 신규 대형 설치 작품 '공허의 회전'에서는 길이 5m의 목조 범선이 허공에 매달린 채 천천히 회전한다.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할 배는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하고 같은 자리를 맴돈다. 길게 뻗은 돛대 끝은 바닥에 펼쳐진 모래 위에 원을 그리며 흔적을 남긴다. 허공에 떠 있는 배가 거대한 드로잉 장치가 되는 셈이다.


불은 티데가 자연의 우연성과 변화를 작품에 끌어들이는 또 다른 요소다. 작가는 종이 위에 작은 점들을 하나씩 불로 태우는 행위를 반복하며 대형 드로잉을 완성한다.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루고, 선들은 물결처럼 미세하게 흔들린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풍경이나 악보를 떠올리게 한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작업하지만 불은 조금씩 번지고 흔들리며 예상치 못한 흔적을 남긴다.


전시 제목 '시간의 어긋남'은 이러한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다. 식물은 자라고, 불은 사라지며, 배는 같은 자리로 되돌아온다. 각기 다른 속도와 리듬으로 움직이는 작품들은 익숙한 현실을 낯설게 바라보도록 이끈다.


이 학예연구사는 "우리는 시간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른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에는 서로 다른 속도와 리듬의 시간들이 공존한다. 이러한 불일치를 통해 익숙한 일상의 질서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며 "빠르게 변해가는 일상의 속도에서 잠시 벗어나 주변의 세계를 새롭게 발견하고 아름다움과 시적인 순간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테판 티데 작. 대구미술관 제공

스테판 티데 작. 대구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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