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제주 강창학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체전 남자 일반부 400m 허들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대구의 김주호가 자신의 스승인 권혁찬 감독에게 금메달을 걸어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 감독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19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의 강창학종합경기장 한쪽이 갑자기 눈물바다가 됐다.
방금 열린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온 김주호 선수(대구시청)가 자신의 메달을 누군가에게 걸어주며 눈물을 흘렸다. 체전에서 금메달을 두 개나 획득한, 선수 인생에서 가장 뿌듯하고 기쁜 날이었지만 김주호는 웃음보다 눈물이 먼저였다. 그가 울면서 금메달을 걸어준 이는 그의 오랜 은사인 대구시청 육상팀(트랙) 권혁찬 감독이었다.
김주호는 이날 진행된 남자 일반부 400m 허들 결승에서 50초48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하루 전 열린 남자 일반부 110m 허들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이번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김주호가 이날 눈물을 흘린 것은 어쩌면 이번 대회가 대구 소속 선수로 나서는 마지막 전국체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대구 월배중을 나와 대구체고와 한국체육대를 졸업한 김주호는 지난 2022년 대구시청에 입단했다. 그는 내년부터 다른 지자체(경산시청) 소속으로 적을 옮긴다.
김주호는 시상식 직후 영남일보와 만나 "대구 소속으로 뛰는 마지막 체전일 것 같은데,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어 좋다"며 "특히, 감독님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그동안 여러 추억이 있지만 처음 대구시청에 입단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대구팀을 떠나기 전에 한국 신기록을 경신하고 싶었는데 못하게 돼 아쉽다. 그러나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전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제주 강창학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체전 남자 일반부 400m 허들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대구의 김주호가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스승인 권혁찬 감독과의 헤어짐에 대해서도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이날 김주호는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금메달을 권 감독 목에 걸어줬다.
그는 "감독님은 중학교 때부터 은사였는데, 함께한 시간이 오래됐고 운동장에서의 제 모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분이다. 제게 애정을 많이 보여주시고, 제자를 전적으로 믿어준 너무 감사한 분"이라며 "그런 선생님을 뒤로하고 다른 팀을 간다는 게 마음이 아팠다. 감독님이 '가서도 잘하라'고 말씀해 주셔서 눈물이 많이 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도 제자와의 이별이 슬프기는 마찬가지였다. 권 감독은 "주호가 중학생 때 처음 만나 오랜 시간 기쁨도, 시련도 같이했다. 금메달을 보는데 주호도, 나도 만감이 교차하면서 눈물이 났다"라며 "늘 열정적이고 열심히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앞으로 5년 이상은 천하무적 '김주호의 시대'가 될 것이라 믿는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다치지 말고 부디 롱런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제주 강창학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체전 남자 일반부 400m 허들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낸 대구의 김주호가 시상식 직후 자신의 스승인 권혁찬 감독을 만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주호에게 앞으로의 계획도 물었다. 이미 한국 육상의 정상에 올랐지만,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해 스스로를 넘어서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지금의 컨디션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허들 두 종목 모두 한국 신기록을 세워 내 이름 앞에 '한국 육상 최초'라는 표현이 붙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주호는 대구 시민들에게 작별 인사를 남겼다.
"제 고향이 대구여서 '대구 소속 선수'라는 것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위해 대구를 떠나게 됐지만, 앞으로도 시민들이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제주 강창학종합경기장에서 글·사진=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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