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두 번째 독창회 '저녁음악회'를 선보인 소프라노 한보라(39)는 "지금까지 만들어 온 제 목소리와 그에 맞는 음악을 하는 것. 즉, 내 것을 지키면서도 사람들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예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대구 한 카페에서 만난 소프라노 한보라. 정수민기자
"이 나이대 예술가들이 다들 그럴 거예요. 내 위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거든요. 나는 아직 젊다고 생각하지만, 그간 해오던 예술을 이어나가기에는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돼요."
만 39세, '청년 예술인'의 끝자락에 선 예술가가 있다. 지난 21일 '수성르네상스 프로젝트 – 젊은 예술가 리사이틀 시리즈' 무대에 올라 두 번째 독창회 '저녁음악회'를 선보인 소프라노 한보라(39)다. 서울 출신으로 이탈리아 유학을 거쳐 각종 콩쿠르에서 수상하고 유럽 무대에서 활약해 온 그는 연고 없는 대구에 자리를 잡았다. 여성솔리스트앙상블 '더 소프라노즈' 소속으로 활동하는 한편, 성악뿐 아니라 뮤지컬 참여와 대학 출강 등 다방면에서 영역을 넓혀 왔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단국대 음악대학 성악과에 출강했고, 뮤지컬을 경험한 이후인 2025년부터는 같은 대학 뮤지컬학과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올해는 대구예담학교와 뮤지컬과가 신설된 경북예고에서도 제자들을 만나고 있다. 오는 12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무대에 다시 오르는 그와 지난 19일 대구 명덕역 인근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오는 12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으로 다시 돌아오는 소프라노 한보라는 "최근에는 탱고, 재즈에 대한 관심도 다시 가지게 됐다. 뮤지컬 오디션에는 계속 도전하고 있고, 앞으로도 나와 맞는 역할이 있다면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 19일 대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소프라노 한보라. 정수민기자
▶4년 만에 두 번째 독창회를 가졌다.
"4년 전엔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두려움이 컸지만 생각보다 재미를 느꼈고, 당시 경험을 기반으로 이번에는 가곡과 뮤지컬 넘버, 오페라 아리아, 대구 작곡가 두 분의 작품까지 넣어 다채롭게 구성했다. 예전에는 오페라 아리아만으로 공연을 하고 싶었는데, 뮤지컬을 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앞으로는 노래만 들려드리기보다 선곡 이유와 작품 배경을 설명하며 친근하게 다가가는 해설 있는 음악회를 하고 싶다."
▶이번에 '젊은 예술가 리사이틀' 시리즈에 참여했는데, '청년 예술인'의 기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나이로는 '청년 예술인'의 끝에 서 있다. '청년 예술인'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지만, 그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는 것 같다. 20대는 공부하는 시기, 30대는 방향성을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며 방황하는 시기라면, 40대는 그간 만들어 온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주고 이뤄내는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무렵 지원은 끊어지고, 중견도 청년도 아닌 모호한 경계에 서게 된다. 특히 클래식은 이미 만들어진 음악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아 창작과는 거리가 있다 보니 내 예술을 어떻게 확립할지 더 고민하게 된다."
▶어떻게 앞으로의 방향성을 정했나.
"뮤지컬의 역할이 컸다. 2023년부터 1년간 '오페라의 유령'에서 칼롯타 역으로 참여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오페라와 달리 마이크를 쓰기 때문에 감정 표현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는데, 이번 시즌에도 같은 역할로 참여할 수 있게 돼 기쁘다. 2023/24 시즌 이후에 라디오 게스트로 1년간 참여하며 가곡 소개를 하게 됐고, 제 목소리 톤이나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가곡과 잘 맞는다는 점을 알게 됐다. 최근에는 탱고, 재즈에 대한 관심도 다시 가지게 됐다. 뮤지컬 오디션에는 계속 도전하고 있고, 앞으로도 나와 맞는 역할이 있다면 해보고 싶다."
▶궁극적인 목표는.
"해보고 싶은 건 많은데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늘 망설이게 된다. 어릴 때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갈수록 관객도 즐거울 수 있는 무대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성악가로서 다른 예술 장르에 비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만들어 온 제 목소리와 그에 맞는 음악을 하는 것. 즉, 내 것을 지키면서도 사람들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예술을 하고 싶다."
정수민
공연장 지박령. 지역의 문화·예술 이야기를 구석구석 전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