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유홍준의 ‘불찰’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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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20 15:42  |  발행일 2026-10-21

양심 또는 '맑은 마음'을 자각할 때 대오각성하는 사람이 있고, '혼탁한 마음'의 힘에 밀려 무시해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 차이가 낳는 결과는 하늘과 땅만큼 달라진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최근 처신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7월 개막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서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유묵으로 소개한 붓글씨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것으로 확인되면서 불거졌다.


전시 개막 후 1개월 지난 뒤 박중양의 글씨일 가능성이 크다는 제보가 들어오면서 작품은 철거되고, 전문가 검증을 거쳐 지난달 7일 이 작품이 박중양의 글씨라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박물관과 유 장관은 사과를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작품의 소장자와 전시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이때 관련 의혹을 모두 밝히고 제대로 처신했어야 하지만, 유 관장은 양심의 '경보'를 무시해버린 것 같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소장자가 드러났고, 유 관장이 2019년 미술품 경매를 통해 5만원에 낙찰받은 작품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유 관장은 지난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저의 중대한 불찰로 박물관 신뢰와 가치가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사과했다. 소장품에 대한 감정을 안 받은 것에 대해서는 "본인이 서예사의 전공자이기 때문에 그렇게 확신을 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위험천만한 '확신'도 큰 문제다. 막다른 지경에 이르러서야 한 사과와 반성이라 그 '효력'이 의심되기도 한다. '불찰'이 무엇을 살피지 못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양심의 빛'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불찰'은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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