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이 대구·경북의 산림 풍경을 볼썽사납게 바꾸고 있다. 재선충병으로 소나무가 고사한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일대를 찍은 사진(영남일보 10월 23일자 1면)을 보면 충격적이다. 온 산을 덮고 있는 소나무숲이 가을 억새숲을 보는 듯하다.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재선충병이 급속하게 확산하며 지역의 산들이 말라죽은 고사목들로 뒤덮여 가고 있다. 경북지역 산의 피해가 특히 심각하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경북의 재선충병 감염목은 79만5천 그루로, 같은 기간 전국 발생량(177만 그루)의 45%에 달했다. 방제 수준은 이런 감염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태계 파괴와 재해 위험을 키우는 '산림 재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미봉책에 머무는 방제 행정이 계속된다면 대구·경북의 산림 지도는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를 수밖에 없다.
경북은 문화재 보수에 필요한 목재로도 사용되는 금강송 군락지가 곳곳에 있는 지역이다. 더없이 소중한 울진의 전국 최대 금강송 군락지도 위협받고 있다. 피해 확산은 기후변화로 인한 매개충의 활동력 증가와 초기 예찰·방제의 실패가 겹친 인재인 측면이 크다. 각 지자체는 감염목을 베어 훈증하거나 파쇄하는 방편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반복되는 예산 부족과 인력난 속에서 매개충의 이동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고, 그 결과 경북 남부권을 비롯한 광범위한 지역이 피해 '극심' 단계로 치달았다. 집단 고사한 소나무 숲은 건조한 계절 산불 발생 시 거대한 땔감 역할을 하며 초대형 산불 위험을 극대화한다. 산림 붕괴가 2차 재난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방제 체계의 근본적 전환이 시급하다. 먼저, 개별 지자체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국가 주도 방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재선충병은 광역 단위로 이동하는 만큼, 지자체 경계를 넘어선 광역 합동 방제망과 예산 지원 확대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예찰 시스템을 고도화해 감염 초기 단계에서 즉각적인 조치들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미 집단 감염이 심각한 극심 지역에 대해서는 감염목 제거를 넘어 기후 변화에 견딜 수 있는 활엽수 위주의 '수종 전환'을 전면 추진해야 한다. 병해충에 강하고 생태적으로 건강한 숲으로 재설계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아울러 백두대간과 울진의 금강송숲 등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 수림대에는 방어벨트를 구축하고 모든 역량을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이 병행되어야 한다.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산림 재난의 고리를 끊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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