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 소설가
2017년 10월30일 배우 김주혁이 마흔다섯에 세상을 떠났다. 성실하고 재능 있는 연기자였던 그의 교통사고는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김주혁 배우의 출연작 가운데 특히 드라마 '무신(武神)'은 역사의 교훈을 널리 되새겨준 명품이었다.
'무신'은 대장경 1000년 특별기획으로 제작되었다. 1232년 몽고군이 불사른 팔공산 부인사 초조 대장경은 흔히 1011년에 시작해 1087년에 완성된 것으로 알려진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그로부터 약 200년 뒤인 1236년부터 1251년까지 만들었다.
부인사에 가면 경내 진입 때 가장 먼저 마주치는 쌍탑부터 눈길이 간다. 동탑은 뽀얗고, 서탑은 장구한 세월의 무게를 역력히 안고 있다. 서탑은 원작이고, 동탑은 멸실된 것을 다시 세웠다는 사실이 바로 직감된다.
몽고군이 부순 불당의 석재들도 한곳에 모여 있다. 가지런히 줄 세워 정성껏 보존하고 있지만 우리 역사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광경이다. 몽고군 침탈을 당해 공산성 나무들에 시체가 무수히 걸려 있었다는 고려사 기록이 저절로 떠오른다.
임진왜란 발발 불과 8일 뒤인 1592년 5월31일 대구가 소서행장의 일본군에 점령된다. 대구 선비들은 부인사에서 공산의진(대구 의병 연합부대)을 결성했다. 대구 주둔 일본군은 공산성으로 피란한 대구부민들을 어쩌지 못했다.
1592년의 대구는 전국에서 보기 드물게 백성들이 후속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이 되었다. 서거정은 임진왜란을 몰랐으므로 '대구 10영'에 부인사를 넣지 않았다. 초조 대장경은 숭유억불 시대였던 탓에 알고도 노래하지 않았을 법하다.
선덕여왕, 초조 대장경, 공산의진으로 이어지는 부인사의 역사는 자못 이야기가 된다. 선덕여왕은 '국민 여왕'이고, 대장경은 '세계유산'이며, 의병은 '민족정신'의 상징이다. 하나같이 대중의 감성과 지식 욕구를 자극할 만한 소재들이다.
대구 문인들이여, 부인사를 노래하시라. 빛깔이 다른 두 탑, 여왕의 향기가 서린 선덕묘, 향민 보호에 목숨을 건 조선 사대부들의 선비정신을 휘날리는 문장에 담으시라. 역사가 그대의 찬란한 붓과 웅혼한 기백을 영세불망 기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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