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바움백 감독의 영화 '제이 켈리'.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토스카나 등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던 스타 배우에게 예상치 못한 일들이 펼쳐지는 이야기다. <넷플릭스 제공>
영화는 다양하다. 장르도 다양하고, 보는 이의 취향도 다양하다. 하지만 좋은 영화는 장르나 취향을 넘어선다. '제이 켈리'는 좋은 영화다. 평론가들의 열렬한 찬사는 없지만, 재미있고 따뜻한 영화(솔직히 내 취향의)다. 이 영화는 인생의 후반전에 관한 이야기다.
성공한 스타 배우 제이 켈리는 데뷔작을 찍은 감독의 죽음과 옛 친구와의 만남 이후, 스스로의 인생을 돌아본다. 성공을 향해 달리기만 하던 인생을 멈춰 서서, 오디션 시절을 비롯한 과거를 회상한다. 그간 잃어버렸던 것을 찾겠다고 결심한 그는, 10대 딸의 여행을 몰래 따라나선다.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토스카나 등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던 그에게 예상치 못한 일들이 펼쳐진다.
'북샵'의 배우 에밀리 모티머와 노아 바움백의 공동 각본이다. 조지 클루니, 애덤 샌들러 등 호화 출연진들의 노련한 연기와 감독의 감성적이고 세련된 솜씨,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 등 보는 재미가 풍성하다. 어느 평론가는 영화의 과도한 '자기애'를 비판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특히 영화 관계자들에 대한 지극한 애정으로 만든 영화로 보인다. 연민과 애정이 영화 곳곳에 스며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만든 영화다.
영화는 작가 실비아 플라스의 말,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이다"로 시작한다. 평생 다른 사람을 연기하느라 정작 자신을 잊어버린 그가, 자신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의 메시지는 시작과 끝에 나타나 있다. "한 번 더 할 수 있을까요?" 영화 촬영 후, 제이 켈리가 건넨 말이다. 감독은 이대로 충분하다며 촬영을 끝낸다. 제이는 영화의 마지막에도 이 말을 하는데, 이번에는 영화가 아니라 인생을 향한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 지금과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다. 물론 불가능하다. 인생은 영화와 달리 다시 찍을(살) 수 없는 것이다.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눈길이 간 것은 부인의 부재였다. 스쳐 지나간 사랑의 감정, 혹은 자녀들과의 관계를 애석해할 뿐, 부인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 그의 가장 큰 공허는 이것인지 모른다. 경영사상가 찰스 핸디는 '아흔에 바라본 삶'에서 말했다. "당신은 내 가장 친한 친구야"라는 아내의 말이 인생 최고의 찬사이자, 최고의 성공이었다고 말이다. 제이 켈리에게 있어 아내의 자리를 대신하는 건 매니저다. 오랜 동료인 매니저는 남자지만, 제이에게 서슴없이 사랑한다고 말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챙긴다. 매니저의 헌신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그는 함께여서 가능했다며, 자신의 모든 것은 함께 일군 거라 말한다. 영화의 끝 무렵, 그의 곁에 남는 유일한 사람이다. 헌신의 대상이 되기만 하고, 헌신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은 비극이다. 진정한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성공한 영화배우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니, 일반적인 삶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인생과 관계에 대한 통찰만큼은 반짝반짝 빛난다. 영화 '제이 켈리'는 후회에 관한 이야기다. 인생은 모든 것을 주지는 않는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것인가. 삶은 늘 선택의 문제다.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고 말한 이는 지미 카터였다. 영화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어떻게 늙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따뜻하게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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