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경기도 화성 황금해안길] 이것 보려고 걷고 또 걸었나 보다…주름진 바다 집어삼킨 금빛 노을

  • 류혜숙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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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30 11:05  |  발행일 2026-10-30
제부도와 서해의 낙조. 황금해안길은 서해의 낙조가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제부도와 서해의 낙조. 황금해안길은 서해의 낙조가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군 철조망에 막혀 다가갈 수 없었던 시간이 반세기, 화성 서해안이 17㎞ 해안길로 다시 열렸다. 제부도와 백미항, 궁평항을 잇는 '황금해안길'이다. 서해의 낙조가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인다고 해서 이름 붙였다 한다. 일찍이 '서해랑길 88' 코스 중 '황금라인'으로 통했던 길이다. 그 가운데 끊어져 있던 구간을 잇고 관찰 데크와 전망대,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더해 해안을 따라 걷기 좋은 코스로 연결했다. 1구간 시작점인 제부도에서 3구간 종착지인 궁평항까지 길은 내내 평탄하다. 발아래는 바다이거나 갯벌이고, 모래밭이었다가 습지로 시시각각 모습을 바꾼다. 나는 궁평항에서 제부도를 향해 올라간다. 굳이 어디까지라고 정하지는 않았다.


궁평관광길은 해상 데크로 시작된다. 길 아래로 넓은 갯벌이 드러나 있다. 궁평항은 바다낚시나 갯벌 체험 등이 가능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궁평관광길은 해상 데크로 시작된다. 길 아래로 넓은 갯벌이 드러나 있다. 궁평항은 바다낚시나 갯벌 체험 등이 가능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데크길이 해안선을 따라 길게 이어지고 궁평 해안절벽 위에 초소가 보인다. 데크길에는 쉼터와 포토존이 군데군데 있고 화성지질공원 지질명소도 만날 수 있다.

데크길이 해안선을 따라 길게 이어지고 궁평 해안절벽 위에 초소가 보인다. 데크길에는 쉼터와 포토존이 군데군데 있고 화성지질공원 지질명소도 만날 수 있다.

3구간 궁평관광길은 해안데크 1.8㎞, 해안경관도로 5.7㎞로 총 7.5㎞다. 물때에 따라 달라지는 바다를 경험하게 된다.

3구간 궁평관광길은 해안데크 1.8㎞, 해안경관도로 5.7㎞로 총 7.5㎞다. 물때에 따라 달라지는 바다를 경험하게 된다.

◆ 3구간 궁평관광길 (궁평항~공생염전 7.5㎞)


궁평항에 사람이 많다. 수산시장과 푸드 트럭과 차들과 사람들, 그리고 호객의 외침들이 뒤엉켜 정신이 없다. 항구는 크다. 200여 척의 배가 드나드는 국가어항이다. 조선시대 궁에서 관리하던 땅이라 하여 '궁들'로 불리다가 언제부턴가 '궁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궁평관광길은 해상 데크로 시작된다. 길 아래로 넓은 갯벌이 드러나 있다. 바닷물을 가둔 작은 낚시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낚싯대를 드리웠고 한쪽에는 노란 오리배가 얌전히 모여 있다. 300m 남짓 이어지는 해안절벽은 화성국가지질공원에 속해 있는 지질명소다. 선명한 단층과 타포니, 씨스택, 그리고 조금은 갸웃한 암맥 등을 볼 수 있는데 선캄브리아시대에 형성된 것이라 한다. 데크 길이 에돌아가는 바위섬은 '굴통뿌리'다. 굴통뿌리는 바다에서 솟아난 큰 바위에 굴이 빼곡히 붙은 모습을 가리키는 궁평리 어민들의 토박이말이다.


데크길은 울창한 해송 숲으로 이어진다. 해안을 따라 천여 그루의 백년송이 늘어선 해송 숲으로 18세기에 처음 형성되었다고 한다. 송림 앞 넓은 모래밭은 궁평리 사구다. 모래 언덕이 2㎞에 달한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노부부의 뒷모습을 본다. 젊은 커플은 캠핑 의자를 펼쳐 놓고 모래밭을 걷는다. 서두르는 사람은 나뿐인 것 같다. 멀리 백미항이 보인다. '백미'는 '백 가지 맛을 낼 만큼 수산물이 풍부한 마을'이라는 뜻이다. 마주보고 선 바위기둥은 감투섬이다. 옛날 백미리 사람들이 바다로 나가기 전 안전 귀환을 기원했다는 섬이다. 항구와 감투섬 사이에 독살이 뱀처럼 길게 드러나 있다. 어촌 체험장이다. 펄이 좋아 바지락은 물론, 운이 좋으면 낙지도 건질 수 있다고 한다. 붉은 칠면초가 가득한 갯벌을 가로질러 도로에 오른다. 뒤돌자 도로 아래로 하늘이 보인다. 물 가둔 네모난 바다에 청명한 가을하늘이 담겨있다. 저곳이 1구간 종점이자 2구간의 시작점인 매화리 '공생염전'이다.


공생염전. 공평하게 소금판을 분배하고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다. 6·25전쟁 당시 황해도와 강원도 철원, 평강 등지에서 온 피란민들이 개척했다.

공생염전. 공평하게 소금판을 분배하고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다. 6·25전쟁 당시 황해도와 강원도 철원, 평강 등지에서 온 피란민들이 개척했다.

2구간 소금바다길의 해상데크는 군사통제구역이라 출입 시간과 촬영 등에 제약이 있다. 바다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빠르다. 무섭게 차오른다.

2구간 소금바다길의 해상데크는 군사통제구역이라 출입 시간과 촬영 등에 제약이 있다. 바다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빠르다. 무섭게 차오른다.

까치섬이 덩실 떠오르고, 전망대가 고개를 쳐들고 활기찬 눈빛으로 세상을 본다. 전망대를 지나면 곧 1구간에 접어든다.

까치섬이 덩실 떠오르고, 전망대가 고개를 쳐들고 활기찬 눈빛으로 세상을 본다. 전망대를 지나면 곧 1구간에 접어든다.

◆ 2구간 소금바다길 (공생염전~송교리 4.5㎞)


개가 짖는다. 안녕, 안녕 어르며 염전으로 향한다. 사람은 없고, 소금 실은 수레만 소금밭둑에 오뚝 서 있다. 공생염전은 6·25전쟁 당시 황해도와 강원도 철원, 평강 등지에서 피란 온 사람들이 일군 염전이다. 1953년 7월부터 덕적도에서 돌을 날라 제방을 쌓기 시작해 염전을 완성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뒤 언덕에 흙벽돌로 집을 지어 153가구 600명이 일하면서 살았다. '공생염전'은 '공평하게 소금판을 분배하고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다. 현재 7곳 정도 남은 공생염전은 여전히 전통 방식 그대로 깨끗한 천일염을 생산해낸다. 염전의 햇빛 속에 조금 길게 서 있었다. 바다에 속한 것도 아니고 땅에 속한 것도 아닌, 모두에게 거리를 둔 채 땅 위의 정다움도 잊지 못하고, 바다의 헌신도 목도하면서.


염전 앞에서 제방 길로 들어선다. 왼쪽은 갯벌, 오른쪽은 논이다. 이 비현실적인 길은 너무 아름다워서 그걸 본 것이 벌써 안타깝다. 잠시 후 해안을 벗어나 도로를 따라 간다. 일부 구간이 아직 정비 중이라 우회하는 길이다. 마을과 논밭은 평온과 안정을 주고 달리는 차들도 느긋하다. 그리고 다시 해상 데크 길이다. 이 길은 군사통제구역이라 출입 시간과 촬영 등에 제약이 있다. 길 내내 쉬이 보이던 군 초소가 이 길에서는 오히려 드물다. 모두 숨어 있나. 바다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빠르다. 무섭게 차오른다. 부표 위에 꺼멓게 선 사격 과녁이 둥실둥실 밀물에 흔들린다. 약간 끔찍한 느낌이 들어 후다닥 속도를 낸다. 까치섬이 덩실 떠오르고, 전망대가 고개를 쳐들고 활기찬 눈빛으로 세상을 본다. 그들 뒤에 우뚝, 커다랗게 서 있는 해안절벽은 '살곶이'라 부른다. 이즈음부터 1구간에 접어든다.


제부도로 가는 길은 바다에 잠겨 있다. 바다로부터 솟아난 가로등만이 길의 존재를 가늠케 한다. 하늘에 찍힌 까만 점들의 선은 서해랑 케이블카다.

제부도로 가는 길은 바다에 잠겨 있다. 바다로부터 솟아난 가로등만이 길의 존재를 가늠케 한다. 하늘에 찍힌 까만 점들의 선은 서해랑 케이블카다.

제부도와 서해의 낙조. 구름속의 태양이 제 모습을 드러내면서 주름진 바다는 황금빛으로 빛난다.

제부도와 서해의 낙조. 구름속의 태양이 제 모습을 드러내면서 주름진 바다는 황금빛으로 빛난다.

◆ 1구간 낙조경관길 (송교리~제부마리나 5㎞)


살곶이는 그물을 맬 때 쓰는 살이 많아 '살고지'라 부른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고, 피란을 오면 목숨을 구할 수 있어 '살 곳'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보면 섬뜩한 이름이 부르니 애처롭다. 사실을 말하자면, 걸음이 흔들린다. 쉬고 싶다 또는 그만 멈추고 싶다는 생각을 거듭한다. 굳이 어디까지라고 정하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올 줄도 몰랐다. 그러나 몸은 멈출 생각이 없다.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기에 하릴없이 따른다. 먼 구름 사이 하늘이 진주조개 빛이다. 노을이 시작되려나 보다. 제부도가 조금씩 선명해진다. 하늘에 찍힌 까만 점들의 선은 서해랑 케이블카다. 제부도와 전곡항을 잇는다. 하늘이 조금 더 붉어졌고, 아직 낮의 잔광이 비껴 있는 하늘에는 인천공항을 오가는 비행기들이 난다.


줄줄이 늘어선 카페와 식당들 앞으로 난 데크길을 걷는다. 모두가 바다로 난 창을 활짝 열고 있다. 이 데크길의 끝에 제부교차로 바다통제소가 있다. 지금 제부도로 가는 길은 바다에 잠겨 있다. 바다로부터 솟아난 가로등만이 길의 존재를 가늠케 한다. 제부도 바다 열림 길을 걸을 계획이라면 물때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구름속의 태양이 바다와 가까워지면서 제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것을 삼켜버리겠다는 듯 눈부시다. 주름진 바다가 황금빛으로 빛난다. 이것을 보려고 내 몸이 나를 그렇게 모질게 끌었나 보다. 모든 것들이 서로 위로하고 애도하며 손을 내민다. 모든 것들이 서로를 변화시키고 또 서로 닮은 채로 한데 얽힌다. 나를 일찍 잠들게 하는 흥분된 피로감으로 바다에 잠긴 길을 본다. 길이 열리기를, 무수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류혜숙 전문기자 archigoom@yeongnam.com


>>여행정보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으로 가다 아산IC로 나가 안중방향으로 우회전해 직진한다. 현덕교차로에서 서평택IC, 포승, 평택항 방면 오른쪽으로 나가 곧바로 좌회전, 우경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직진, 하수종말처리장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직진, 원정교차로에서 좌회전해 직진, 노진1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직진, 이화교차로에서 12시 방향으로 나가 약3㎞진행 후 화성방조제방향으로 우회전해 간다. 매향교차로에서 12방향으로 나가 직진, 화성방조제를 지나 좌회전하면 궁평항이다. 출발지에 따라 궁평항, 궁평관광지, 백미리, 송교리, 제부마리나 등의 주차장 등을 선택해 이용하면 된다. 코스를 순환하는 01번, 02번 버스가 유료로 운행되고 있다. 2코스의 해안데크길은 군사 통제 구역으로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만 개방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24시간 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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