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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체는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식물은 동물보다 생명력이 한층 강하다. 식물이 동물보다 지구상에 먼저 태어나서 오래 사는 것도 강한 생명력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소철(蘇鐵)은 그 누구보다도 강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소철이 어느 정도 강한지를 아는 데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하다. 소철은 '못질해도 살아난다'는 뜻이다. 이는 살아 있는 소철에 못질하는 게 아니라 마른 소철에 못질해도 살아난다는 뜻이다. 소철은 일본 사람이 붙인 이름이다. 중국 동남부와 일본 남부가 소철의 원산지 중 하나이니 믿을 만한 얘기이다. 중국 명대의 왕기(王圻)가 편찬한 '삼재도회(三才圖會)'에 나오는 이 얘기는 이수광(1563∼1628)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그래서 소철의 꽃말도 '강한 사랑'이다.
소철의 학명은 한자 이름과는 달리 나무의 잎 모양을 강조하고 있다. 학명 중 시카스(Cycas)는 '야자'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시카스(cykas)'에서 유래한 말이다. 소철의 겉모습을 보면 야자수와 비슷하다. 레볼루타(revoluta)는 작은 잎의 가장자리가 말린다는 뜻이다. 소철을 본 사람은 학명의 뜻을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소철의 다른 이름인 철초(鐵蕉), 봉미초(鳳尾蕉), 번초(番蕉) 등도 잎을 본뜬 것이다. 소철의 잎은 빗살처럼 생겼지만 한자 초(蕉)에서 알 수 있듯이 파초(芭蕉) 잎을 닮았다. 그래서 이름에 초자를 붙인 것이다. 물론 소철은 중국과 한국의 선비들이 아주 아꼈던 파초보다 잎이 작다. 소철의 다른 이름 중 번(番)은 '외이(外夷)'를 말하고, 봉미는 잎 모양이 봉의 꼬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소철의 종류는 110여종이지만 대만소철, 중국 남부에 위치한 운남소철 등 지역에서 빌린 소철도 있다.
소철은 아열대에 사는 나무이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를 제외하면 살 수 없다. 그러나 소철은 많은 사람이 거실에서 화분으로 키울 만큼 인기 있는 나무이다. 은행나무처럼 겉씨식물에 속하는 소철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나무와 달리 가지가 없다. 그래서 소철은 나무이면서도 다른 나무처럼 목재의 가치는 없다. 그러나 소철이 목재의 가치가 없기 때문에 장자(莊子)가 언급한 것처럼 가치 있는 존재로 지금까지 살아 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가치 없는 존재는 없다.
소철은 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아와 더불어 살아 있는 화석 중 하나이다. 더욱이 암수 딴 그루의 꽃을 가진 소철은 은행나무처럼 소철과에 하나밖에 없는 아주 외로운 존재이면서도 이 땅에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긴 세월을 버티고 있다. 인간이 한 그루의 소철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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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속에 숨겨진 역사와 문화 .60] 소철과 화석](https://www.yeongnam.com/mnt/file/200602/20060223.010281422500002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