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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자기 방어력을 갖고 있다.
일정량 이상을 섭취하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독소를 갖고 있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식물은 초식동물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다양한 독소를 만들어 낸다. 몸에 좋다고 보신용으로 먹는 인삼이나 황기 혹은 채소도 똑같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게 그 실례다. 고춧가루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은 입맛을 자극하지만, 고추의 본래 목표는 자신을 먹어치우는 적들의 위장 점막을 뚫어버리는 강한 독소를 만드는 것이다.
식물은 느리게 성장할수록 자신을 방어하는 화합물질인 독소를 강하게 제조할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채소는 대부분 빨리 성장한다. 빠르게 성장한 것들은 독소를 제조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먹어도 독이 적다. 키 큰 사람이 싱겁다는 표현과 일맥상통한다.
친한 먹거리인 감자도 야생상태에서는 독을 만든다. 개량된 감자는 독이 없지만, 야생감자는 그렇지 않다. 싹이 나려고 할 때 감자는 잎이 푸르게 변한다. 이 때 '솔라닌' 성분이 급격히 늘어난다. 솔라닌은 맹독은 아니지만, 두통과 구토, 설사를 일으킨다. 반면 약으로 쓰기도 한다. 즙을 낸 뒤 습진 부위에 문지르면 딱지가 앉으면서 낫는다. 젖앓이를 할 때도 아픈 부위에 붙이면 곪는 것을 막거나 빨리 낫게 한다.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약은 굽거나 삶기 등 유난히 많은 가공을 거친다. 이런 과정은 식물의 독소를 제거하거나 약화시켜 독을 약으로 쓰기 위해서다. 원시적인 방법이라고 비웃을 수 있지만 이는 생활 속에서도 쉽게 증명된다.
옥수수는 생것을 먹으면 '펠라그라'란 성분 때문에 피부 및 신경 이상 증상을 겪게 된다. 그러나 삶으면 '아미노산 구성비'가 균형있게 맞춰지고, '나이아신 비타민'이 방출돼 독소가 제거된다. 도토리도 마찬가지다. 도토리의 '타닌'은 쥐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다람쥐는 흙 속에 도토리를 묻어 뒀다 '타닌'이 희석된 뒤 먹는 지혜를 보인다. 흙으로 '타닌' 독을 중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차와 붉은 포도주에 들어있는 낮은 타닌은 소화효소의 생산을 자극해 우리 몸에 이롭다.
이로움과 해로움의 경계는 적정성의 문제로 귀결된다. 약방 감초로 불리는 감초조차도 많은 양을 사용하면 혈액 속의 나트륨을 낮게 유지시키고, 칼륨 함양도 낮춰 혈압 상승과 수종을 일으킨다.
현재 논란이 되는 한약의 독성 문제는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얼마나 적정하게 적절한 곳에 사용하도록 지도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느냐의 문제이다. 가장 자연적인 약물을 수천년의 경험으로 가공하고, 독성을 정성을 다해 인체에 맞게 약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한의학의 요체다. 독소와 약의 경계는 바로 동전의 앞뒷면처럼 그리 먼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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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세계] 藥과 毒, 동전의 양면](https://www.yeongnam.com/mnt/file/200607/20060711.01021075620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