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피아를 찾아서 .4] 공장형 식초

  • 입력   |  수정 2009-02-13  |  발행일 2009-02-13 제면
옹기식초도 공장에서 대량생산토록 법개정해야
양조식초가 생수 한병가격보다 더 싸
옹기식초는 식품법상 대량유통 금지
전통 제조자 '클러스터'로 도움줘야
[발효피아를 찾아서 .4] 공장형 식초

◇…생수 값도 안되는 양조식초 값

아세요, 공장 양조 식초값이 생수 값보다 싸다는 걸.

그래서 그런지 요즘 식초 공장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국내 식초 시장은 오뚜기, 대상, 청정원 등이 분할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경우 경북과학대 부설 전통식품연구소가 관리하고 있는 대학촌 감식초는 90년대 중반에 문을 연 국내 첫 캠퍼스 산(産) 음료용 식초입니다.

또한 성주군 성산리에 가면 지역에서 가장 큰 식초 공장이 있습니다. OEM 방식으로 대기업의 식초를 연간 300t주문 생산하는 유동산업입니다. 여기서 롯데삼강의 '환만식초', 신송식품의 '신송사과식초', 대구 삼화간장의 '삼화사과식초' 등을 생산합니다.

통상 공장 식초를 양조식초라 합니다. 빠르면 1개월 만에 생산합니다. 사과 식초의 경우 사과를 직접 파쇄해 발효시키려면 일이 번거로워져 공장에선 당이 첨가돼 평균 72~75 정도의 고브릭스(당도 측정 단위)로 세팅된 사과즙을 갖고 와 1차 알코올 발효를 위해 누룩을 넣고, 그게 끝나면 알코올 도수를 6도에 맞춰 초산균을 갖고 초산발효를 시킵니다. 그렇게 되면 산도가 6도 이상 됩니다. 식품공정상 식초 산도는 4% 이상, 감식초는 2.9% 이상이어야 판매를 할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 낮으면 유통 중 부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양조식초는 천연식초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죠. 양조식초의 경우 원재료 비율이 채 50%를 넘지 않기 때문입니다. 좋은 식초가 나오려면 재료 비율이 많아야 됩니다. 식품공정상 ℓ당 원재료 비율이 30%를 넘어야 됩니다. 재래식으로 생산되는 옹기 식초의 경우 재료 비율이 90% 이상이고 숙성과정도 최소 1년 과정을 넘어서야 합니다.

옹기를 갖고 전통식초를 만들던 장인이 공장형으로 시설을 넓히려고 하면 무척 어렵습니다. 허가 조건도 까다롭고 자금도 없기 때문에 옹기형 식초는 공장형으로 가기 힘들고 그러다 보니 장인들의 제품이 자꾸 음성적으로 거래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일단 식초를 공장형으로 만들려고 하면 어떤 제약조건이 있는지를 지역의 전통식초전문가 장성우씨의 자문을 받아 정리해봤습니다.


◇…공장형 식초로 가기 어렵다는데

취재 중 가장 충격적인 사실이 있었습니다.

현재 허가 당국은 우리의 전통 옹기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발효식품은 좋다고 하면서도 그걸 담는 옹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참 의아했습니다. 당국자들은 옹기를 비위생적인 용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참 모순적인 일입니다.

일단 공장에서 만드는 법적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습니다.

식품을 제조하여 판매할 경우 즉석판매제조·가공업 또는 식품제조·가공업 등으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은 생산현장에서 소매로 판매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시골 등지에서 소규모로 만들어진 옹기식초는 그 자리에서 팔아야지 유통은 금지돼 있습니다. 도매 즉 제3자를 통한 유통 판매는 금지하고 있으므로 제대로된 식품제조를 위해서는 식품제조·가공업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건물, 작업장, 식품취급시설, 용기, 급수시설, 화장실, 창고, 검사실, 원료 및 제품 유통기록 등 각종 규제사항이 있어 경험이 없는 이가 식초 공장 짓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물론 다른 공장도 마찬가지겠지만.

식초 공장을 지으려다 좌절당한 모씨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그가 어느날 모 구청 위생과 공장허가 담당자에게 찾아가서 이런 얘기를 했다네요.

"식당에서 식초를 만들고 있고, 구매하려는 손님이 점차 많아 사업화하고 싶습니다."

담당자는 모씨가 제조업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러려면 제조업 설비기준에 맞춰 시설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모씨가 재차 "전통 옹기에서 천연발효를 시킬 것"이라고 하니 옆에 있던 계장이 "모든 것을 갖춰도 냄새, 악취 등 민원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허가를 내줄 수 없고 특히, 깔때기 같은 것을 사용해서 비위생적으로 한다면 더욱이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발효식품이라고 하면 당국자들이 무조건 환영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그가 적잖게 실망한 모양입니다.

모씨의 항변은 이렇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관공서의 고압적인 분위기에 주눅드는데 핀잔까지 받고 나니 식초 항아리조차 보기 싫어지더라. 사실은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지 등 사업화 방법을 알아보려고 갔는데 정작 그 말은 꺼내 보지도 못했다."

예전에는 누구나 항아리만 가지고 가정에서 좋은 술, 식초, 간장, 된장, 고추장, 식초, 엿, 젓갈, 장아찌 등을 만들어 먹었죠. 그런데 지금 옹기에서 빚은 발효식품은 좋다고 하면서도 정작 대량생산하려고 하면 옹기가 왜 걸림돌이 되는 지 저도 의아하네요. 이 기회에 당국자들도 소규모 식초 생산자들이 순천 고추장 클러스터 같은 식초단지를 만들어 거기서 옹기로 된 식초를 유통시킬 수 있도록 해야 될 겁니다.

◇취재협조= 경북과학대 대학촌 감식초, 식초 연구가 장성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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