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없는 대구·경북기업, 年 1000억원 길바닥에 뿌리고 있다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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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7-20  |  수정 2013-07-20 08:16  |  발행일 2013-07-20 제2면
[y스페셜] 이래서 ‘남부권 신공항’
물류비용 날이 갈수록 눈덩이
신공항 건설땐 획기적 절감
일자리 창출서 기업유치까지
대구·경북 경쟁력 제고 기대
대안없는 대구·경북기업, 年 1000억원 길바닥에 뿌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대합실 1층 앞은 국제선 항공기를 이용해 도착한 사람들을 태우기 위해 줄을 선 지방노선 버스들로 항상 북적인다. 해외 출장이나 여행에서 돌아온 지역민들은 또다시 짧게는 3시간, 길게는 6시간의 여행을 더 해야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대안없는 대구·경북기업, 年 1000억원 길바닥에 뿌리고 있다
번듯한 국제공항 하나 없는 대한민국 지방 사람들은 해외 출장이나 여행 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가 없다. 지난 8일 일본 연수에 나서는 경북지역 농민 등이 오전 3시30분 도청 광장에 도착한 전세버스에 짐을 싣고 있다.

국토의 필수 동맥이 된 경부고속도로는 잘 알려진 대로 숱한 반대 끝에 건설됐다. 당시 “가진 자들만 이용할 고속도로를 왜 국민의 혈세로 건설하느냐”는 노골적 비판까지 쏟아졌다. 하지만 이제 와서 시비를 거는 이들은 없다. 사실 그렇다. 이치를 따지면 길이 나 있는 곳으로 사람이 다닌다. 없을 때는 모르지만, 생기면 수요가 늘어난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측면이 강하다. 공항도 마찬가지다. 하늘길이 열리면 그곳으로 사람과 물류가 몰려든다. 더구나 지금 당장 움직이고 또 보내는 것이 어렵다면 말할 필요도 없다.

남부권 신공항도 같은 맥락이다.

수도권 일각과 서울 언론은 남부권 신공항을 건립할 경우, 항공 수요가 없는 또 하나의 지방 공항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경부고속도로처럼 신공항이 들어서기 전의 가설일 뿐, 공항 개항 이후의 변화에 대한 수요나 남부지역 주민들의 국제노선 이용 패턴에 대한 연구나 조사는 전혀 포함되지 않은 데이터다.

실제, 2009년 국토연구원과 국토해양부는 남부권 신공항 중간보고서에서 2025년 신공항 개항 시 국제선과 국내선을 포함한 항공수요를 760만명으로 분석했지만, 한국항공정책연구소가 분석한 남부권 신공항의 항공 수요는 2025년 국내선 720만명, 국제선 260만명 등 1천만명에 육박했고, 2030년이면 1천50만명을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경북연구원, 울산발전연구원, 경남발전연구원, 부산발전연구원, 지역 대학 등이 예측한 2030년 남부권 신공항 항공 수요도 모두 1천만명을 넘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간 1천억대 경제적 손실 누가 보상하나

해외여행 한두 번 가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국제선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이 과거 고속버스 타는 것보다 더 쉬워진 시대.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이 흔한 국제선 항공기 한 번 타기 위해 많은 준비와 노력, 경비까지 추가 부담해야 한다.

대구·경북지역에 번듯한 관문공항이 없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지역민은 매년 10%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대구·경북 지역민은 2002년 44만7천49명에서 2006년 66만8천728명으로 늘어나 4년간 무려 40%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후에도 지역민의 인천공항 이용객 수는 매년 증가추세를 보여 평균 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인천공항 이용승객 중 대구·경북 지역민의 비율은 3% 정도로 높지 않지만, 관건은 연간 300만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영남권 전체의 인천공항 이용객 중 신공항 전환수요 비율을 어떻게 잡느냐는 것이다.

19일 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부산과 울산, 경남도가 내놓은 공동 연구보고서에는 인천공항 이용객의 7%를 영남권으로 추정했고, 정부는 최대 9%까지 계산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인천공항 이용객이 약 4천만명임을 감안하면 영남권의 인천공항 이용객은 280만명에서 320만명에 이른다.

더욱이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대구·경북지역의 수출입 항공화물이 인천공항에서 처리하고 있는 전체 국제화물의 17.4%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데 있다.

2010년 기준 인천공항 국제화물 수송 비율은 268만t. 대구공항(1만4천t)의 268배 수준이다. 대구공항은 국내 수출 10%를 차지하는 구미와 1시간 거리에 있지만 국제화물 수송에서 공항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 화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대구·경북, 특히 구미 수출 기업들은 해마다 천문학적 물류비용을 길바닥에 뿌리고 있는 셈이다. 구미상공회의소의 분석에 따르면 인천공항까지 평균 6시간 정도 걸리는 육로 수송 부담은 전체 물류비용의 40% 수준으로, 1시간 이내 가까운 곳에 공항이 위치한다면 구미 수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처럼 지역의 여객과 화물이 인천공항을 이용함에 따라 대구·경북의 경제적 손실액은 2010년 기준 여객은 800억원, 화물은 200억원으로 추정된다. 또 향후 14년간 누적 경제적 손실은 약 2조원으로 한해 평균 1천4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웅기 대경연구원 SOC환경연구실 연구위원은 “인천공항 이용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리 지역에서 접근이 용이한 장소에 국내 제2경제권역에 부합하는 제2관문공항 건설을 최소한 2020년까지 완료해야 한다”며 “남부권 신공항 건설은 최근의 동복아 항공운송시장의 활성화 추세와 향후 본격적인 동북아 항공운송 자유화 시대를 고려할 때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신속히 준비해야 할 핵심과제”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허브공항 하나, 인근 지역 발전 원동력

번듯한 국제공항 하나는 인근 지역의 발전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남부권 신공항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국제공항 개항 1년 전이던 2000년, 300만원 후반대였던 대구와 인천의 3.3㎡당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2009년 대구는 평균 580만원대, 인천은 평균 810만원대로 격차를 벌려 놓았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2010년 대구는 미분양 아파트가 1만4천여가구에 달해 전국 최고 수준을 보였던 반면, 인천은 4천여가구에 불과해 두 도시의 전혀 다른 경기지표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당시 건설업체에서 악성으로 분류하는 준공 후 미분양은 대구(1만651가구)가 인천(653가구)에 비해 무려 16배다.

이처럼 인천은 인천국제공항 개항(2001년 3월) 이후 급성장하며 각종 경제지표에서 대구를 모두 따돌리고, 어느새 부산까지 추월할 태세를 갖췄다.

대규모 국제공항의 파급효과는 인천의 사례에서 보듯, 실물경제와 직결된다.

‘목’이 좋은 곳을 선점하면 장사가 잘되는 것처럼, 인천은 공항을 통해 사람과 화물이 이동하는 목 좋은 곳을 차지한 덕분에 세계적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인천의 비약적인 발전은 공항이 생기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대구와 경북도 남부권 신공항 건설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과 사람이 찾는 도시, 이를 통해 실물경제까지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신공항을 버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로벌 허브 공항의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인천의 경우, 인천공항 개항 이후 8년 만에 땅값이 무려 205%나 급등하고 아파트 값도 107% 오르며, 상승률이 같은 기간 대구(48%)의 2배가 넘었다.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던 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인천국제공항 개항으로 영종도뿐만 아니라 인천 전체가 면모를 일신하는 전기가 됐다. 인천이 ‘대한민국의 심장’을 넘어 세계적 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웅지(雄志)를 품게 된 것도 국제공항을 갖고 있는 덕분”이라며 “대구와 경북도 신공항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일자리 창출에서 해외기업 유치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국제공항은 파급효과가 시민들이 상상하는 차원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글·사진=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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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경북본사 1부장 임성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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