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문화 운동가 ‘레인메이커’ 이만수 대표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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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3-08-16  |  발행일 2013-08-16 제면
웨딩영상작업 통해 대구서 ‘서울의 일’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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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메이커(Rainmaker).

지역에서 대안·독립·자립 문화예술운동에 관심이 있는 20대에겐 ‘미스터 홍대’ 같은 존재다. 대안문화적이고 새로운 인식의 영상물을 도발적으로 제작해낸다. 마치 무명시절 ‘골방의 스티브잡스’ 같다.

이들의 본거지는 수성교 옆 방천시장. 2011년 6월에 입주했다. 쉬는 공간조차 없는 어두컴컴하고 콧구멍만한 사무실에 들어갔다. 연코발트빛이 감도는 눈빛이 매혹적인 고양이 ‘후찌’가 맨 먼저 인사한다. 이 작업실에는 이만수 대표(26)를 비롯해 모두 5명이 동지처럼 일하고 있다. 최미림·엄성현·안선영·정민아씨는 이 대표와 동문이다.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출신이다. 이들은 그 학과 영상창업동아리인 KPI에서 만나 의기투합했다. 취업보다는 창업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에게도 ‘트라우마’가 있다. 학창시절은 가난했다. 부모의 사랑도 별로 받지 못했다. 외로움을 독서로 커버했다. 책을 엄청 많이 읽었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하고 싶은 게 있었다. 디자인이었다. 꿈보다 일에 더 길들여졌다. 학교 홈페이지도 만들어주고 논문PPT도 디자인해주었다. 일찍 온라인과 영상편집 등에 눈을 뜬다. 그가 잘하고 재밌는 걸 지속적으로 하다보니 그게 자기 밥줄이 되었고 그게 꿈으로 치닫고 있다. 망할 수도 있지만 불안하지 않단다.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붕어빵 웨딩·비디오 문화 탈피
신랑·신부를 주인공 자리로 되돌려놓고 싶어

소셜마켓은 순수예술에 대항하는 대안시장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 나의 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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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

“다큐멘터리 영화장르를 이용해 결혼식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만났던 이야기를 재연하기도 하고, 프러포즈를 함께 기획하여 영상으로 제작하고, 결혼식 전반적인 이야기를 인터뷰로 담고, 편집방향과 음악연출도 함께 고민을 해 소비자나 수용자를 벗어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소비적이고 자본에만 치중한, 보여주기에 급급한 주인공 없는 형식적 결혼문화를 탈피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안문화가 된다.”


-결혼 문화와 결혼식 문화에 딴죽을 걸어본다면.

“현재의 결혼식은 대부분 사랑의 결실을 축하해주는 자리가 아니라 양가 혼주가 부조금 회수하는 날로 전락했다. 주인공은 신랑·신부가 아니라 돈이다. 웨딩비디오도 천편일률적이다. 주례, 양가 부모, 신랑신부 등 주요 등장인물만 빼면 영상은 똑같다. 같은 연출, 같은 촬영지, 같은 포즈와 표정, 같은 멘트… 붕어빵 같은 영상뿐이다. ”


-앞으로 웨딩영상을 통해 계속 사회운동을 할 건가.

“결혼식과 결혼문화가 너무 권위주의적이고 세속적이고 과시적으로 굴러간다. 결국 시민이 현명해지고 똑똑해져야 한다.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웨딩영화를 만들어 다양한 시사회를 열 것이다. 대학을 순회하면서 상영하면 다들 물신주의 결혼문화에 대해 많은 성찰을 할 것이다. 그게 최고의 경종이고 최고의 운동이라고 믿는다. ”


◆ 지난 3년의 기록들

시작은 그랬다.

하고 싶은 영상(영화)을 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리고 영화라는 예술장르를 벗어나 더 재밌는 영상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들로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었다. 돈을 잘 버는 사업가가 되고 싶은 것도, 격있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 상업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허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누구만 예술가가 아니고 모두 예술가인 세상 말이다.

그렇게 시작했던 영상작업들은 사실 자본에 의해 자유롭지 않았다. 클라이언트 중심의 영상제작공정은 획일화된 영상시장의 작업물들과 별반 다른 것 없이 우리의 영상을 변화시켰다. 하지만 조금씩 우리의 색깔을 갖추어 나가고, 클라이언트들을 변화시키고,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갔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전단 같던 지역스팟광고영상을, 그 틀에서 벗어난 이미지광고영상으로 만들었다. 마치 딱딱한 보고서를 읽는 듯한 기업홍보영상을,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영상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개성파 소비자에게 어필했다. 그런 것들을 찾는 소비자는 끊이지 않았다.

웨딩영상의 경우 전국적으로 작업이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 더 진솔하게 담을 수 있는 우리 영상에 매료됐다. 우리는 많은 사람과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사실 비즈니스적인 면으로만 봤을 때 대량생산하는 영상시장의 어떤 업체보다 돈을 많이 번다고 보긴 힘들었다. 물론 타업체보다 비싼 제작비를 받았지만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것은 철저하게 상업적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허나 우리는 웨딩영상작업을 하며 진짜 살아있는 인문학을 배웠다.

서울과 지방의 경계를 허물고 싶었다. 보통 대구에서 ‘더 좋은 것’을 생산하기 위해서 서울업체와 서울작가를 부르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구에서 서울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서울은 더 잘하는 곳, 지방은 열등한 곳이라는 생각에 대해 부정적이다.


◆ 그래서 소셜마켓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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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 방천시장내 ‘레인메이커’ 사무실 내부 모습.
- 소셜마켓에도 관심이 있다고 하던데.

“소셜마켓은 순수예술에 대항하는 대안시장이다. 우리는 대학에서 순수예술은 작업의 목적이 순수한 의도여야 한다고 배웠다. 사실 갤러리 중심의 순수예술도 자본주의에서 감히 ‘순수’하다고 볼 수 없다. 자신이 했던 작업이 비싼 가격에 팔려나간 후 대중에게 사랑을 받으면 작가는 비슷한 작업을 계속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작가가 생계를 유지하려면 어쩌면 순수한 의도를 조금은 버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소셜마켓에서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생각과 미학을 토대로 창작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소셜마켓의 작가다. 그럴 듯하고 어려운 의미로 가득한 미술작품이 아닌, 수용자의 얼굴을 그린 우스꽝스러운 5천원짜리 그림과 한땀한땀 제작한 수공예품이다. 이것들은 획일화된 것을 생산하는 대량생산된 상품이 아닌, 수용자의 입맛에 더욱 맞는, 개성 있는 작품이 된다. 소셜마켓은 예술이라는 커다랗고 무거운 타이틀을 거부하고 누구나 예술을 향유하고 생산할 수 있는 대안시장이 된다.”


-누구나 작품을 팔 수 있는가.

“유명·무명을 가리지 않는다. 창작품이면 되고 등록하면 언제든 팔 수 있다.”


-기득권에 하고 싶은 말은.

“기득권·제도권 문화의 중심에는 문화가 아닌 자본이 있다. 문화의 본질은 2순위로 밀려났다. 문화는 산업화되어 짙은 상업성을 띠었고, 자연스럽게 문화를 평가(?)하는 기준의 중심에는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문화가 최고의 문화인 것처럼 되었다. 심지어는 많은 사람이 향유하는 문화가 더 우수한 문화라고, ‘1군’이라는 이름을 다는 것은 너무나 어이없다. 문화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고 생산자와 수용자로 나뉘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수용자가 생산자가 되고 생산자가 수용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 이만수는 어떤 사람 ?

대구에서 태어났다.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4학년 재학 중. 계명대 영상창업동아리 KPI에서 ‘금붕어’ 등 3편의 단편영화와 이후 3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2011년 4명의 대학교 동기와 의기투합해 대안영상물제작소격인 ‘레인메이커’를 수성구 방천시장 안에 창업한다. 거기서 50여편의 웨딩영상, 10여편의 광고영상물 등을 만들었다. 2011년부터 소외받는 예술가를 위한 ‘소셜마켓’운동을 전개한다. 처음에는 방천시장에서 열리다가 동성로로 왔고 조만간 북성로 쪽으로 옮겨 축제와 시장 공간으로 확충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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