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4륜 구동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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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1-04  |  수정 2014-01-04 07:36  |  발행일 2014-01-04 제12면
현대·쌍용차 4륜구동 승용차 판매…아우디·BMW·벤츠 등도 일찌감치 적용
주행시 코너링 좋고 빙판길·눈길 제동력 뛰어나…차체 무거워 연비 하락 ‘단점’
안전 주행…세단도 4륜시대
라이프스타일 최우선 고려를
확산되는 4륜 구동
확산되는 4륜 구동

올해도 겨울을 맞아 눈길과 빙판길 등 험로 주행에서 장점이 있는 4륜구동이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자체 개발한 4륜구동 시스템 HTRAC과 아우디 콰트로 홍보 이미지.<현대자동차·아우디 홈페이지 캡처>

겨울을 맞아 올해도 4륜 구동 자동차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4륜 구동 자동차는 2륜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연비가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매년 겨울이 되면 눈길과 빙판길 등 험로 주행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캠핑족 등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 4륜 구동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수입차 일색이었던 4륜 구동 세단 시장에 최근 국산차량들도 자체 4륜 기술을 탑재해 출시하는 등 4륜 구동의 인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4륜 구동이란

4륜 구동(Four Wheel Drive·4WD)은 엔진의 동력이 네 바퀴에 동시에 전달되는 방식으로 험로를 달리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때 군용 지프로부터 개발됐다. 최근까지 발전을 거듭해 주로 SUV차량에 탑재되다 승용차량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4륜이 사계절 인기차량으로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안정성에 있다. 오프로드와 겨울철 눈길, 빙판길에서 승용차 대비 안정성이 높은 4륜구동 자동차는 SUV의 상징이기도 하다.

주로 차량의 뒤편에 ‘4WD’라고 표시되는 4륜 구동은 네 바퀴에 골고루 동력을 전달하여 지면과의 밀착력을 높여준다. 그렇다 보니 2륜 구동 방식의 승용차에 비해 쏠림 현상이 적어 안정성과 승차감이 올라가고 험로 주행은 물론 빗길, 눈길에서도 탁월한 제동이 가능하다. 험로나 눈길에서 발진할 때 네 바퀴의 모든 힘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으며, 고속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코너를 빠져나오며 액셀을 밟을 때도 어느 한 바퀴에 힘이 몰리지 않아 안정적으로 밟고 나갈 수 있게 된다.

구동방식에 따라 ‘파트타임(Part Time)’과 ‘풀타임(Full Time)’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파트타임은 운전자가 노면의 조건 등에 따라서 임의로 2륜과 4륜을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이다. 평소 도심 등 일반적인 도로 환경에서는 2륜으로 운행하다가 험로 및 눈길에서 4륜으로 조작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풀타임은 항상 4륜으로 주행하는 것으로 전·후륜의 동력비율을 가변적으로 조절하도록 되어 있는 방식이다. 유체의 압력이나 다판클러치 등으로 전륜과 후륜의 동력을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우디의 콰트로처럼 기어를 이용한 기계식도 있다.

파트타임은 전륜과 후륜의 동력비율이 50대 50으로 고정되기 때문에 코너링 시에 후륜의 슬립이 일어나면서 차량이 멈칫거리는 현상(Tight Corner Braking)이 발생하며 동력계통에 무리가 가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파트타임 차량에서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4륜을 활용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풀타임은 오프로드에서 파트타임에 비해 역동성이 떨어진다. 항상 4개의 바퀴로 주행하다보니 한 바퀴만 움직이지 않는 슬립 현상이 일어나도 나머지 3개 바퀴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단에서도 인기

국내에서는 4륜 구동이 SUV에서만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승용 세단으로도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1월 신형 제네시스를 시장에 내놓으며 자사 최초의 승용 4륜 구동 시스템 ‘HTRAC’을 내놓았다. 현대차를 의미하는 영문 이니셜 ‘H’와 4륜 구동시스템의 기술적 특성을 상징하는 ‘Traction(구동, 선회)’의 합성어인 HTRAC은 빙판길 등 도로 상태에 따라 전후 구동축에 동력 배분을 전자식으로 제어하는 풀타임 4륜 구동 시스템이다. 여기에 HTRAC은 전륜과 후륜의 구동력 변화가 제한적인 일반 기계식 AWD와 달리 운전자 선택에 따라 두 가지 모드로 구동력 배분 제어가 가능해 노멀(Normal) 모드에서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스포츠(Sports) 모드에서는 민첩하고 빠른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HTRAC은 아우디 등이 채택하고 있는 기계식 4륜 구동 방식과 달리 4개 바퀴의 구동력을 도로상태에 따라 전자식으로 가변 제어하며 변속 모드에 따라서도 능동적으로 구동력을 제어하는 등 한 단계 진화한 4륜 구동 시스템”이라며 “전자식 AWD 가 탑재된 차량은 기본적으로 차량 속도 및 노면 상태를 감지하여 좌우 바퀴의 제동력과 전륜, 후륜에 모두 동력을 배분하여 눈길, 빗길 등 미끄러운 도로와 코너링 운전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를 시작으로 ‘HTRAC’을 다른 차량에도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2륜과 4륜의 장점을 살린 다양한 4륜 구동 시스템을 선보이는 쌍용자동차는 세 가지 4륜 구동 모델을 판매하고 있는데 보유하고 있는 기술방식에 따라 △AWD △스마트AWD △전자식 가변형 4WD 등으로 나뉜다. SUV 모델은 주로 주행 중 간단한 스위치 조작만으로 2륜과 4륜 전환이 가능한 ‘파트타임 4WD’와 노면의 상황에 따라 동력을 배분하는 ‘스마트 AWD(Smart AWD)’ 시스템이 탑재되며, 플래그십 세단 체어맨에 탑재되는 ‘4트로닉’은 전륜과 후륜 구동력이 각각 40대 60으로 상시 배분된 ‘풀타임 4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돼 인기를 얻고 있다.

일찌감치 4륜 구동으로 재미를 본 수입차들은 올해도 4륜 구동 시스템의 장점을 내세우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스키점프대를 주행하는 영상이 화제가 됐던 아우디의 4륜 구동 시스템 콰트로는 ‘4륜의 대명사’라고도 불리며 옵션이 아닌 기본사양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우디에 따르면 전체 구매자 중 콰트로 옵션을 선택한 구매자 비율은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BMW는 ‘x드라이브(xDrive)’라는 4륜 옵션을 SUV와 세단에 탑재하고 있으며 폴크스바겐은 ‘4Motion’이라는 이름으로 CC와 투아렉 등에서 4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벤츠는 지난해 ‘4Matic’이라는 이름으로 E클래스 등에 이를 적용하고 있으며 인피니티에는 자체 개발한 ‘아테사(ATTESA) E-TS’ 시스템이 적용돼 앞바퀴와 뒷바퀴의 동력 배분을 실시간으로 조절해 준다.

▨자신에게 맞는 차량 선택해야

4륜 구동에는 단점도 존재한다. 제동시에는 2륜에 비해 별다른 이점을 얻지 못하며 전반적인 주행 특성은 구동축과 조향축을 공유하는 전륜구동과 비슷해 코너링에도 4륜 구동만을 믿고 과속할 경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특히 겨울철 등 극한 조건이 아닌 평소에는 4륜 구동 장비로 인해 차가 무거워 연비가 나빠지며 많은 부품으로 인해 정비에서도 4륜과 차이가 난다. 실제 2014년식 스포티지R의 연비는 2륜이 ℓ당 13.8㎞으로 4륜은 ℓ당 12.5㎞로 1㎞ 이상 차이가 난다.

오프로드보다 도심을 달리는 시간이 더 많고 연비의 이점 등 실용성을 중시하는 수요가 대부분인 국산 SUV 시장에서는 2륜 구동을 주력 모델로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에서 현대차의 투싼ix와 싼타페의 4륜 구동 구매 비율은 10%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2륜 SUV는 엔진과 구동 축이 차량 앞부분에 있어 실내공간이 넓다는 장점이 있으면서도 차량 가격도 4륜보다 200만~300만원가량 저렴하고 차량 무게가 가벼워 연비가 좋다.

중고차로 되팔 경우에도 4륜이 불리하다. 신차를 구입할 때 200만~300만원까지 벌어졌던 가격차이가 1~2년 후 매물로 내놓을 경우 중고차 시세가 100만원 이내로 좁혀져 손해를 보게 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자신이 이용하는 도로의 환경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선택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2륜과 4륜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말하기보다는 자신이 주로 달리는 도로의 환경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짧은 도심주행을 주로 하는 운전자들은 4륜의 장점을 잘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하지만 장마철과 겨울이 길어지는 등 점차 변화하고 있는 국내 기후와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4륜 구동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늘고 있다. 최근 제네시스의 HTRAC 선택 비중은 80%가 넘기도 했다”며 “겨울이 지나도 세단뿐만 아니라 SUV에서도 4륜 옵션의 구매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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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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