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담뱃값 인상과 伏線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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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4-09-23  |  발행일 2014-09-23 제면
[자유성] 담뱃값 인상과 伏線

최근 정부의 담뱃값 인상과 관련해 몇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담뱃값 인상과 함께 담배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한다는 게 그랬고, 담뱃값 인상 발표에 즈음해 주민세·자동차세를 올리고 1조원에 이르는 지방세 감면 혜택을 없애는 방안을 밝힌 것도 의아했다.

궁금증은 얼마 지나지 않아 풀렸다. 정부 원안대로 담뱃값을 2천원 인상하면서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부과할 경우 국세 비중은 38%에서 56.3%로 높아지고, 지방세는 62%에서 43.7%로 낮아진다. 결국 담뱃값 인상을 기화로 국세 세입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고, 지방세 세수 증대 방안은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포석이었던 게다.

게다가 정부는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면서 유리한 자료만 취합했다. 성인 남성 흡연율 44%를 내세우며 국민건강 증진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올해 OECD 건강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흡연율은 21.6%로, 34개국 가운데 14위이고 OECD 평균 흡연율인 20.7%에 근접한다. OECD는 우리와 달리 15세 이상 남녀의 흡연율을 통계자료로 삼는다. 또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 2013년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은 42.1%로, 2012년(43.7%)보다 1.6%포인트나 떨어졌다. 굳이 담뱃값을 인상하지 않고도 흡연율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담뱃값을 2천원 인상하면 소비가 34% 감소한다는 예측도 다분히 자의적(恣意的)이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는 2천원 올릴 경우 소비는 2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가 34% 감소할 경우 한 해 세수가 2조8천억원 증가하는데 비해, 20% 감소하면 세수는 5조원 늘어난다. 서민 증세라는 따가운 시선을 덜어보자는 복선(伏線)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담뱃값 인상이 소득재분배에 역진한다는 것도 문제다. 간접세인데다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대기업 법인세 최고세율은 이명박정부 때 25%에서 22%로 인하됐고, 그나마 지난해 실효세율은 17.1%밖에 되지 않는다. 법인세, 소득세는 손대지 않고 담뱃값만 인상하는 건 조세정의에도 배치된다. 참고로 사족을 하나 붙이면 필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박규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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