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를 육성하자 .7] 지역대표 사회적경제기업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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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13   |  발행일 2014-10-13 제13면   |  수정 2014-10-13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로 건강한 지역 공동체 만든다
정직한 먹거리 만들며 지역사회에 기여
■ 착한농부촌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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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인쇄피아의 직원들(오른쪽)과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꿈꾸는씨어터의 단원들이 창작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대구시 제공>

1990년 후반 이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태동한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는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을 계기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결부되면서 국가의 고용, 복지 등 사회정책 수단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대구에서도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경제가 적정 수요와 지속가능한 발전성을 확보하면서 지역 순환경제를 정착시키려 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경제부문(대기업, 중소기업 등)이 하지 못하는 역할(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고령화 대응 등)을 담당해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지역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사회적경제기업을 알아본다.


청각장애 딛고 디자인 분야 진출 모색

■ 인쇄피아

사회적기업 인쇄피아는 직원의 90%가 청각장애인이다. 전희찬 대표도 선천적으로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

전 대표는 인쇄공장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7년 창업했다. 경영은 쉽지 않았다. 대형기획사가 운영하는 속칭 ‘합판집’도 발목을 잡았다. 인쇄업체에서는 인쇄판을 찍어낼 때마다 가격을 매기기 때문에 합판집에선 여러 인쇄물을 모아 한번에 찍는 방식을 쓴다. 일종의 공동구매인 셈이다. 합판집끼리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 단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전 대표는 친구와의 갈등까지 겪게 되면서 회사를 접으려 했다.

문제는 같이 일하고 있는 장애인들이었다. ‘가뜩이나 일을 구하기 어려울 텐데…’ 라는 마음에 전 대표는 이들과 함께할 수 방법을 찾았다. ‘사회적기업’이었다.

2012년 10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뒤 지난해 7월 인증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아직 성장기인데도 월매출액이 수천만원이 넘는다. 전단, 명함, 팸플릿 등의 인쇄부터 판촉물과 출판, 옥외광고, 웹 제작까지 다양한 분야를 맡고 있다. 사업이 안정되면 분야를 넓혀 디자인 분야에서도 활동할 예정이다.

예비사회적기업 시절, 전 대표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통상 지출이 늘어나는데 지원은 많지 않았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기 위해 여러 기준을 고려하다 보니 영업도 힘들었다. 공공기관에서 사회적기업 제품을 우선구매하게 돼 있지만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전 대표는 어려울 때마다 직원들을 의지했고, 그 결과 지금의 위치까지 왔다.

전 대표는 사회적기업의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 이윤 창출을 우선하기보다 사회적기업끼리, 또 사회적기업과 일반기업이 나누고 협업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인쇄피아의 건물 3층을 디자이너에게 무상 개방할 예정이다. 일반기업에서 디자이너를 고용하던 방식을 버리고 아예 공유공간으로 내놓은 것이다. 그가 강조했던 협업의 형태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지역 예술인의 요람…취약계층 체험교육도

■ 꿈꾸는씨어터

‘사람이 행복한 예술을 만드는 기업’이 좌우명인 꿈꾸는씨어터에서는 마당극부터 퍼포먼스까지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 상품 중 하나인 ‘최진사댁 셋째딸 신랑찾기’는 퓨전마당극 공연이다. 연기 중심의 기존 마당극과는 달리 연희자들이 배우로 나서며 등장인물이 가진 기예가 캐릭터의 형태로 나타난다. 마당극의 즐거움은 물론 탈춤, 소리, 음악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이 공연은 2010년 대구방짜유기박물관 개관 3주기 기념행사에 초청돼 초연됐으며 2011년 대구문화재단 공연활동지원 선정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같은 해 다섯 번에 걸친 극장기획공연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12년에는 한국문화연합회 신나는예술여행 전국순회공연 및 우수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쾌지나 코리아’ ‘맞춤형 퍼포먼스 드리밍’ 등의 작품도 이곳의 주력 공연 중 하나다. 특히 쾌지나 코리아는 한국적인 리듬으로 꾸민 퍼포먼스(퓨전국악)로 인기가 많다.

극단 홈페이지(kkumter.co.kr)를 방문하면 다양한 작품을 찾을 수 있다. 공연 시간, 관람비 등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다.

꿈꾸는씨어터는 2009년 안정적인 공연환경이 담보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예술계를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로 사회적기업이 됐다. 김강수 대표는 “보통 (극단이) 작품을 만들면 전국을 돌며 공연하는데 지역예술인은 팀 없이 작품에 출연했다가 그대로 빠질 때가 많았다”며 “환경이 불안정하다 보니 일회성 행사로 끝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지역 예술 발전의 걸림돌이 됐다”고 말했다.

꿈꾸는씨어터는 지난해 전용극장을 개관해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공연을 펼쳐 보이고 있다. 취약계층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화체험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의 목표는 하나다. 예술가와 대중이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질 높은 예술 콘텐츠로 수익을 내고, 예술활동을 통한 수익의 사회적 투자를 통해 지역·예술·사람의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이다.


‘착한 소비’보다 ‘제대로 된 소비’ 추구

■ 빅핸즈카페

대구도시철도 1호선 반야월역 2번 출구에서 안심교 방향으로 가다보면 ‘빅핸즈(BIG HANDS)카페’가 있다. 간판 속 빅핸즈는 큰 박수, 큰 격려, 큰 도움을 뜻하는 날개 모양을 하고 있다.

십수년간 에이즈 감염인들과 함께해 온 김지영 대표와 감염인, 에이즈 전문 강사, 자원봉사자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레드리본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생활 공간 안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부대끼며 아픔의 실타래를 함께 풀어나가기 위해 카페를 개업했다. 수익금 전액은 에이즈 예방과 인권복지를 위해 쓴다.

빅핸즈는 소비자들의 동정을 기다리지 않는다. ‘착한 소비’ 이전에 ‘제대로 된 소비’이기를 바란다. ‘좋은 일 하니까 팔아줄게’가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정말 좋고, 가고 싶은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이들은 이 길만이 성공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빅핸즈카페는 제대로 된 커피 맛을 내기 위해 엄격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미국 장애인 연맹에서 로스팅빈을 유통하는 업체와 대구 지역의 한 청년창업기업을 거래처로 정했다. 원두는 일주일 이내에 소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케이크와 피자, 커피에 올라가는 휘핑크림은 모두 수제다.

이곳에서 일하는 감염인들은 생활에 큰 변화를 느끼고 있다. 가족에게, 친구에게까지 소외당해 아파했던 이들은 웃으며 손님과 마주하면서 마음의 건강을 되찾고 있다.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김 대표는 “에이즈 그 자체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고립’이며 빅핸즈는 고립과 일자리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 위해 탄생했다”며 “앞으로 소셜미션을 해결하고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공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직한 먹거리 만들며 지역사회에 기여

■ 착한농부촌두부

모두가 잠들어 있는 새벽, 판매할 즉석 두부를 만들기 위해 불을 밝히는 가게가 있다. 자활기업 ‘착한농부촌두부’다.

2004년 대구북구지역자활센터의 별난두부사업단으로 시작한 착한농부촌두부는 두부제조 및 유통에 대한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한 뒤 2008년 창업에 성공했다.

창업 초기에는 동대구시장 내에 입점해 있었지만 현재는 중구 달성공원 앞 상가로 매장을 이전해 새벽시장 판매와 소매점 납품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2011년 북구 칠성동에 착한농부순두부 식당을 오픈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맛을 위해 건강을 버리지 않는다’는 회사의 슬로건처럼 건강한 두부를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착한농부촌두부는 두 가지 운영 원칙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고객들에게 정직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판매하겠다는 것과 자활기업의 성장에 도움을 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핵심가치를 가지고 성실하게 걸어온 결과 고객들이 신뢰하며 찾아주는 착한가게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착한농부촌두부가 자활기업으로 제대로 성장한 배경에는 박동음 대표가 있다. 2011년 자활성공수기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은 박 대표는 지금도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어려운 이웃에게 두부 제조 기술을 교육시키며 자립의 기반을 제공해주고 있다.

박 대표는 “두부는 부담 없이 즐겨먹는 음식인 만큼 깨끗하고 맛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뒤 “열심히 노력해서 저소득층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자료제공=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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