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내 안의 반일(反日)감정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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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22   |  발행일 2015-06-22 제30면   |  수정 2015-06-22
20150622
김정현 (소설가)

日의 反韓시위 살벌해도
反日과 反아베 구분하는
우리의 감정이 전달되면
양국우호는 단단해지고
아베정권 흔들리게 될것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신문사에서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지난해 출간한 ‘안중근, 아베를 쏘다’가 대표적 반일소설로 분류되었다며, 한·일 수교 50주년을 앞두고 작가의 말을 직접 듣고 싶다는 뜻이었다.

질문에 답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질문이 있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내 안에 반일의 감정은 얼마나 깊은 것일까?

그렇지 않아도 최근 일본에 대해 가진 첫 번째 생각은 홋카이도에 가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까닭은 구리 료헤이의 소설 ‘우동 한 그릇’을 다시 읽고 실제 무대인 북해정(北海亭)을 직접 보고 싶어서였다. 다음은 옛 류큐왕국의 땅 오키나와와 우리 선조인 고구려·백제와 인연 깊은 나라(奈良)를 여행하고 싶다는 것이었으니 아무래도 반일과는 거리가 먼 셈이었다. 그렇지만 아베 정권의 행태를 뉴스로 접하면 저절로 부아가 치미니 반일이 아니라 반아베가 일본에 대한 나쁜 감정의 실체 아닌가 싶었다.

중국에 사는 동안 반일 시위를 생생하게 목격한 바 있다. 주중일본대사관 앞 도로를 점거한 수만 명의 중국인이 격렬한 구호를 외치며 계란과 물통을 던지고, 일본인 상점과 백화점에는 투석이 난무해 문을 닫게 했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은 기본이고, 식당 문 앞에 ‘일본인과 개는 출입 금지’라는 팻말도 흔했다. 오죽했으면 일본 브랜드 차량을 소유한 중국인들조차 운행을 중지하거나, ‘나는 일본을 증오하는 중국인입니다’라는 애원을 차창에 써 붙이고서야 거리로 나올 수 있었을까.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서 보는 일본의 반한 시위도 못잖게 거칠다. 살벌한 구호와 불특정 한국인에 대한 실제적 위협은 과연 우호나 우방이라는 단어가 합리한지 의심스러울 지경 아닌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반일 시위가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특별한 기념일이나 이슈에 대응해 벌이는 반일 시위는 뉴스거리도 못되는 소규모이거나 단발성에 그친다. 대표적인 반일 시위라는 ‘수요 시위’는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요구하는 것이니, 반일 시위라기보다는 특정 사건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는 ‘피해자 시위’의 성격이 짙다.

일방적 피해자이면서도 일본 전체는커녕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개별 일본인 누구도 위협을 느낄 만한 반일 액션은 없었다. 오히려 2011년 일본 쓰나미 피해 때는 경제대국 일본에 성금을 보내자며 특집방송까지 하는 호들갑을 떨었다. 반면 일부 극우세력에 의해서이기는 하지만 일본에서의 반한 시위는 벌써 몇 년째 지속적이고, 일본 정부는 한·일 통화 스와프 중단과 같은 뒤통수 치기와 막말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제대로 반일 시위를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본에 대한 나쁘거나 불편한 감정은 아베 신조를 비롯한 일부 정권 담당자들의 실제적 행동에 대한 혐오라는 것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반한’의 단어를 쓴다고 우리도 막연히 ‘반일’의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멍청한 오류다. 일본이 좋은지 싫은지로 묻는 여론조사라면 당연히 싫은 쪽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본 국민에 대한 호오(好惡)와 정권이나 정책에 대한 호오를 분리해서 묻는다면 그 결과는 천양지차가 될 것이다.

인터뷰 도중 일본인 기자에게 한국에서 반일 감정을 느꼈는지 되물으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일이 아니라 반아베라고 생각지 않느냐고 물으니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통화정책을 기반으로 한 경제 성과가 아베 정권에 대한 일본 국민의 긍정적 여론을 이끌어내고 있지만 기껏 과반수 정도이다. 반일과 반아베를 구분한 우리 감정의 전달이 밑바닥 한·일 우호 확인의 콘크리트가 되면 아베 정권도 흔들릴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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