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어느 중년男의 양심’ 300만원 든 지갑 주인 찾아줘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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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3 07:30  |  수정 2021-07-24 06:59  |  발행일 2017-03-03 제8면
수성署 “감사장 전할 계획”
20170303

3·1절이던 지난 1일 오전 7시45분쯤 대구 수성경찰서 상동지구대에 한 중년 남성이 찾아왔다. 그는 길에서 주웠다며 하늘색의 두툼한 장지갑을 당시 근무 중이던 박수빈 순경에게 건넸다. 박 순경은 지갑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5만원권 지폐 45장과 1만원권 지폐 75장 등 무려 300만원의 현금이 빼곡히 들어있었던 것.

지갑을 습득한 박모씨(50·수성구 상동)는 “새벽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교회에 가던 중 목욕탕 앞 도로에 지갑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현금이 많이 들어 있어 주인이 애타게 찾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곧바로 지구대로 가져왔다”고 했다.

지갑의 주인은 수성구 상동에 사는 이모씨(35)였다. 이씨는 앞서 이날 오전 6시쯤 박씨가 다니는 교회에서 50m 정도 떨어진 목욕탕 주차장에서 차량 보닛 위에 지갑을 올려놓고 잠시 담배를 피웠다. 그 뒤 이씨는 지갑을 그대로 둔 채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곧바로 출발했다.

10분쯤 지났을 무렵 이씨는 갑자기 지갑이 생각나 부랴부랴 차를 세웠지만, 지갑은 이미 도로에 떨어져 사라진 뒤였다. 이씨는 차를 돌려 왔던 길을 다시 살피는 등 1시간가량 지갑을 찾아 헤맸으나 지갑을 찾지 못하고 112에 신고했다.

이씨는 경찰로부터 지갑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고 곧바로 지구대를 찾았다. 박씨는 이미 자리를 뜬 상태였다. 이씨는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사례를 하겠다”고 했지만 박씨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사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문 수성경찰서장은 “아무리 선량한 사람이라도 지갑에 가득 든 현금을 보면 욕심이 생기기 마련인데, 아무 망설임 없이 경찰에 신고해 빨리 주인을 찾아 돌려줄 수 있게 됐다”며 “조만간 박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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