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시외버스만 왜 보관료 받나” 환승센터 수하물 처리 황당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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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7 07:33  |  수정 2021-07-24 06:59  |  발행일 2017-03-27 제8면
업체들 보관소 따로 운영안해
대행업체가 보관 수수료 요구
책정기준도 없어 이용객 불만

“한지붕 아래 같은 터미널인데도, 고속버스는 안받는 수하물 보관료를 시외버스만 받는 게 말이 됩니까.”

대구 수성구에 사는 황모씨(57)는 얼마전 시외버스 수하물을 받으러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내 동대구터미널을 찾았다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겪었다. 가족과 함께 먹으려 포항에서 주문한 대게 한 상자였다.

황씨가 터미널을 찾았을 땐 이미 시외버스가 도착한 상태였다. 그는 곧바로 환승센터 1층에 차려진 수하물센터로 갔다. 당연히 이곳에서 짐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수하물센터는 “여긴 고속버스 수하물만 찾을 수 있다. 시외버스 수하물은 1층 하차장에 가서 찾으라”고 안내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황씨의 짐은 이미 버스 화물칸에서 내려져 있었다. 하차장 한 구석의 벤치 옆에 다른 짐들과 함께 놓여 있었다. 황씨가 짐을 찾으려 하자 벤치에 앉아있던 한 남성이 보관료를 내야 한다며 2천원을 요구했다. 반면, 고속버스를 통해 운송된 짐들은 수하물센터에서 별다른 보관료 없이 무료로 찾을 수 있도록 돼 있었다.

황씨는 “보관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짐을 가져갈 수 없다”는 말에 하는 수 없이 돈을 주고 짐을 찾았다. 영수증엔 터미널도, 시외버스 회사도 아닌 ‘퀵서비스’ 업체의 상호가 적혀 있었다. 그는 “어디 소속인지도 알 수 없는 사람이 다짜고짜 보관료를 내라고 하니 당황스러웠다”며 “수하물 보관료를 고속버스는 안받고, 시외버스만 받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상은 이랬다. 환승센터 1층의 수하물센터는 본래 부치는 짐만 받아서 처리하는 곳이다. 짐을 부칠 때는 고속·시외버스 가리지 않고 이곳에서 접수한다. 문제는 짐을 받을 때다. 고속버스업체들은 수하물센터 옆에 자체적으로 수하물보관소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시외버스 업체들은 보관소를 따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대행업체가 시외버스 수하물 보관 업무를 맡아 수수료 개념의 보관료를 받는 것이다.

황씨는 “그렇다 하더라도 시외버스 수하물 수취에 대한 안내는 물론이고, 보관료 책정 기준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수하물 보관 대행 업무가 투명하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동대구터미널 관계자는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수하물 처리 시스템이 달라서 발생하는 문제다. 원칙적으로는 각 버스업체가 수하물을 맡아서 처리해야 한다”며 “시외버스 수하물 대행업체 측에는 보관료 책정 및 부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도록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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