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하루키와 2Q17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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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7-07-14  |  발행일 2017-07-14 제면
[미디어 핫 토픽] 하루키와 2Q17
무라카미 하루키

2010년 7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가 국내에 출간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책 제목을 ‘IQ84(아이큐 84)’로 잘못 읽었다. 조지 오웰의 작품 ‘1984’를 모티브로 이 소설의 제목이 붙여진 듯한데, 일본어로 읽으면 1984와 1Q84는 동음(同音)이고 Q를 소문자로 쓰면 1q84가 1984처럼 보이기도 한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소설의 제1권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이 새로운 세계를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아오마메는 그렇게 정했다. Q는 question mark(물음표)의 Q다. 의문을 안고 있는 것. 좋든 싫든 나는 지금 이 ‘1Q84’에 몸을 두고 있다. 내가 알고 있던 1984년은 이미 어디에도 없다. 내 몸을 지키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이 장소의 룰을 한시라도 빨리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국내에서도 꽤 두터운 마니아층을 갖고 있는 하루키가 신작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를 들고 다시 여름을 찾아왔다. 이 책은 12일 국내에 출간되자마자 알라딘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위력을 보였다. 이전 작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팔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예약판매가 시작된 지난 6월30일부터 7월10일까지 5천권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고, 교보문고에서는 9천여권을 접수한 상태다. 그의 2013년 작품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3배, ‘1Q84’ 1권보다는 3.7배 많다. 예약 반응이 뜨거워 총 200만부가 팔린 ‘1Q84’의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소식을 다룬 기사에서는 “이제 막 읽기 시작한 거라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문장이 더 간결하고 세련되어진 것 같아요”라며 서점에서 이 책을 읽고 있는 시민의 반응을 소개했다. 하지만 댓글에는 벼른 듯 공격하는 내용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아무리 좋다 해도 쪽바리건 안 본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하루키의 소설은 질소 90% 들어있고 감자는 10%인 빵빵한 감자칩 봉지와 같이 알맹이가 없다”며 작품을 폄훼하기도 했다.

네티즌이 일본에 대해 거부 반응을 보이는 이유에 물음표를 갖다 붙일 한국인은 없다. 물음표는 늘 일본의 역사인식에 있다.

지난 7일 독일 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가진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 면전에서 위안부 합의 이행을 종용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한다”고 반박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현재진행형으로 남겨뒀다.

긴 시간 속에 삐뚤하게 고착화된 역사인식이 하루아침에 바뀔 리 없다. 일본은 지금 2017년이 아니라 물음표 가득한 2Q17년에 몸을 두고 있다. 그곳은 이해 안 되는 룰이 아직도 작동하고 있다.

윤제호 뉴미디어본부장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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