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보건소 정상 판정 후 사망한 아내…책임은?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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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2 07:31  |  수정 2021-07-24 06:57  |  발행일 2017-08-22 제8면
담당의사 “검사 당시 폐렴증상”
보건증엔 ‘정상’으로 표기 발급
보건소측 “애도…법적책임 없다”
남편 “업무 태만…책임 묻겠다”

지난달 21일 병환으로 아내를 여읜 최민성씨(42)는 허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폐렴을 단순한 기침 감기인 줄로만 알고 방치했다가 손 한번 못 써본 채 아내를 떠나보내서다. 최씨의 허망함은 최근 분노로 바뀌었다. 지난 4월 아내가 폐렴에 감염됐음에도, 보건소 의사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최씨는 “감염 여부를 담당의사가 알려줬더라면 이렇게 허무하게 아내를 잃진 않았을 것”이라며 “환자의 병을 알고도 방치한 것은 의사 윤리에 명백히 어긋난 행위”라고 토로했다. 반면 보건소 측은 최씨 아내의 죽음은 애도하지만 법적인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일이 어떻게 벌어졌을까. 평소 기침이 심했던 아내 A씨는 병원에 가보자는 가족의 성화에도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민간요법에만 의존하던 A씨는 증상 완화를 위해 제주도로 요양까지 떠났다. 증세는 더욱 심해져 응급실로 이송됐고, 얼마 뒤 패혈성쇼크와 폐렴으로 사망했다.

이후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최씨는 대구 남구보건소에서 발급한 서류를 발견했다. 지난 4월28일 아내가 카페 개업을 위해 보건소에서 받은 ‘보건증발급진단검사’ 접수증이었다. 최씨는 검사 당시 아내의 건강상태가 어땠는지 알아보기 위해 보건소를 찾았고, 담당의사는 아내의 흉부 X레이 촬영사진을 보여주며 “검사 당시 폐렴이 있었다”고 했다.

면담 종료 후 최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건소에서 출력해 준 아내의 ‘보건증발급진단검사 결과지’엔 ‘정상’이라고 표시돼 있었던 것.

통상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품·유흥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보건증 검사는 장티푸스·전염성피부질환·폐결핵 등의 질환에 대해서만 검사하기 때문에 검사 대상이 아닌 ‘폐렴’에 감염됐더라도 ‘정상’으로 발급된다.

최씨는 “설령 검사 항목이 아니더라도 질병 감염 여부를 환자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업무태만”이라며 “법적인 대응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남구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증발급진단검사에서 결핵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흉부 X레이 촬영은 대한결핵협회에 의뢰해 판독을 하기 때문에 ‘정상’ 소견이 나왔다”며 “법령에 따라서 ‘폐렴’은 검사 항목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해명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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