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無공실 건물, 알고보니 돈주고 세입자 모집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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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1 07:28  |  수정 2021-07-24 06:54  |  발행일 2017-09-21 제8면
부동산·건축주 매입 적극권유
건물 사고나니 세입자는 ‘썰물’
“공실로 손해” 사기혐의 고소

대구에 사는 김모씨(여·50)는 지난 3월 수성구 범어동 5층짜리 신축 다가구주택 건물을 샀다. 맨 위층 주인세대에 살면서 나머지 층 원룸 등을 세 놓을 요량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소와 건축주도 “공실(空室)이 없고, 주변 학군도 좋아 월 4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적극 권유했다. 실제로 김씨가 확인한 결과, 원룸·투룸 등 방 10개 모두 세입자가 있었다. 김씨는 12억5천만원에 이 건물을 매수하기로 계약을 체결, 지난 6월 중도금과 잔금을 모두 치른 뒤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쳤다.

그러나 불과 며칠 뒤,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생겼다. 계약 기간이 만료된 세입자들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알고 보니 부동산 중개업소와 건축주가 임대차계약서에 적힌 월세의 25~30%가량 지원금을 주고 세입자를 모은 것으로 밝혀졌다.

세입자들은 김씨에게 같은 조건의 입주 지원금 또는 월세 인하를 요구했다. 김씨가 거부하자 결국 세입자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만큼 건물에 공실이 생기고 말았다.

김씨는 “건축주가 건물의 가치를 속여 판 것”이라며 “이 건물을 사면서 7억원을 대출받았다. 지금 세입자들에게 받는 월세로는 이자도 내지 못한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얼마 전 건물에 하자가 생겨 건축주에게 보수를 요구했는데, 공사 업체 직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김씨 건물에 무단으로 침입한 것이다. 당시 김씨가 신원을 캐묻자 이 사람은 되레 “건물 앞 골목에 주차를 해 출입을 못하도록 막겠다”고 협박했다. 나중에 CCTV를 통해 확인한 결과 건물 건축주와 관계가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였다.

김씨는 결국 건축주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또 건물에 무단침입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등 2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바라는 진정서를 경찰에 냈다.

김씨는 “건축주와 부동산 중개업소에 속아 건물을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산 것도 억울한데 무단침입에 협박까지 받았다”며 “당사자들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건축주 박모씨는 “무단침입은 알지도 못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입주 지원금 문제는 현재 경찰이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더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현금 지급 등을 약속하고 세입자를 유치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이를 통해 건물 가격을 높여 판매한 것도 사기 또는 기망에 해당한다”면서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해당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 행정처분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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