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카페 ‘센터피스’ 정근연 대표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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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09   |  발행일 2018-02-09 제41면   |  수정 2018-02-09
음식 못지않게 인테리어 입소문…‘예쁨의 미학’ 마케팅
감각적 의자·테이블·소파 직접 제작
가든파티장 온 것 같은 분위기 연출
인증샷 욕구충족 다양한 포토존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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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생업전선에 나선 정근연 대표. 그녀는 해외직구마케팅은 물론 다양한 직군을 전전하며 식당 창업에 관련된 다양한 기법을 축적해 전방위 식당 컨설턴트 겸 디자이너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브런치카페 선두주자인 정 대표는 대구 도심에서 일찍 유럽궁중풍 스타일의 카페 시대를 개척하며 외식업계의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판화풍의 꽃 문양이 그려진 명함이다.

화이트인테리어·플라워케이크 전문가, 플라워아티스트, 데커레이션 스타일리스트, 조명디자이너…. 남구 대명9동 앞산카페거리 동쪽 주택가에 자릴 잡고 있는 카페 ‘센터피스(Centerpiece)’의 정근연 대표. 그녀는 ‘팔색조 능력’을 갖고 있는 전방위 카페 디자이너. 그녀의 매니큐어 색깔도 식당 문 색깔을 닮았다. 센터피스는 ‘테이블의 중앙부 장식물’을 의미한다. ‘단골이 이 식당의 중심’이란 뜻이기도 하다.

그녀는 아픈 아버지 때문에 일찍 생업전선에 나서야만 했다. 그 때문에 해외직구마케팅 등 여러 사업 아이템과 신경영술, 컴퓨터디자인의 한 기법인 캐드(CAD) 등을 하나씩 체득할 수 있었다.

세상은 바야흐로 ‘자기욕망시대’. 인증샷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포토존을 인테리어에 포함시켜야 된다는 것도 알았다. 그녀는 그걸 업자에게 부탁하지 않고 직접 핸들링할 줄 안다. 음식 못지않게 입소문이 날 정도의 인테리어 감각을 갖고 있었기에 ‘감각파 카페’까지 성공시킬 수 있었다.

처음부터 외식업에 도전한 건 아니다. 패션, 꽃꽂이, 가구제작, 조명·섬유디자인, 심지어 컴퓨터그래픽까지 직접 배운 뒤 마지막 수순으로 카페를 창업한 것이다. 하다 보니 거기까지 왔다.

본점은 메인 도로에서 한 블록 안으로 들어가 있다. 화사한 분홍빛 철제대문. 20여개의 백열전구가 정원 상부에 걸려 있다. 가든파티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그녀는 아늑한 소파에 치중했다. 여성단골이 공주·왕비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도록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성 취향의 카페라서 그렇다. 타조의 깃털을 화이트톤으로 칠해 천사의 날개깃처럼 만들어 통에 꽂아놓았다. 분홍빛 의자도 입맛을 돋운다.

감각적 의자·테이블·소파 직접 제작
가든파티장 온 것 같은 분위기 연출
인증샷 욕구충족 다양한 포토존 마련

팔로어 3천여명…오픈홍보 따로안해
1년마다 인테리어 변화·계절별 메뉴
3호점까지 열어…유럽궁중풍 명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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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냉이가 가미된 ‘먹물치아바타파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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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파스타’의 주재료 바질 페스토와 가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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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브런치 메뉴인 ‘그릴드 토스트’.

◆ 카페 대표 위해 여러 직군 전전

생애 첫 직장은 대한방직 디자인실. 거기서 섬유디자이너로 컴퓨터그래픽, 맥 작업, 포토숍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세상은 ‘해외직구시대’로 건너가고 있었다. 하지만 대구는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진석타워에 입주해 있던 한 디자인업체로 옮겨갔다. 해외직구사이트 웹디자인 파트 업무를 담당했다. 될 것 같아서 해외직구 관련 창업을 시도한다. 메이시 등 미국 뉴욕 유명 백화점의 물건을 국내보다 60% 이상 싼 가격으로 팔았다. 그러면서 동대문 패션매장을 샅샅이 뒤졌다. 대구에 없는 독특한 옷을 사 갖고 와 ‘쥬빌레’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팔았다. 이어 두류동의 한 양말 디자인 업체에 들어가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캐릭터 양말’ 붐을 일으킨다. 스포츠쇼핑몰 업무도 맡아봤다.

2009년 6월 북구 태전동에서 ‘에델린하우스’란 DIY 가게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한다. 당시 대구에선 볼 수 없었던 컨트리가구 제작법을 가르쳐주고 판매도 했다. 나중에는 달서구 송현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거기서 ‘화이트하우스 시대’를 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구 디자인은 상당히 우중충했다. 올 화이트톤은 시기상조였다. 그래서 그녀의 화이트라인은 더 주목받는다. 덩달아 식당인테리어 주문도 늘어났다.

대구대 안에 있던 ‘커피나루’와 경북대 브런치카페인 ‘위치스케틀’(Witch’s Kettle·마녀의 주전자) 인테리어를 담당하고 직접 식당 오픈까지 도와주었다. 거침없이 주택건축사업에도 진출한다. 철거, 전기, 설비, 미장, 목작업, 칠작업, 조명, 도배, 타일, 싱크대, 가구, 마루, 드라이비트 등 30여개 파트 관계자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새로운 건물을 지었다. 40여명의 파트너가 있어 협조가 잘 됐다. 그녀만의 ‘화이트 & 민트톤’ 유럽풍 디자인은 경쟁력이 높았고 주문도 많아졌다.

송현동 집에서 대구에선 생소하던 ‘플라워케이크’를 교육하기 시작한다. 고구마·생크림케이크류에서 벗어나 플라워케이크 시대를 연다. 이건 일반 케이크와 달리 쌀로 만든 떡케이크에 화이트 팥앙금을 덮어 모양을 낸다. 그녀는 ‘예쁨의 미학’을 마케팅에 빨리 적용시켰다. 스마트폰 인증샷 시대를 미리 준비한 것. ‘소녀시대’ 멤버인 수영과 감우성이 출연한 MBC드라마 ‘내 생애 봄날’ 쫑파티에도 그녀가 만든 플라워케이크가 올라간다.

◆ 카페 센터피스 오픈 비사

23세 때였다. 앞산카페거리에 오면 커피숍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과 레스토랑 ‘튜즈데이모닝’ 정도만 있었다. 이 동네에서 새로운 카페를 오픈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입맛에 맞는 집이 잘 보이지 않았다. 건물 물색에만 4년 정도. 우여곡절 끝에 본점이 될 집을 찾았다. 한때 유명 화가가 살던 집이었는데 3년째 비어 있었다.

빵집을 하고 싶었다. 공사는 2014년 11월부터 시작했다. 주조색은 역시 화이트였고 수제 샹들리에를 달았다. 의자, 테이블, 소파 등도 가능한 한 직접 제작했다. 센터피스는 그렇게 2015년 6월 브런치카페로 론칭된다. 대구에서 생소했던 에그베네딕트와 오믈렛을 처음 선보였다. 당시 에그베네딕트는 서울에도 불과 서너 집밖에 없었다. 오믈렛도 기존 것과 달리 안에 밥 대신 채소와 버섯이 들어간 샐러드풍 오믈렛 스타일.

브런치 카페라서 메인음식보다 소스에 대한 남다른 감각이 필요했다. 브런치 요리를 배우고 싶어 경기도 일산의 모 브런치카페 전문가에게 그룹레슨을 받았다. 1회에 17만원. 그때 선생의 권유로 ‘고추냉이소스’를 알게 된다. 기존 먹물치아바타파니니에 그 소스를 접목했다. 대구에서 첫 시도였다. ‘먹물빵’도 선보였다.

◆ 오픈 행사는 필요 없다

촌스러운 오픈 홍보는 하지 않았다. 그녀에겐 3천여명의 팔로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전국이 메르스 파동에 휩싸인다. 악재였다. 설상가상 공사로 돈을 다 소진한 상태. 월급 줄 돈이 없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개업 13일 만에 손님이 줄을 서기 시작한 것이다.

몇 가지 경영원칙을 정했다. 일단 예쁜 분위기여야 한다는 것. ‘파티 공간 같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 그래서 촛불을 잘 활용했다. 여자 손님이 거의 90%이기 때문이다. 내부 인테리어도 1년마다 바꾸었다. 메뉴는 계절별로 바뀐다. 테라스 테이블도 겨울에는 레드톤, 초봄에는 그린 앤드 화이트톤으로 깐다. 시끄러운 음악은 자제한다. 인디밴드 계열을 틀지만 김광석 노래같이 처지는 곡은 피한다.

여긴 벌써 봄기운이 감돈다. 한겨울에 빛을 발했던 크리스마스트리 조명도 서둘러 걷어냈다. 호접란 화분을 들여놓고 봄바람이 감도는 은은한 시폰 커튼도 달았다.

2호·3호점까지 냈다. 2호점은 핑크가 주조색. 그리고 천고를 아주 높게 370㎝로 올렸다. 유럽궁중풍이다. 1천700만원을 주고 400여년 된 고가의 3m짜리 앤티크 거울까지 직수입해 걸었다. 2호점의 명물이 된다.

식당 오픈에 앞서 그녀만큼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사람도 드물 것 같다. 2009년 500만원 갖고 사업을 시작했다. 쇼핑몰 해서 번 돈은 모두 부모에게 안겼다. 이후 가게 오픈할 때 500만원에 500만원 대출받아 1천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나름대로 성공시켰다. 그녀는 기존 모던풍 일색이던 앞산카페거리 인테리어에 유럽풍 인테리어로 도전장을 냈다. 상권을 살리기 위해 지난해 6월 ‘앞산 헤이 페스티벌’을 열었다. 대구에서 67개 팀이 참여했다. 조만간 현풍 커피명가에서 플리마켓을 열 예정이다.

그녀는 엄청 ‘깔끔스타일’이다. 계란프라이에 껍질 조각이 들어갔다고 해서 3년간 그걸 안 먹을 정도다. 꽁치 꽁지 부위에 붙은 비늘에 기겁해 아직도 그걸 못 먹는단다. 그런 그녀가 또 다른 꿈을 꾼다. 앞산 고산골 같은 데 자기만의 감각이 담긴 ‘정근연 디자인스트리트’를 만들고 싶어 한다. 거기에서 새로운 혼수문화를 일으키고 싶단다. 엄마가 딸에게 딸이 엄마에게 줄 그런 선물을 직접 만들고 살 수 있는 ‘멀티웨딩몰’ 같은 것으로.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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