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의 50대 주부, 매 학기 장학금 받고 영문학 학사모 쓰다

  • 이정경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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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8   |  발행일 2018-02-28 제14면   |  수정 2018-02-28
방통대 4년과정 마친 김영숙씨
매주 스터디 등 학업 매진 결실
동 대학원 영문과 진학 앞둬
만학의 50대 주부, 매 학기 장학금 받고 영문학 학사모 쓰다
대구공항 옆 K2 면회실에서 매주 방통대 영문과 동문들과 함께하는 영어회화 스터디 모임에서 김영숙씨와 동문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김영숙씨 제공>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학창 시절 학업의 기회를 놓친 사람은 평생 공부에 대한 갈증이 남다르다. 하지만 때로는 그 점이 강한 동기로 작용, 생각지도 못한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지난 24일 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한 김영숙씨(여·52·대구 북구 침산동)의 경우도 그렇다.

김씨의 첫인상은 빛나는 눈빛과 당당한 자신감, 그리고 열정으로 가득했다. 끊임없는 에너지와 줄기찬 노력에 힘입어 김씨는 만 4년 만에 방송통신대 영어영문과를 장학생으로 거뜬히 졸업해 동 대학원 영문과 진학을 앞두고 있다.

평범한 주부였던 김씨는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30대 후반에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해 합격과 함께 사무실을 내고 일을 시작했다. 이 무렵, 김씨는 학창 시절에 못다 한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가정을 꾸려가면서 일과 함께 공부도 해야 하는 1인3역을 감당하기가 어려울 법도 한데 그는 거뜬히 해냈다.

그녀는 단순히 늙어서 ‘노인’이 되는 것이 제일 싫었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귀감이 되는 ‘어른’이 되어 싶었다. 그래서 평소 관심이 많았던 영어를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동화책으로 시작했고 조금씩 재미를 붙일 즈음, 남편의 적극적인 권유로 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당시 남편은 자신 없어 하는 김씨에게 “당신은 잘할 것”이라고 배려와 격려의 박수를 보냈고 용기를 얻은 김씨는 본격적인 배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일이 없는 시간에는 대부분 책을 잡았다. 그렇게 좋아했던 영화도 안 보고 모임도 다 끊고 틈새 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으며 오직 학업에만 전념했다. 김씨는 지난해 대구공항 옆 K2 면회실에서 매주 한 차례씩 방송대 영문과 동문들과 함께하는 영어회화 스터디모임 총무로 봉사하며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매 학기 장학금을 받을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이나 자랑스러움은 더욱더 공부에 매진하게 하는 촉매제가 됐다”는 김씨는 “운전할 때도 강의를 들었고 늘 손에 책을 붙여놓고 살았다”며 지난날을 돌이켜봤다. 그는 “후회도 미련도 없이 보낸 4년이었다. 영문학도로서의 4년은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며 졸업의 기쁨을 표현했다.

김씨는 “공부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학기를 거듭할수록 실력이 늘고 있음을 느끼면서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지게 된 것”이라면서 “영어로 된 문학작품을 읽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3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마치고는 아주 짧은 영문소설 하나를 스스로의 힘으로 번역하기도 했다”고 들려줬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로 익히면 그것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처럼 공부에 전념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기쁨을 만끽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김씨는 요즘은 영어 일기를 쓰고 있다고 했다. 나이를 잊고 학문에 전념하는 열정의 끝이 어딜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이정경 시민기자 kyung63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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