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긴급진단 - 불황기 대구식당 경영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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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5   |  발행일 2018-05-25 제41면   |  수정 2018-05-25
“신규메뉴 쇠퇴기 잘 알고 있어야” “익숙하지만 새로운 게 승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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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식시장의 급격한 불황기조와 관련, 대담에 나선 정봉원 영진전문대 국제관광계열 교수(왼쪽)과 이성민 서가앤쿡 대표. 두 사람은 위기일수록 새로운 기회가 많으니 원칙과 본질에 충실한 경영을 할 것을 주문했다. 잘되는 업종은 없고 자신이 잘되는 업종으로 만드는 전략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심상치 않다. 다들 ‘외식’에만 목을 매는 것 같다. 방송도 쿡방을 넘어 별별 푸드프로그램을 다 쏟아내고 있다. 백종원은 ‘골목식당’까지 손대고 있다. ‘전 방송인의 식당주시대’로 접어든 것 같다. 특히 돈 벌 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은 대구. 더더욱 ‘외식산업’이 덫으로 변하는 것 같다. 지역 외식인프라의 밑그림도 새 버전으로 바뀌고 있다. 푸드타운과 리조트, 그리고 컨벤션과 레포츠모드까지 합쳐놓은 듯한 새로운 호텔문화 창출을 위해 막바지 공사를 진행중인 호텔수성의 파급력도 예측불허인 상태. 대구에서 가장 핫한 커피존이 된 수성못 동쪽 도로변은 평당 가격이 3천만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들안길에 물길을 내는 리모델링 사업도 연말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수성못과 들안길 상권이 한 덩어리로 움직일 심산이다. 덩달아 수성못 야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수성못 남쪽 도로변까지 새로운 푸드존으로 부상했다. 그 흐름에 안정감있게 편승한 식당이 현재 대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하나인 ‘서가앤쿡’이다. 2006년 외식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역의 대표적 푸드파이터인 이성민 대표. 지난 4월 수성못점을 오픈한 서가앤쿡 바로 옆엔 스타벅스가 진을 치고 있다. 그 곁에 다국적 의류재벌이 된 유니클로를 저격하기 위해 등장한 저가 창고형 의류매장인 서울발 ‘블루문앤코’가 최근 대구점을 차렸다. 중구 동성로에 신개념 식당가가 오는 6월2일 그랜드오픈하게 된다. 예전 중앙시네마 자리에 들어서게 될 ‘에비뉴8번가’. 일명 지역 첫 ‘관광푸드타운’인데 한국관광공사가 후원하고 입점 업소는 SBS 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맛집 8개소가 들어선다.

◆최근 외식시장 트렌드

최근 외식트렌드 한 자락을 살펴보자.

지난해 2월 국세청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자영업자)의 매출 증가율은 2014년 3%에서 2015년 1.4%, 2016년은 -0.8%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반면, 개인사업자의 폐업 건수는 2016년 84만건으로 전년(74만건) 대비 10만건 늘었다. 자영업자들이 소득 감소분을 대출로 충당하다가 결국 폐업으로 이어짐을 시사한다. ‘자영업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지만 경기불황과 온라인 쇼핑 급상승세로 인해 갈수록 소비는 위축되고 임차료, 최저임금 등 비용은 계속 늘어나서 수익성은 악화일로’란 분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위기가 곧 기회일 수도 있다. 반사이익을 노리는 자도 적잖다. 폐업은커녕 매장을 추가로 늘리는 이들도 있다. 시장 트렌드에 맞는 업종과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잘 선택해 쏠쏠한 재미를 보는 다점포 점주들이다. 중요한 점은 이들은 ‘생계형’이 아닌 ‘투자형’ 점주다. 장사가 잘된다 싶으면 같은 간판의 매장을 적게는 2~3개, 많게는 10개 이상 운영하며 수익을 극대화한다. 물론 트렌드가 바뀌었다 싶으면 발 빠르게 매장을 줄이고 다른 업종으로 갈아타기도 한다. 다점포 점주들의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현재 식당만으로 돈을 버는 건 어려운 실정이다. 오너가 ‘기획부동산 마인드’가 없으면 롱런하기 힘든 형국이다. 자기 점포가 없이는 미래가 불투명하니 적당한 자산이 확보됐을 때 자기 건물을 미리 확보해두거나 재개발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사각지대 부동산을 매입해놓는 것도 불황기 경영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최근 마케터들은 가성비를 넘어선 ‘가심비(價心比)’가 외식 트렌드로 떠올랐다. 가심비는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따지는 소비 패턴을 의미한다. 소비를 통해 스트레스나 우울함을 해소하고자 하는 소비성향이다. 최근 소비자의 향수를 자극하는 골목상권 식당이나 카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빅블러(Big Blur)’는 배달앱, 전자결제 수단 등의 발달로 온·오프라인 서비스가 융합되면서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혼밥과 간편식 발달이 지속되면서 외식 메뉴를 집에서 즐기는 ‘반외식’도 확산 추세다. 이로 인해 세트메뉴, 반찬과 요리상품의 포장·배달 등 고급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외식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장기불황에 직면한 식당주를 위해 두 명의 외식전문가를 불러 긴급 대담을 했다. 정봉원 영진전문대 국제관광계열 교수와 이성민 서가앤쿡 대표. 두 사람은 지난 19일 서가앤쿡 수성점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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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을 뿐 경기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힘든 업소는 인건비를 절약해야 되고 식자재 비용까지 줄이려고 할 것이다. 그럼 자연 서비스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선 안된다. 다양한 메뉴를 묶어 가성비를 높여줘야 한다.


◇ 정봉원 영진전문대 국제관광계열 교수

“인건비·식자재비 감축 해결 안돼
다양한 메뉴 묶어 가성비 높여야
대구 고객, 덤이 있는 식당에 감동
새 전략보다 충성고객 특별 관리
할인·경품 안 먹히면 메뉴혁신을”



위기라고 생각할수록 새로운 손님을 잡으려고 하기보다는 기존 손님을 더 확실히 내 사람으로 잡아두는 전략이 필요하다. 차별성보다는 지속성(생존)이 더 중요하다. 매출이 주는 것이 위험한 게 아니라 고객수가 주는 게 더 위험하다고 봐야 된다. 자꾸 인건비에 연연해 하지마라. 최저임금에도 얽매이지 마라. 대신 1인당 객단가를 높여나가는 세트메뉴 전략을 구사해 보라.

이제 충성 고객은 없다고 봐야 된다. 소비자도 생물이다. 언제나 다른 식당으로 옮겨갈 수 있다. 아직 대구 고객은 아끼는 식당보다 덤이 있는 식당에 더 감동한다.

갈수록 맛 못지않게 직원의 마인드가 중요해지고 있다. 모든 식당주는 목숨을 걸 정도로 매사에 올인한다. 문제는 매니저다. 그들은 충성고객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자기 식당을 살리는 주요 고객을 좀 특별하게 관리할 줄 알아야 된다.

메뉴도 성장기와 쇠퇴기가 있다. 모든 메뉴가 영원히 인기 있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메뉴가 한정돼 있어 자기가 좋아하는 메뉴를 잘 바꾸지 못했다. 이젠 자고나면 새로운 메뉴가 미각을 강타한다. 자신의 신규메뉴가 언제 쇠퇴기에 도달했는지를 잘 간파하고 있어야 한다. 가격할인, 경품을 제공해도 효과가 없으면 메뉴혁신을 단행해야 될 시점이 된 것이다.

식당 오픈 전에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 있다. 일단 무슨 식당을 할 건지, 어떤 고객을 상대할 건지, 자기 식당의 강점과 약점이 뭔지, 그리고 외식트렌드 추이를 잘 주시하고 있는지 알아야 된다. 그게 마케팅의 핵심이다.

젊은이들은 무조건 새것만 추구하는 줄 아는데 그건 아니다. 부모 단골 집을 찾아 순례하는 젊은 친구들도 적잖다. 경영마인드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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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R에서 펴낸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 2018’. 외식창업에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이 대표= 식당의 ‘본질’에 대해 재차 강조하고 싶다. 본질이 뭔가? 결국 제대로 된 음식이다. 제대로 된 음식이 나오려면 가급적 자연의 상태를 유지해야 된다. 남이 가져다 주는 식재료보다 직접 장을 봐서 내는 식재료가 더 믿음을 줄 수밖에 없다. 냉장고에 들어가 있는 식재료보다 구입해 온 즉시 식탁에 올리는 식재료가 본질에 더 가까운 것이다.


◇ 이성민 서가앤쿡 대표

“직접 장 봐온 식재료로 만든 손님상
외적인 것보다 원칙·본질 가장 중요
SNS 눈요기 거리도 반짝 관심일 뿐
너무 새로운 것이나 익숙한 것 위험
청각·후각·촉각까지 어우러져야”



많은 마케터들이 SNS 시대라서 음식 외적인 변수를 더 중시하는 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재밌는 인테리어 등으로 푸드블로거의 이목을 사로잡지만 그건 한 번의 반짝 관심일 뿐 결국 음식의 본질이 허술하다면 별별 마케팅도 결국 ‘흉내 마케팅’에 불과하다. 고전적인 이야기지만 식당은 역시 음식이 저급하면 아무리 고급스러운 마케팅을 해도 백약이 무효라는 생각이다.

식당이 위기라고 생각하면 그런 식당은 그래도 내공이 있다고 생각한다. 상당수 식당은 성장기에도 진입 못하고 무너진다. 쇠퇴기에 온 식당은 그래도 성장기를 지나온 업소다. 식당은 성장기와 비성장기로 구분해 생각해 봐야 한다.

많은 창업자가 어떤 식당, 어떤 메뉴가 좋은지 많이 질문한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너무 새로운 것은 위험하다. 너무 익숙한 것도 위험하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것. 여기가 승부처인 것 같다.

자꾸 묻기만 하고 자기 분석은 하지 않는 사람은 창업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묻는다는 것, 그건 가능성이 없다는 말이다. 된다는 것보다 안 된다는 것 속에 새로운 시장이 존재한다. 그런데 다들 되는 것, 대박만 찾는다. 그건 죽는 길을 스스로 파고 있는 것이다.

이젠 미각만 중요한 게 아니다. 청각·후각·촉각까지 어우러져야 한다. 서가앤쿡 요리에 유달리 계란프라이가 많은 것은 보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다. 우린 모든 걸 다 잘하려고 하지 않는다. 남들이 미리 만들어 놓은 최상의 상태를 서가앤쿡과 공유하도록 해서 서로 발전을 도모한다. 중국의 새 부호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처럼 새로운 콘텐츠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게 내 영업전략이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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