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명예훼손과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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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2   |  발행일 2018-06-22 제9면   |  수정 2018-06-22
[변호인 리포트] 명예훼손과 모욕

사람에게 ‘미친개’란 표현을 쓰고도 무죄를 선고받았다면 쉽게 이해가 될까. 그것도 페이스북과 같이 전파성 높은 정보통신망에 글을 올려 타인을 비하한 것이라면. 대법원은 최근 2017도20326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지칭하며 비하한 표현은 ‘무식한 택시운전자’와 ‘미친개에게 물린 셈 치고’였는데 두 표현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앞의 것은 상대에게 모욕감을 주는 표현이지만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는 이유였고, 뒤의 것은 아예 모욕적 언사가 아니라는 것이 이유였다. 이같은 경우 명예훼손과 모욕이 갈리는 구별 기준은 무엇이며, 법원에까지 올라간 모욕적 표현은 어떤 것이 있을까.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보호법익은 다 같이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외부적 명예인데, 전자는 구체적 사실적시를 요하고, 후자는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표현을 요할 뿐이어서 방법에 차이가 있다. 명예훼손이 사람의 명예를 보다 더 해하는 방법인 점을 감안해 모욕죄에 비해 더 중하게 처벌된다(대판 85도1629 판결). 구별기준이 위와 같다지만 실무상으론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 따라서 명예훼손에 이르지 못한 모욕의 예를 많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야 이 개 같은 잡년아, 시집을 열두 번을 간 년아”(대판 85도1629)는 피해자의 도덕성에 관한 경멸적 표현, “애꾸눈, 병신”(대판 94도1770)은 피해자의 외모에 대한 경멸적 표현, “도둑놈, 죽일 놈”(대판 4293형상864) “아무것도 아닌 똥꼬다리 같은 놈”(대판 88도1397) “년놈이 신고해서 경찰서에 갔다 왔다. 년은 안 나오고 놈만 나왔다”(대판 93도696) 등은 분한 감정을 다소 격하게 표현한 것, “뚱뚱해서 돼지 같은 것이 자기 몸도 이기지 못한 것이 무슨 남을 돌보는가”(수원지법 2006고정1777) 역시 추상적 경멸에 불과해 명예훼손이 아니다. 모두 모욕적 표현이다.

피고인 A씨는 2015년 3월 운전 중 택시운전사 B씨와 시비가 붙자 택시를 추월하며 욕을 했다. 분노한 B씨는 A씨의 차량을 추월해 앞을 가로막았고, 두 사람은 하차해 몸싸움을 벌였다. 이 일로 A씨는 B씨의 멱살을 잡아 폭행죄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고, 이후 B씨는 A씨에게 위자료소송을 걸어 원수가 따로 없었다. A씨는 B씨를 고소한 사건이 무혐의로 처리되고 자신만 전과자가 되자 페이스북에 일련의 일들을 상세히 썼다. 그 과정에서 A씨는 억울함을 토로하는 방법으로 ‘미친개에게 물린 셈 치고’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표현은 형사사건까지 된 것이 억울하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에 불과해 B씨에 대한 모욕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한편 ‘무식한 택시운전자’라는 표현은 법상 모욕이 맞지만 글 전체 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모욕의 정도가 경미해 사회상규에 반했다고까지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것이 대법원이 두 표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이유다.

평소 법원은 명예훼손 사건의 처벌 가부를 결정할 때 발설 내용과 동기를 중요시하고(대판 83도1017: 대판 2008도6515: 대판 2010도2877) 표현의 객관적 내용, 독자가 게시물을 접하는 방법,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전체적인 흐름, 문구의 연결방법을 모두 참작한다(대판 94도1770: 대판 98다31356 판결: 대판 98도2188: 대판 2003도1868).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너무나 쉽게 제한돼서는 안 된다는 점과 기본권 간 비교형량을 통해 각 사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잡겠다는 취지다.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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