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생계형 주거지 변모…대구 379곳·경북 100곳 이상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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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2 07:16  |  수정 2018-11-12 07:16  |  발행일 2018-11-12 제3면
90년대엔 고시 준비생 이용
최근엔 취약계층 주로 생활

고시원에 고시생이 없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9일 새벽 화재로 7명이 사망한 서울 종로구 고시원의 거주자 대다수는 고시생이 아니라 일용직 노동자였다. 고시원이 집 없는 취약계층의 ‘주거지’로도 사용되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보증금 없이 한 달 이용료만으로 머무를 수 있다 보니 월셋집도 구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엔 한 달 입실료가 100만원에 육박하는 고급 고시텔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고시원협회의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전국의 고시원은 총 1만2천691곳에 달한다. 10년 전 4천여개 정도로 추산된 것과 비교하면 고시원 수가 3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현재 서울에만 6천779개 있으며, 그중 1천55개가 관악구에 몰려있다. 평균적으로 고시원 한 곳엔 40개가량의 방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구지역 역시 2010년 195곳이던 것이 2018년 현재 379개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부분 도심지역(중구)과 대학로(성서·경산 등) 주변에 몰려있다. 경북은 2010년 56곳에서 현재 최소 100곳 이상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고시원은 ‘돼지막’으로 불리던 무허가 하숙집에서 출발했다. 책상·의자만 있는 약 3.3㎡(1평)가량의 방 한 칸짜리였다. 난방은 연탄이 아닌 나무가 사용됐다. 1990년대엔 사법·외무·행정고시를 준비하던 학생이 주로 이용했다. 고시원 이용자가 바뀌기 시작한 건 2000년대 후반 국가고시 제도 변화와 관련 있다. 2009년 로스쿨이 도입되고 사법고시가 폐지 절차를 밟으면서 고시원을 이용하는 고시생이 급격히 줄어든 것. 대신 일반공무원시험 준비자와 대입 재수생 이용이 늘었다. 황규석 한국고시원협회장은 “공무원 시험이 고시만큼 어려워지고 전문화되면서 고시원에 3대(사법·외무·행정) 고시생이 아닌 일반 학생까지 오기 시작했다"며 “이후 고시원은 점차 주거지의 한 형태로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고시원 수요는 일반인으로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주거지를 찾는 직장인까지 고시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겨우 책만 볼 수 있을 정도의 기본 요건만 갖췄던 초기 고시원이 이제는 ‘풀옵션’을 갖춘 원룸으로 변모하고 있다. ‘고시텔’이라는 이름으로 원룸 못지않은 시설을 갖춘 곳도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평균 입실료가 30만원이지만, 세탁기와 화장실이 있는 고시텔의 경우 80만원가량 한다. 황 회장은 “고시원 방값이 수십만원하기 때문에 노숙인들이 쉽게 머물지는 못한다"며 “수입이 있는 직장인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잠시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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