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복합문화공간이 되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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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23   |  발행일 2018-11-23 제33면   |  수정 2018-11-23
#커피 # 갓 구운 빵
#친환경 #스몰웨딩 #인증샷
#힐링 #아이 #반려견
■ 핫플 베이커리카페 현장속으로
20181123
한때 폐업해 황폐하게 방치된 농장형 식당을 리모델링해, 대구의 대표적 힐링 베이커리카페로 탈바꿈한 오 퐁드 부아 전경.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는 최정산과 절묘한 앙상블을 이룬 게 특징이다. 달달한 디저트 메뉴보다 한 끼 같은 빵을 전면에 배치했다. 가장 인기 좋은 건 버터기운이 물씬 풍기는 슈바게트.

대구 달성군 가창면 최정산(해발 905m).

등잔 밑이 어두워서 그런지 우린 그 산의 진가를 잘 모르고 스쳐 지나간다.

지역 뚜벅이족은 그 정상부에 꽤 넓은 면적의 초지(힐링파크 포니목장), 그리고 초원 한가운데 포토존 구실을 하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는 걸 안다. 최정산을 정점으로 우미산~주암산으로 연결된 그 능선 중 주리(주동)의 계곡은 꽤 깊다. 풍경을 옥죄는 고압전선도 없다. 그래서 조망이 남다르다. 화전민이 살고 있을 것 같은 그 시절 가옥 형태도 드문드문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제2의 인생을 전원주택, 식당, 카페 등으로 시작하려는 드리머들이 괜찮은 포인트 선점을 위해 지금도 자주 기웃거린다.

도심에 불던 베이커리카페
자연농원·정원 절충, 산세 조화
매머드 베이커리카페
비슬·팔공산 등지 확산중
밀폐형 벗어나 대형소파 공유
국제공항 로비 온것 같은
‘노 프라이버시존’
인증샷·포토존은 필수


주리에는 한 시절 풍운아로 살았던 사내가 차린 재밌는 카페형 식당이 있다. 최정산 정상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오리불고기를 팔며 풀잎처럼 살던 터프가이 모 사장이 하산해 차린 오리불고기카페 ‘취경’이다. 특히 골이 더 깊은 내주리에는 대자연식당, 꿩요리 전문 산성식당 등 이런저런 식당이 모여 먹거리촌을 구축했다. 이 먹거리촌은 바로 옆 우록리 흑염소먹거리마을과 함께 한 시절을 풍미했다. 물 좋고 서늘해 하절기에는 보양족이 떼로 모여 들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도심에도 다양한 워터파크와 보양식 전문 식당이 생겨나면서부터 경기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늘진 상권으로 기울던 이곳에 핵폭탄급 카페 하나가 지난 4월6일 오픈했다. 자연농원과 전원카페를 절충한 듯한 매머드 베이커리카페(이하 베카)인 ‘오 퐁드 부아(프랑스어로 ‘숲속의 깊은 곳’이란 뜻)’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팔공산 파계사 가는 길에도 비슷한 버전의 카페 ‘헤이마(HEIMA·아이슬란드어로 ‘집’이란 뜻)’와 남구 대명9동 ‘별을헤다’까지 가세했다. 팔공산의 경우 ‘대한수목원카페’, 그리고 지난해 ‘시크릿가든’이 이들보다 앞서 ‘식물원카페’로 대박몰이를 시작했다.

바야흐로 도심에 불던 베카 붐이 비슬산·팔공산권 등지로 확산 중이다. 이젠 커피만 팔아서도 빵만 팔아서도 돈이 되지 않는다. 둘이 합쳐져야 된다. 이미 파리바게뜨 등과 같은 유명 윈도베이커리들은 그걸 재빨리 간파하고 서둘러 커피존을 도입했다. 2000년 초에 돌풍을 일으킨 투썸플레이스도 디저트카페로 엄청 재미를 봤다. 하지만 이들에게선 수제빵의 진미, 그리고 제대로 된 커피의 울림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일부 브런치카페로 건너가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대구는 브런치카페의 승률이 상대적으로 적다.

요즘 전국구 카페의 틈새를 파고든 카페는 어떤 흐름을 갖고 있다. 바로 친환경, 친자연, 그리고 힐링. 아이와 반려견까지 함께할 수 있고 주말에는 스몰웨딩까지 가능한 복합문화공간 스타일이다. 여길 찾는 사람들은 너무 푸짐하게 먹는 것도 싫어한다. 그렇다고 커피 한 잔은 부족하다 여긴다. 그 욕구를 충족하는데 갓구운 빵만큼 적절한 건 없다. 2013년 시내 노보텔 후문 근처에서 문을 연 ‘슈만&’이 베카 붐을 조성한다. 여긴 5천원짜리 커피 한 잔을 마시면 빵은 무한리필이다. 그런데 최근 오픈되는 빵카페는 하나같이 대형이다. 또 구역이 정해진 밀폐형에서 벗어나 국제공항 로비에 온 것처럼 ‘노 프라이버시존’을 앞세운 게 특징. 큼직한 매트리스형 소파를 서로 공유해도 전혀 불편해 하지 않는 게 요즘 사람들이다. 다들 스마트폰을 잠시도 가만두지 않는다. 괜찮은 구도다 싶으면 바로 인증샷. 포토존은 필수다. 이제 이런 흐름에 둔감한 카페들은 영업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 주말 비슬산·팔공산을 오가면서 이 세 카페(오 퐁드 부아·헤이마·별을헤다)를 해부해 봤다. 사장들과 인터뷰를 나누면서 대구 카페문화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봤다. 세 카페는 대구가 커피·빵·차의 고장이란 걸 되짚어준다. 이들은 남의 욕망이 아니라 자기 욕망을 살려고 하는 스마트폰족의 ‘인증샷증후군’까지 절묘하게 이용한다.

꽤 넓은 공간의 정원과 주변 산세를 정원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전성기를 잃은 레스토랑 기능까지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연장, 세미나장, 갤러리, 결혼식장과 일부는 개인 사무공간으로 이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새로운 카페의 등장을 알리고 있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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