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일포스티노사운드 박정준 대표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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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05   |  발행일 2019-04-05 제35면   |  수정 2019-04-05
“지역민 사연 담은 맞춤곡 제작…음악으로 추억·감동 전하는 우편배달부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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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기획 및 공연, 음반제작, 문화교육, 1인 미디어방송국 등 다채로운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일포스티노사운드 박정준 대표.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지만 보컬로도 활동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뮤지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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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포스티노사운드 박정준 대표가 밴드 멤버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김정민(기타), 박정준, 허민영(보컬), 이경훈(작곡 및 제작), 최중혁(베이스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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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인의 길을 가도록 늘 지원해 주신 어머니(故 오득남)와 함께.

대구지역에 색다른 인디밴드가 있다. 자신만의 음악을 원하는 이에게 사연을 받아 이를 토대로 곡으로 만든 뒤 앨범까지 제작해 사연을 받은 이에게 전하는 ‘일포스티노사운드’다. 아름다운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듯, 음악으로 남김으로써 수시로 이 음악을 듣고 행복한 시간을 갖게 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일포스티노프로젝트’는 입소문이 나면서 요청자들이 늘고 있다.

일포스티노사운드의 이처럼 따뜻하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는 밴드의 이름에서부터 느껴진다. ‘일포스티노(il postino)’는 이탈리아어로 ‘우체부’라는 의미이다. 사람들에게 특별한 추억과 감동을 전하는 지역우체부가 되겠다는 것이다.

일포스티노사운드는 2011년 9월 작곡가이자 보컬로 활동 중인 박정준씨(31)가 젊은 음악전공자들과 힘을 합쳐 만든 밴드다. 현재 13명이 멤버로 활동 중이며 작사, 작곡, 공연, 기획, 연출, 인터넷 방송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어‘일포스티노’우체부 뜻
지역대학·사랑·친구 관련 사연 곡작업
1호팬으로 지원, 어머니 1년간 병간호
요양병원 시작 사회적 약자 사연 확대
각양각색 이야기 책으로도 만들 계획

어릴적부터 가요 반주로 멜로디 놀이
청소년기 이탈리아 유학해 왕따 경험
음악계기 관계 좋아져 작곡에 큰 관심
伊에 지역 뮤지션, 대구에 伊음악 알려

지역 청년작가 작품과 컬래버레이션
다양한 장르 협업 융복합콘텐츠 기획

동성시장 빈점포 활용 예술인 활동공간
일반인 참여 문화거리 프로젝트 진행
젊은뮤지션들 무한 잠재력 한껏 발휘


▶일포스티노사운드를 ‘사연 받는 우편배달부’라고 했습니다. 어떤 식으로 사연을 받아 음악으로 전하고 있는지요.

“일포스티노사운드의 활동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일포스티노프로젝트’인데 지역민에게 사연을 받아 그 사연에 맞춘 음악을 만들어 전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지역 소재의 대학교에서 사연을 받았으나 사랑, 친구와 관련된 것이 많아서 사회적 약자나 환자의 사연을 좀 더 담아내려 사연받는 층을 확대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각양각색의 사연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앞으로 이 사연을 책으로 엮어낼 계획도 있습니다.”

▶환자들의 사연은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니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는데요.

“어머니가 편찮아서 병원에 꽤 오래 계셨습니다. 입원해 계시는 1년반 동안 밴드 활동도 잠시 중단하고 병간호를 했습니다. 어머니는 저의 1호 팬으로 아낌없이 지원을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계시던 요양병원을 시작으로 사연을 받아 도움이 필요한 분이나 가슴 아픈 일을 당하신 분에게 한줄기 빛을 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반 시민의 사연도 받아 음악을 배달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인디밴드까지 결성했습니다. 어떻게 작곡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요.

“어린시절 팝을 좋아하던 7살 터울의 누나 덕분에 일찍이 팝전문 잡지(GMV)를 접하게 되었고 NOW나 MAX와 같은 빌보드 차트 순위권 앨범 등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박진영씨가 자신이 부르는 모든 곡을 본인의 사연을 토대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중에 어른이 되면 꼭 작곡을 하는 음악인이 되리라 다짐했지요. 작곡을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기성 가수의 반주에 다른 멜로디를 입히는 놀이(?)를 초등학교 때부터 장난삼아 계속해왔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음악을 시작한 것으로 압니다.

“청소년기를 이탈리아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음악을 전공하는 학교가 아닌,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외국어고등학교를 다녔지요. 교외 활동점수가 성적에 많이 반영되는 데다 원래 음악에 관심이 있었기에 늘 그룹사운드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동양인 최초 입학인 학교생활이 쉽지만은 않았고 그룹사운드 결성은 꿈도 꾸지 못했지요. 약간의 왕따를 당했는데 학교축제 때 무언가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축제의 일환으로 열리는 가요제에 참여하였습니다. 이후 여러 밴드에서 러브콜이 들어왔고 그때부터 교우관계도, 학업도 개선돼 즐겁게 유학생활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음악에 더욱 빠져들어 작곡이라는 분야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음악이 저의 구세주였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인지 일포스티노사운드가 이탈리아음악에도 큰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일포스티노사운드는 올해 이탈리아 가요를 보여주는 공연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탈리아 음악이라고 하면 오페라나 가곡 위주로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고 가요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대구 출신 뮤지션으로 이탈리아에서 다년간 유학생활을 했던 만큼 이탈리아 가요를 대구에 알리고 싶습니다. 또 이탈리아 현지에 대구 뮤지션을 알리는 활동도 기획 중입니다. 내년에는 이탈리아 현지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산 레포(san remo) 가요제’에도 참가하려 합니다.”

일포스티노사운드의 실력은 이미 지역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해 김광석다시부르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김광석의 노래를 파격적이면서도 참신하게 편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앞서 2014년 아양아트센터의 ‘찾아가는 음악회’ 전속 공연멤버로 선정돼 수차례 공연을 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사랑을 위하여’ ‘존재의 이유’ 등으로 잘 알려진 김종환과 함께 ‘일포스티노사운드, 김종환 컬래버레이션’ 공연을 했다.

▶지역의 젊은 예술인들과의 컬래버레이션도 다채롭게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압니다.

“지난해 대구문화예술회관 주최의 청년작가전에 선정된 이민주 작가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이민주 작가가 먼저 제의를 해와 작업했는데 이 작가의 작품을 보고 그 작품을 위한 음악을 작곡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작곡하는 과정에서 작가와 협의를 해나감으로써 서로 다른 장르의 조화로운 협업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4개의 작품과 작업을 진행했는데 QR코드로 작품을 보면서 음악도 감상할 수 있도록 했지요. 올해는 디자인아트 작가인 이예린씨와 음악과 디자인아트가 한 작품이 되는 새로운 융복합 문화콘텐츠를 기획해 1주일 정도 진행했습니다. 앞으로 소설과 음악의 컬래버레이션 등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해나가려 합니다. ”

▶동성시장아트프로젝트에서도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동성시장은 대구 수성구에 있는 시장입니다. 수성시장 바로 옆에 있는데 수성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습니다. 동성시장아트프로젝트는 빈점포가 가득했던 동성시장을 지역예술가들의 활동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사업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음악팀으로 참여해 현재 음악공연부분을 담당하고 동성시장을 문화거리로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개인레슨과는 차별화됩니다. 멤버들이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은 드럼, 피아노, 베이스기타, 일렉트로닉 기타, 우쿨렐레, 어쿠스틱기타, 보컬 등입니다. 교육 이후 본인의 사연을 바탕으로 한 창작물을 받아갈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입니다. 또 재능기부 형식으로 진행하는 원포인트레슨인 ‘뮤지컬 클리닉’을 마련, 매월 신청자를 받고 있습니다.”

동성시장은 1971년에 78개의 점포로 개장한 상설시장이다. 하지만 대형마트 등이 들어서면서 점포의 대부분이 오랫동안 비어져 있었다. 이에 대구시와 수성구,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동성시장아트프로젝트 등이 힘을 합쳐 동성시장에 예술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지역의 새로운 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을 진행했다. 장기간 빈점포로 방치돼 있던 26곳을 리모델링해 예술인들에게 임대했다.

동성시장에 입주한 예술가들은 다양한 예술을 아우르고 있다. 일포스티노사운드 같은 인디밴드를 비롯해 국악, 미술, 도자기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입주해있다.

▶1인 미디어방송국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포스티노사운드 사무실에서 월요일~금요일 오후 5시부터 2시간 ‘스푼’과 ‘트위치’에서 1인 방송을 하고 있으며 1인 미디어방송국이라는 콘셉트로 인원도 모집하고 있습니다. 1인 미디어 시장에서 꾸준히 편성을 이어가 끼 많은 지역민들 스스로가 방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이처럼 젊은 음악인들이 힘을 모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역에서 아직 인디밴드로 활동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으로 압니다.

“전국적으로 볼 때 대구지역의 음악인들은 수적·질적으로 결코 부족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서울 등 다른 지역에 비해 활동무대가 좁고 운영자금의 부족 등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이를 버티게 하는 힘입니다. ”

▶녹록지 않은 조건 속에서도 일포스티노사운드는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듯 합니다.

“일포스티노사운드의 활동기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멤버 전원이 음악관련 전공자들로 구성이 돼 있는 데다 대부분 20대의 젊은 청년들이 참여하고 있어 앞으로 발전 및 성공가능성은 크다고 생각합니다. 추가 장비 구입 및 안정적 운영자금이 확보되면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획사이기도 합니다. 대구지역 뮤지션들도 서울 뮤지션 이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것과 지역 젊은 뮤지션들의 무한한 열정을 보여주는 밴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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