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 진단의사 없어 70대 고엽제환자 5개월째 등록 못해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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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5 07:25  |  수정 2021-06-21 16:56  |  발행일 2019-08-05 제6면
대구보훈병원 관련전문의 공석 탓
월남전참전 유공자 보상지연 우려

월남전 참전유공자인 A씨(75)는 올해 초 손떨림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말초신경계 질환으로, 앞으로 손이 아닌 다른 부위에도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는 것. 전투부대원으로 전장을 누볐고 7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건강 하나는 자신있었던 A씨였기에, 장애인으로 남은 세월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담당의사는 “통증도 있었을 텐데 지금껏 어떻게 참았는지 모르겠다. 고엽제로 인한 증상은 오랜 잠복기를 거쳐 나타날 수 있다"면서 “우선 보훈처에 정식으로 고엽제 환자로 등록을 하면 국가에서 주는 보상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월10일 A씨는 진단서를 지참해 대구지방보훈청을 찾았다. 보훈청 관계자는 A씨에게 “절차상 대구보훈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등급을 판정하고 고엽제 환자로 등록할 수 있다. 대구보훈병원에 예약을 해놓을 테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보훈청에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A씨는 다시 보훈청에 연락했지만 돌아오는 건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 보훈병원에 의사가 공석이라 지연되고 있고 대기자가 많아 언제까지 된다는 대답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이 월남전 참전용사인 그가 들을 수 있는 답이었다.

의사 공석 탓에 등록이 5개월 넘게 지연되는 동안 A씨의 증상은 나날이 더 심해지고 있다. A씨는 “수많은 전우들이 희생됐기에 고엽제의 무서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최근 7월에 연락이 와서는 다음 달에 다시 이야기하자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미루기만 할 건지 답답한 마음이다. 타 지역 보훈병원에 가려고도 했는데 주소지가 대구고 여기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부산 등 타 지역 보훈병원으로 가서 진단을 받은 뒤 대구보훈병원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교통비 등에 대한 지원책이 전혀 없다보니 고령의 참전용사들이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대구보훈병원에는 재활의학과 의사가 한 명도 없다. 두 명의 전문의가 진료를 맡아왔지만, 지난해 11월 한 명이 퇴직했고 올해 2월 나머지 한 명마저 퇴사했다. 보훈병원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공고를 내고 있지만, 대우가 좋은 요양병원 등으로 재활의학과 의사가 몰리면서 구인난을 겪고 있다”며 “불가피하게 경북대병원·칠곡경북대병원 등에서 전문의를 초빙해 진료를 보고 있고, 이런 까닭에 그동안 중단됐던 신체검사도 이달부터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지방보훈청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대구경북지역 고엽제 환자 등록자는 2만42명이며 등록 대기자는 320명(증상에 따른 중복인원 포함)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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