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안녕 베일리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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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06   |  발행일 2019-09-06 제42면   |  수정 2019-09-06
전생 기억한채 네 번 환생한 반려견, 소녀를 지켜주다
20190906

듬직하고 사랑스러운 개 베일리와 함께 이든 할아버지(데니스 퀘이드)의 시골 집에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아기 씨제이. 하지만 엄마 글로리아(베티 길핀)와 할머니 한나(마그 헬젠버거)의 오해와 갈등이 깊어지면서 정든 시골 집을 떠나야 한다. 이후 씨제이의 삶은 자신밖에 모르는 엄마 때문에 우울함의 연속이다. 유일한 희망은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가수가 되는 것이지만 그마저도 용기가 나지 않는다. 성인이 된 씨제이(캐서린 프레스콧)는 힘들게 자신을 찾아온 베일리와 절친 트렌트(헨리)에게 용기와 위로를 얻는다.

‘안녕 베일리’는 전생의 기억을 간직한 채 환생을 거듭하는 개 베일리가 삶의 목적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룬다. “날 행복하게 해줬듯이 손녀 씨제이를 잘 보살펴달라”는 이든의 부탁을 지켜야하는 미션이다. 이를 위해 베일리는 네 번의 환생을 거친다. 이 영화는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은 W. 브루스 카메론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베일리 어게인’(2018)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베일리 어게인’의 베일리가 사람과 사람을 거쳐 결국은 이든에게 돌아가는 이야기였다면 ‘안녕 베일리’는 씨제이를 보호하라는 미션을 받은 베일리와 씨제이라는 한 소녀의 성장담에 주목한다.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세상 흥미롭게 묘사
따뜻하게 그려진 삶의 희로애락, 눈물샘 자극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은 대체로 기쁨과 위안으로 가득 차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기에 예정된 이별과 슬픔을 감내해야 한다. 영화는 우리 곁을 떠난 반려동물이 어떻게 항상 우리와 함께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환생을 해도 전생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베일리는 네 번의 환생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늘 씨제이를 찾아나선다. 보스독에서 7년 후 몰리로 다시 태어난 베일리는 우여곡절 끝에 씨제이의 집으로 입양되고 씨제이가 행복할 때, 슬플 때, 외로울 때, 항상 옆을 지켜준다. 유일하게 주유소의 빅독으로 다시 태어냈을 때만 그녀와 함께 있지 못했다. 하지만 맥스로 환생한 베일리는 유기견 입양소에서 드디어 씨제이를 다시 만나게 된다.

만나야 할 인연은 끝내 만날 수밖에 없다. ‘안녕 베일리’는 철저히 개의 시점에서 표현되는 이야기지만 단순히 동물을 의인화한 여타 영화들과 차별된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시간을 현실적으로 담아내는 동시에 예정된 이별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환생’이라는 설정을 통해 위안을 전한다. 사람이 죽어서 천국의 문에 들어서면 평생 함께하던 반려동물이 마중을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영화의 미덕은 반려동물과의 예정된 이별을 슬프게 묘사하기보단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시종 따뜻한 시선을 견지해 나간다는 점이다.

환생할 때마다 다른 환경과 다른 몸, 다른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개의 모습을 통해 존재의 이유도 반추한다.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 세계가 흥미롭게 묘사되는 가운데 삶의 희로애락이 따스한 필치로 조명돼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만능 엔터테이너 헨리가 트렌트 역으로 할리우드에 첫 진출했다. (장르:드라마 등급:전체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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