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오컴의 면도날과 개구리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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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2   |  발행일 2019-10-12 제23면   |  수정 2019-10-12
[토요단상] 오컴의 면도날과 개구리 소년
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영원히 묻힐 것만 같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드디어 밝혀졌다. 뒤늦게나마 밝혀지면서 우리가 계속 기억을 하고 정의를 실현하려는 욕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예전에 표창원 의원이 그는 지금 교도소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었는데 그 말이 사실임이 드러났다. 인생의 에러는 자꾸 누적이 되지 않던가. 하물며 지겨움을 참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들은 악행을 반복적으로 저지르기 때문에 결국 어느 순간 덜미가 잡히기 마련이다. 부처가 말했듯이 당장은 속일 수 있어도 시간이 흐르면 세상은 업보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래서 시간의 힘은 정말 위대하다. 이 일이 기폭제가 되어 경찰은 3대 미제 사건 중 하나였던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도 재수사에 착수했다.

문제는 이 사건은 발생 15년이 지나면서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공소시효와 관련없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그나마 다행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정말 제대로 수사해낼지 의심이 든다. 경찰은 실종사건 발생 직후 와룡산 일대에서 525차례에 걸쳐 연인원 7만1천명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유골은 소년들이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불과 3㎞ 정도 떨어진 인근 야산 초입에서 11년6개월 만에 발견되었다. 더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당시 경찰은 아이들이 길을 잃고 헤매다가 급격히 체온이 떨어지면서 동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인 다섯 명의 아이들이 추우면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집에 들어오면 될 것을 굳이 함께 껴안고 엉켜 있다가 동사한 후 스스로 무덤을 파고 들어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현장에서 유골 발굴과 감정을 담당했던 경북대 법의학팀은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서 3구의 두개골에서 발견된 상처는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생긴 상처라고 밝혔지만, 당시 감식반 관계자는 사체가 완전히 부패한 뒤 충격으로 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컴의 면도날’이란 14세기 영국의 오컴이라는 지역에서 논리학자이며 수사였던 윌리엄이 처음 창시한 개념이다.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면, 간단한 쪽을 선택하라는 뜻이다. 간단한 쪽이 확률적으로 발생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우리는 뒤에서 말발굽소리가 들린다면 말이 달려온다고 생각하지 유니콘이 달려온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아주 희박한 확률로 유니콘이 내 옆을 지나칠 수도 있고 조금 더 높은 확률로 노루가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러나 말이 달려 올 확률이 압도적이므로 우선 이 가설을 채택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경찰은 유니콘이 달려오고 있다고 우기는 느낌이다. 어느 의사가 내 가족을 오진했다면 아마 다시 그 의사에게 내 가족을 맡기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내 가족을 오진한 의사에게 다시 맡기는 느낌이 들까?

오컴의 면도날 개념을 적용한다면 아이들이 살해되었다고 일단 가정하는 것이 옳다. 이 범인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동기가 보이지 않은 걸로 봐서 모종의 실수를 덮으려는 의도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저 일은 한두 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세 명 이상의 집단일 가능성이 높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신질환자설은 은폐의 정도를 보아 제정신이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므로 가능성이 낮다. 내가 심리학적 관점에서 이렇게 고찰했지만 나 역시 이런 쪽으로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틀릴 수 있다. 단지 이렇게 추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간디는 자신에 찬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결국 그들은 예외 없이 몰락한다. 예외 없이!” 여기서 그들이란 양심없는 자들을 말하며 사이코패스 같은 자들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지금도 이들은 서로 연락망을 취하면서 자수나 사실이 새어나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단속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 중에 누군가 이 글을 본다면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만약 행복하지 않고 괴롭다면 양심을 선택하고 전말을 밝혀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간디가 말했듯이 스스로 몰락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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