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근로장려금 신청하라 통보해놓고 지급대상 아니라니…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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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8 07:28  |  수정 2021-06-21 16:55  |  발행일 2019-10-28 제6면
국세청 연락에 수급신청한 A씨
“최종심사서 제외됐다”답변들어
작년 대구·경북서 25%가 탈락
“대상자 명확히하고 연락줬으면”

대구 동구에 사는 A씨(29)는 지난 5월 국세청으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2018귀속 근로장려금 정기분 신청 대상자로 선정됐으니 기한 내에 신청을 하라”는 내용의 통지서였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근로장려금 신청 절차를 밟았고, 134만원으로 예상금액이 책정됐다. A씨는 올해초 취업에 성공해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으며 비정규직으로 10개월 근무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근로장려금 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9월, 근로장려금이 추석 이전에 지급된다는 소식을 접한 A씨는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동안 빠듯한 형편에 고치지 못했던 노트북을 수리하고 명절을 맞아 부모님께 용돈도 드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일이 가까워져도 근로장려금은 나오지 않았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한 결과 심사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황한 A씨는 대구지방국세청에 전화를 걸었고, 담당자는 “올해 가구원 소득이 늘어서 근로장려금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2018년 기준으로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지만 그는 같은 대답만 되풀이했다.

근로장려금 지급 기준에 의문을 품은 사람은 A씨뿐만이 아니다. 취업 준비생인 친구들도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며 마트에서 일하는 B씨는 원래 받기로 했던 70만원의 절반도 안되는 30만원을 받았다. 재산 요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근로장려금은 소득이 낮지만 지속적으로 생산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가구에 정부가 현금을 주는 ‘근로연계형’ 복지제도다. 그러나 신청대상에 선정됐지만 실제로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다.

정보공개를 통해 대구지방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 2018년 근로장려금 정기분은 신청가구 56만4천여 가구 가운데 75%인 42만3천여 가구가 실제로 지급을 받았다. 심사 대상 4분의 1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셈이다.

심사 과정에서 제외되는 이유를 보면 △추가 소득이 조회되어 소득 기준을 초과되거나 △가구원 재산합계가 2억원 이상인 경우 △동일가구에서 다른 가구원이 근로장려금을 받은 경우 등이다. 단순히 소득이 낮다고 해서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담당관들이 요건을 검토해 지급액을 산정하게 된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대구지방국세청 관계자는 “기준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며 “근로장려금 수급대상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문의가 폭증해 세세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유를 먼저 확인하고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이의제기를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청년을 돕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누구에게 혜택이 돌아가는지 의문이다. 근로장려금은 희망을 주기도 했지만 더 큰 실망이 돼 돌아왔다”면서 “처음부터 자격대상에 대한 공지를 명확하게 하고, 그에 따라 자격에 충족하는 사람만 신청자로 정하는 세심함이 아쉽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대구지방국세청은 2019년 상반기 귀속 근로장려금 신청안내 대상을 18만3천여가구로 산정해 심사를 진행, 12월말까지 장려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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