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2020 푸드 트렌드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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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0   |  발행일 2020-01-10 제41면   |  수정 2020-01-10
배달앱에 길들여지는 나홀로 족…홀로 설 곳 점점 잃어가는 외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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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2020 코리아 트렌드 중 주목해야 할 첫 키워드는 '멀티 페르소나(Me and Myselves)'. 다양한 상황과 SNS 매체 등에 따라 가면을 바꿔 쓰듯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며 서로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다층적 자아를 의미한다. 특히 배달문화 확산으로 일반 식당은 그 어느때보다 살아남기 힘든 실정이다.

지금 한국 외식업계 최대 핫뉴스는 뭘까? 바로 국내 배달 앱 1위 '배달의 민족'이 독일계 기업에 매각된 사실이다. 배달의 민족을 세계적 규모로 키워낸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 언뜻 방송인 홍석천을 닮은 빡빡머리 김 대표는 독일의 글로벌 모바일 배달 서비스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에 국내 배달 앱 1위를 달리는 배달의 민족을 4조7천500억원에 팔았다. 현대건설과 삼성카드 시가총액과 맞먹는 규모다. 대한민국 창업 역사에 큼지막한 족적을 남긴 셈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소상공인들은 이들의 행보를 불안하게 주시한다. 외식시장이 왜곡되고 붕괴될 것이란 우려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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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주도로 만들어져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20'.


배달지상주의 도래
맞벌이·싱글족 증가, 배달음식 특수
식당 50%, 배달앱과 불가피한 연계
늘어나는 오토바이 행렬과 폐업점포


어느 날부터 식당 앞에 배달 문구가 들어간 현수막이 급속도로 부착되고 있다. 그동안 다들 '음식은 제대로 먹기 위해 식당에 가야 된다'고 했다. 그런데 몇 년새 그 관념이 새로운 식문화 환경으로 인해 여지없이 붕괴되고 있다. 달라진 여건은 이렇다. 일단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주부들은 부엌에서 요리책 봐가며 느긋하게 요리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 틈을 비집고 올라온 게 '배달 문화'다. 직장에 나간 부모와 아이의 동선은 서로 엇갈린다. 학교에서 일찍 귀가한 아이가 직장에 있는 엄마한테 전화를 건다. 배고프다고 치킨과 피자 등이 먹고 싶다며. 그럼 직장녀는 배달 앱을 통해 그 음식을 배달해 준다. 평소 잘 챙겨주지 못하는 혼자 사는 시댁 어른의 입맛도 실시간 배달 앱으로 해소해 줄 수 있다. 다들 이런 패턴이다 보니 배달의 민족은 창업 6년 만에 국내 외식시장의 지형도의 근간을 완전히 뒤집어놓고 있다.

배달의 민족을 슈퍼갑으로 만든 세력 중 한 축은 나혼자 살아가는 홀로족의 폭증이다. 직장도 잡지 못하고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부모와 떨어져 혼자 원룸 등에서 사는 자녀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이혼녀도 엄청나다. 이들은 다중이 식사를 하는 일반 식당에 혼자 앉아 밥을 먹는 걸 부담스럽게 여긴다. 그런 어둑한 싱글족의 맘을 품어주는 제대로 된 혼밥 전문 식당은 대구의 경우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홀로족들은 배달음식에 길들여진다. 배달이 아니다 싶으면 웬만한 메뉴는 다 구비해 놓고 있는 근처 편의점으로 가서 도시락을 붙잡는다.

일반 식당들도 홀로족이 자유롭게 올 수 있게 혼밥 식탁 운영법을 고민해 봐야 될 시점이다. 지금 전국 식당의 50% 이상은 배달음식특수를 역이용하기 위해 배달 앱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자기 식당을 더 잘 노출 시키기 위해 광고용 깃발을 온라인에 매립한다. 배달의 민족 깃발 한 개 광고료는 월 8만8천원선. 어떤 가게는 20여 개를 매입한다. 과열을 예방하기 위해 지금은 3개로 제한돼 있다. 자연 거리를 종횡무진하는 배달 오토바이 행렬은 연이어 문을 닫는 가게 수만큼 불어나고 있다.


푸드 트렌드 향배
한해 치킨 창업 6200개, 폐업 8400개
다층적 변신 세대 '멀티페르소나' 주목
업글인간·팬슈머 새로운 소비층 부상


지난해 KB금융그룹이 발표한 '자영업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카페 다음으로 가장 많은 점포 수를 기록하고 있는 치킨집의 경우 2018년 창업은 6천200개, 폐업은 8천400개로 창업 점포보다 폐업 점포가 많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창업한 기업 중 1년 이상 생존한 곳은 100곳 중 65곳에 불과하다. 35%는 폐업 신세를 면치 못한 셈이다. 살아남은 이들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최근 5년 이상 살아남은 경우는 100곳 중 30곳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대표격인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분석서 '트렌드코리아 2020'는 그 관심도가 식을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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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트렌드 중 주목해야 할 첫 키워드는 '멀티 페르소나(Me and Myselves)'. 다양한 상황과 SNS 매체 등에 따라 가면을 바꿔 쓰듯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며 서로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다층적 자아를 의미한다. 새로운 종족으로 '업글인간' '오팔세대' '페어 플레이어' '팬슈머' 등이 선정됐다. 업글인간은 어제보다 나으 나, 성공이 아니라 성장을 지향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이들을 말한다. 오팔세대는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5060 신노년층을 의미한다. 새로운 일자리에 도전하고 활발한 여가생활을 즐기며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각되고 있다. 페어 플레이어는 공평하고 올바른 것에 대한 추구가 강해지는 트렌드를 표현했다. 공정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는 공평성과 선한 영향력을 중시한다. 팬슈머는 직접 투자와 제조 과정에 참여해 상품과 브랜드, 스타를 키워내는 신종 소비자를 말한다. 이들은 무조건적 지원과 지지만 하지 않고 간섭과 견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이제 얼리어답트족들은 집, 가구, 차 등 모든 것을 소유하지 않으려 한다. 그냥 공유하고 향유하려 한다. 그것에 따라 '스트리밍( Streaming)'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다. 소유하지 않고도 경험할 수 있는 스트리밍이 음악을 넘어 삶의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역 외식업계 전망
6500원 옛날 통닭, 향촌동 2천원 국수
맛·가격 만족시키는 초저가 마케팅
베이커리카페·고가 한정식 인기 지속


생각나는 몇몇 식당이 있다.

초저가 마케팅을 펼치는 두 치킨 브랜드. '빅대디치킨'과 '앞산옛날통닭'. 빅대디는 생긴 지 1년도 안돼 벌써 10여개 업소로 불어나고 있다. 한 마리는 4천500원, 두 마리는 8천500원, 세 마리는 1만2천원이다. 어떻게 이런 가격이 가능한가? 빅대디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것도 국내산 닭이다. 모르긴 해도 배달 통닭의 새로운 마케팅 기법, 그리고 가장 담백한 맛만 연출하는 것이 승부처인 것 같다.

특히 대명동의 최강 통닭으로 불리는 앞산옛날통닭은 한 마리 6천500원, 두 마리 1만2천원, 여기서는 마트형 횟집처럼 상차림비로 1천원을 받는다. 프라이드치킨과 달리 과도한 양념을 튀김옷에 첨가하지 않아 정말 예전 시골 장터 가마솥에서 방금 튀겨낸 통닭 같다. 무엇보다 주인이 중년이 아니고 청년급이다.

현재 대구에서 가장 싼 메뉴로 불리는 2천원짜리 음식도 여전히 강세다. 고산골 초입을 지키는 2천원짜리 콩나물국밥과 향촌동 2천원짜리 국수다. 현재 고산골 입구에는 모두 두 집(안동국밥·명성식당)이 콩나물국밥을 파는데 이건 예고편이다. 모든 게 2천원이 아니다. 고등어정식은 5천원, 시래기정식은 3천500원, 고등어 추가는 3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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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향촌동 2천원짜리 옛날국수.

향촌동 2천원짜리 옛날국수는 간편 소면인데, 이걸 먹으러 왔다가 다른 메뉴에 빠지게 만든다. 여기에 남구 대덕문화전당 맞은편에 5천원짜리 황태국밥이 등장했다. 이 철 전국에서 가장 싼 생대구탕을 먹어보려면 시내 중구 인교동 오토바이 골목 근처에 있는 '태화식당'을 가면 된다. 한 그릇 6천원.

커피와 빵을 결합한 베이커리카페 돌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고유명사로 자리 잡은 '스타벅스'는 세력을 더욱 키우며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를 선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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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베이커리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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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맥주.

대구의 경우 '창고형 베이커리카페'가 올해도 돌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창고형 베이커리카페는 서울 구도심권 슬럼화된 도심 속 공장을 리모델링해 론칭됐는데 이게 인스타그램을 통해 엄청 팔려나갔다. 대구에서는 빵에 더 비중을 두면서 도미노붐을 일으키고 있다. 비슬산 오퐁드푸아, 팔공산 헤이마, 시내 남산동 남산제빵소, 대명동 별을 헤다, 북구 칠성동 이마트 맞은편 빌리웍스, 우즈(WOOS), 또한 핸즈의 프리미엄 매장인 핸즈 포르테도 높은 천고와 이색적 인테리어로 단골을 많이 확보했다. 하지만 이들도 스타벅스의 아성은 넘겨다 보지 못하고 있다.

약전골목 동쪽 입구에 있는 대구근대단팥빵은 조만간 대구 빵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빵 박물관'을 론칭할 예정이다.

배달시대라지만 여전히 들안길 용지봉, 수성구 안압정 등 힐링 가득한 고가 한정식에는 사람이 몰린다. 트렌드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고 해서 죽는 것도 아니다. 대구 따로국밥 1번지 '국일'은 여전히 자기 숨을 내쉬고 있다.

된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다. 새로운 브랜드는 각오를 해야 한다. 틈새를 파고들어야 하고 장기전보다는 3년 이내 기본 승부를 보는 시그니처 메뉴를 찾아야 하고 SNS, 배달앱, 홀로족 단골 확보, 반려견주를 위한 히든 변수를 어떻게 핸들링할 건가를 숙고해야 된다. 나머지는 신의 몫.

글·사진= 이춘호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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