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성의 사주 사랑(舍廊)]- 출산택일 유감

  • 김기오
  • |
  • 입력 2020-01-30 18:42  |  수정 2020-01-3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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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이걸 우짜노?” 


지인으로부터 작명 의뢰를 받은 아이의 사주를 본 순간 한탄을 쏟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10여 일 전쯤 지인이 출산 날짜에 관하여 문의를 해왔었다. 가까운 집안의 임부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 병원에서 정상분만이 어렵다면서 어느 날에 유도분만을 하자고 한다, 그날이 좋은 날인지 나쁜 날인지 알아봐 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그게 출산택일이라며 출산택일에 관하여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다.


출산택일은 제왕절개수술을 통해 분만할 경우에 이뤄지는 행위이다. 자연분만이 산모와 아기 모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좋다는 건 다들 안다. 하지만 산도가 열리지 않고 출혈이 심하거나 산모와 태아의 생명에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제왕절개분만을 한다. 이때 이왕이면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서 출산 날짜를 잡는 게 출산택일이다. 


흔히들 출산택일이라고 해서 출산할 날짜만 잡는 게 아니라 날짜와 시까지 잡아야 한다. 만약 출산하는 달이 월건(한 달의 시작 시점) 전후에 걸리면 월·일·시를 다 잡아야 하고, 출산하는 해가 입춘(한 해의 시작 시점) 전후에 걸리면 년·월·일· 시를 다 잡아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제왕절개수술 가능 기간의 사주를 다 뽑아서 가장 좋은 사주를 선정하는 일이 출산택일이다.


대개 의사들은 제왕절개수술이 가능한 기간을 정해준다. 그 범위는 대체로 출산 예정일을 7~14일 앞둔 기간이다. 이 기간 안에서 출산택일을 하려면 7~14일 동안의 사주를 다 뽑아서 살펴야 한다. 하루에 나오는 사주는 13개이므로 7일 동안의 사주를 뽑으면 91개가 나오고 14일 동안의 사주를 뽑으면 182개가 나온다. 


이렇게 나온 91개~182개의 사주에 나타나는 건강, 재물복, 배우자복, 자식복, 관복을 일일이 다 살펴서 나쁜 사주는 버리고 좋은 사주 몇 개를 후보로 선별한다. 그다음 부모의 선호(아기에게 바라는 성격, 직업 등)을 고려하여 2~3개를 선정해 우선순위를 매긴다. 


가장 좋은 1개로 못 박지 않고 2~3개를 선정하는 건 임부나 태아의 상태 혹은 병원 사정에 의하여 가장 좋은 시기에 출산하지 못하는 사정이 생기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더러 발생하기도 하므로 출생시기를 잡아준 사람(명리가)은 임부의 가족과 담당의사 못잖게 긴장을 한다. 


이같이 7~14일 기간의 사주 91~182개를 다 살펴서 출산시기를 정하는 일이 가장 완벽한 출산택일이요, 아기가 가장 좋은 사주로 태어나 가장 행복하게 살도록 하는 운명제조 작업이다. 선택의 범위가 큰 만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의사)의 사정으로 1주일 중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5일이 수술 가능한 날이고, 24시간 중에서 야간시간을 제외한 낮 근무시간(09~18시)이 수술 가능한 시간이므로 출산택일의 범위는 많이 좁아진다. 그러면 5~10일 중 낮 근무시간 기준으로 출산택일을 한다면 나오는 사주는 하루에 6개씩이니 총 30~60개이다.


30~60개의 사주를 살핀다 해도 그 작업은 어렵고 힘이 든다. 하나하나의 사주에 나타나는 복분의 길흉을 모두 점검하고 앞으로 펼쳐지는 인생항로에서 벌어지는 사안의 길흉까지 모두 관찰해서 가장 좋은 사주를 골라내는 일은 극한작업이다. 무엇보다 출산택일하는 명리가의 실력이 중요하다. 돌팔이, 반풍수, 얼치기 실력으로 함부로 출산택일을 했다간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출산택일은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일이다. 올바른 택일로 생년월일시가 좋은 때에 만복을 고루 갖춘 사람으로 태어나면 그 사람이 행복할 뿐아니라 가족과 사회와 국가와 인류가 행복하다. 반대로 잘못된 택일로 나쁜 때에 나쁜 복분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때에 태어나면 그 사람이 불행할 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와 국가와 인류가 불행하다.


필자가 출산택일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명을 했으나 지인은 출산택일을 의뢰하지 않았다. 나의 설명 부족으로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가 부족했는지 혹은 그 비용이 부담스러웠는지 추후 연락이 없으니 그 까닭은 모른다. 어떠하든 아기가 좋은 날 좋은 시에 건강하게 태어나길 바랐다. 그러고 3주 후쯤 지인한테서 아기의 작명을 의뢰받고 그 사주를 살펴보니 아쉬움이 많아 한탄을 쏟아냈던 것이다.


그 아쉬움은 첫째 아기는 신약(身弱)사주의 주인공이란 점이다. 신약사주란 주체가 약한 사주란 뜻이다. 신약하면 나약하고 소심하고 우유부단해서 세상을 살아가기가 힘들다. 나는 내 운명과 인생의 주인으로서, 내 왕국의 임금으로서 운명과 인생과 왕국을 이끌어 가야 하거늘 내 자신인 주체가 약하니 그러질 못한 채 오히려 운명과 인생의 노예 혹은 왕국의 신하로서 살아가기 십상이다. 


둘째 자식복이 넉넉지 못한 점이다. 임신과 출산에 어려움이 있다. 잉태가 잘 되지 않거나 임신을 해도 유산할 소지도 있다. 출산도 순조롭지 못하다. 자연분만이 불가하여 제왕절개수술을 통해 출산하거나 사산할 위험마저도 있다. 


셋째 배우자복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여자로서 관살(官殺)혼잡한 명이다. 관살혼잡이란 본 남편(정관正官)과 애인(편관偏官=殺)이 뒤섞여 있다는 뜻이다. 여성이 이러하면 좋은 남편을 얻기 어렵다. 도박, 음주, 무능, 폭력 등으로 나를 괴롭히는 남편을 만나기 쉽다. 그런데 식신(食神)에 의하여 편관이 제거되어 정관만 남는 거살유관(去殺留官) 상태로 바뀌어 배우자복이 맑아져 다행이다. 그래도 운의 흐름에 따라 관살혼잡 상태로 되돌아가는 때가 있으니 지극히 유의해야 한다.


설상가상! 남편복이 아름답지 못한 데다가 남편복이 없어서 소실(첩)이 된다는 소실살, 남편과 생사이별하거나 독수공방한다는 고란살이 배우자 자리에 앉아 있으니 남편복이 흉흉하지 않을 수 없다. 소실살과 고란살은 신살의 일종이다. 사주는 오행 상생상극을 중심으로 봐야 정확하며, 신살 위주로 보면 잘 맞지 않으므로 봐선 안 된다. 하지만 상생상극의 이치로 봤을 때 남편복이 나쁜 상황인데 흉의를 지닌 소실살과 고란살마저 배우자 자리에 있으면이 이를 함께 봐야 한다.


온 가족의 축복 속에 희망을 안고 갓 태어난 아기의 사주를 두고 남편복이 어떠니 자식복이 어떠니 하고 세세하게 이야기해서 먼 날의 걱정을 미리 하도록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렇다고 무작정 좋다고 하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다. 그래서 자식복과 배우자복에 미진한 부분이 있으니 성년이 되면 궁합을 통해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줄 남자를 만나 결혼하도록 도와주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우호성<△언론인(전 경향신문 영남본부장)△소설가△명리가(아이러브사주www.ilovesajoo.com 운영. 사주칼럼집 ‘명리로 풀다’출간)△전화: 010-380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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