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HPV 예방접종

  • 노인호
  • |
  • 입력 2020-02-18 07:48  |  수정 2020-02-18 08:48  |  발행일 2020-02-18 제20면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으로 발병률 낮추는 유일한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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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은 조기검진과 예방접종으로 발생률과 사망률이 많이 낮아진 암이다. 하지만 2017년 기준 한국 여성에게서 7번째로 많이 진단되는 암 종류로, 여전히 발생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전체 환자 수는 줄고 있지만, 최근 20~30대 젊은 자궁경부암 환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15~34세 여성군만 따로 놓고 보면 갑상선암, 유방암에 이어 발생률이 셋째로 높다. 40~50대에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진 자궁경부암의 발생 연령이 갈수록 낮아진다. 이는 성경험 연령이 점점 낮아지면서 어린 나이에 원인 바이러스에 감염될수록 암의 진행이 빠르기 때문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자궁경부암 발생 연령 갈수록 낮아져
성인은 2년에 한차례 국가검진 받아야

초등6~중1 만12세 예방접종 2회 무료
독감 예방접종보다 이상반응 낮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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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아 교수

◆자궁경부암은 국가검진 대상

다양한 장기에 다양한 종류의 암이 발생할 수 있고, 각각의 암은 모두 성격이 다르다.

자궁경부암은 진행이 느리고, 검진을 하면 암의 발생 초기에 병을 발견할 수 있다. 발생 초기에 치료하면 생존율이 높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검진을 하면 이득이 매우 크다. 특히 암의 90%가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라는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이 있어, 예방접종으로 발생률을 낮출 수 있는 유일한 암이다.

하지만 많은 정보가 오히려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한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자궁경부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검진을 받으려는 여성들조차 자궁경부암 국가검진이 무엇을 하는 검사인지, 또 바이러스 검사와 예방주사는 도대체 뭔지 헷갈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자궁경부암 국가검진에 대한 전 국민적 인식이 높아진 덕분에 최근에는 자궁경부암 검진이 국가검진에 있는지 모르는 여성은 거의 없다.

20세 이상의 성인 여성이 2년에 한 번 국가검진 대상이 되고, 검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으로 바이러스 검사가 필요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처치가 필요한 것을 대부분 알고 있다.

여기에 소위 '자궁경부암 예방주사'(이하 HPV 예방접종)라는 게 있고, 성경험 전에 혹은 성경험 이후라도 빨리 맞으면 좋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하지만 성인여성의 경우 예방접종이 좋다는 것을 안다고 하더라도 덥석 접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접종 1회 비용이 대략 20만원 정도, 3회 접종에 총 60만원가량인 만큼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만 12세 예방접종은 무료

성인여성과 달리 만 12세 여성 청소년은 비용 부담 없이 예방접종이 가능하다. 직접 챙기기는 힘들고, 부모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즉 부모세대들은 '이 예방주사를 맞으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녀 세대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있는 셈이다.

2016년 6월부터 국가에서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 또는 중학교 1학년 나이인 만 12세 여성 청소년에게 6개월 간격, 2회에 걸쳐 HPV 예방접종을 무료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20만원의 비용을 당장 내 주머니에서 아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접종을 시행하지 않는 부모가 매우 많다고 현장 의료진은 전했다.

이런 상황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의료진은 △시행한 지 오래되지 않아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일차적인 두려움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인터넷에 떠도는 근거 없는 루머와 전반적인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한 몫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부작용 루머에 그나마 근거가 될 만한 케이스는 2013년 일본에서 보고된 보행장애,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등을 호소한 사례였다. 하지만 일본 후생노동성 및 세계보건기구(WHO)가 확인한 결과 이는 어떠한 종류의 주사투여에도 있을 수 있는, 접종 대상자의 심리적 불안과 긴장에 의한 것으로 결론났다.

거기다 그때 일본에서 접종했던 백신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만 12세 여아에게 접종하는 백신과 다른 종류다. 2017년까지 국내에서 보고된 이상반응 비율은 67만건 중 53건, 0.008% 정도이며, 가장 많이 발생한 이상반응은 주사바늘에 대한 심인성 반응인 일시적인 어지러움 혹은 실신(31건)이었다. 독감예방접종보다도 이상반응이 낮은 편이다.

2016년 사업 시작 이후, 그해 대상자의 접종률은 50%였고, 2017년 접종률은 66.1%로 늘었지만, 여전히 10명 중 3명 이상은 접종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순천향대 부속 구미병원 홍정아 교수(산부인과)는 "프랑스는 도입 첫 번째 해에 1차 접종률이 50.8%였고, 미국도 도입 9년차인 2014년에야 60%를 돌파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초기 접종률이 그리 낮은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HPV 예방접종은 암 발병을 낮추는 효과가 명백하고, 안전성이 입증된 만큼 나머지 30% 이상도 꼭 접종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홍정아 순천향대 부속 구미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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