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진 건강 없이는 코로나 종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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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31   |  발행일 2020-03-31 제27면   |  수정 2020-03-31

대구의 의료인들이 무더기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의료진은 코로나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측면에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구에서 진료활동 중인 의료인 가운데 코로나 확진환자가 121명이나 된다고 한다. 의사 14명과 간호사 56명, 간호조무사 51명이고, 이 가운데 신천지 신도는 34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염환자 중에 신천지 신도가 상당수에 이르고, 환자들과 접촉이 가장 빈번한 간호 인력의 감염 비율이 높은 것이 눈에 띈다. 의료진의 잇단 감염은 방제 전력(戰力) 약화로 이어져 코로나의 조기 마무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의료진은 지금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코로나 퇴치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전쟁에 비유하자면 의료 인력은 최전선에서 직접 적과 마주하고 있는 특공요원들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뒤늦게 의료 인력의 감염여부를 조사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상황을 입체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구시도 이런 사실을 발표 이전까지 알지 못했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방역당국은 의료진의 건강을 가장 먼저 살피고 관리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의료진은 확진환자들과 매일 접촉하기 때문에 전파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고위험군이다. 이들이 감염되면 다른 의료인이 감염되는 것은 물론 확진여부를 검사 받으러 내원한 일반인까지 감염될 위험이 높다.

2차, 3차 감염의 고리인 의료진에 대한 관리 소홀은 방역의 기본을 망각한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의 최대 매개체 역할을 해온 신천지 교인이 의료 인력에 다수 포함된 사실을 미리 파악하지 못한 것은 큰 실책이다. 방역당국과 대구시가 만약 의료인 가운데 신천지 신도들이 어디에 근무하는지를 알려달라는 의료진의 요청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무시했다면 이는 의료인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방역 당국은 대구를 포함한 전국의 코로나 진료 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료 인력에 대해 수시로 감염 여부와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그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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