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주암산(846m)·최정산(905m)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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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24   |  발행일 2020-04-24 제36면   |  수정 2020-04-24
갑갑함 달래는 근교 나홀로 산행…진달래 군락 어우러진 한폭의 산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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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가득히 가스(안개)가 들어차면서 농담으로 그려내는 산수화 화폭 속을 빠져든 풍경의 가창 주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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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암산과 최정산에는 진달래 군락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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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마중 나온 현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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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암산 정상격인 배바위 위에 올라선 대구YMCA 산악회 회원들.


완연한 봄 기온에 상춘객들이 붐비는 시기지만 감염병인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유명한 봄꽃 축제는 모두 취소되었고,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두문불출하며 모두 갑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휴일이면 길게 늘어선 대형버스 행렬은 자취를 감추었고, 매월 정기적으로 산행을 즐기던 산악회나 모임에서는 행사를 전면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산꾼들에게도 변화가 왔다. 단체로 이동해 산행을 즐기는 모습은 사라졌고, 가족 나들이나 대구경북을 벗어나지 않는 근교 산행지로 나서 보지만, 단체가 아닌 나 홀로 산행으로 갑갑함을 달래본다. 두 달을 꼼짝없이 상황만 지켜보던 차에 마침내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를 보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되고, 냉랭하던 사회적 분위기 온도가 확연히 따스해짐을 느낀다. 때마침 근교 산행을 계획하고 산행을 한다는 산악회가 있어 동행하기로 했다.

거리두기 사회, 자취 감춘 상춘객 대형버스 행렬
YMCA 산악회원 열명 정도 모여 가벼운 산행
들머리 30m 광덕사 입구 숲길 안내도·이정표

초입부터 가파른 오르막, 펜스·밧줄 길게 늘어져
바윗길 한번 치고 오르면 내려다 보이는 가창댐
오롯한 능선 완만한 솔숲 지나 정상격인 배바위
세차게 퍼붓는 싸락눈에 파르르 떠는 여린꽃잎
생기 가득한 연초록 새싹이 뿜어내는 싱그러움


대구YMCA산악회로 한 달에 두 번 정기 산행을 갖는데, 그간 산행을 미루고 있다가 가벼운 산행을 계획했단다. 찾은 곳은 대구시에 속하는 가창면 주암산과 최정산을 잇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헐티재 방향으로 가창댐을 지나다 보면 중간쯤에 댐을 오른쪽에 두고 광덕사가 나온다. 약속 장소인 도로변 광덕사 주차장에는 각양각색의 마스크를 쓴 일행들이 10명 정도 모였다.

일행 외에도 낯익은 분들이 몇몇 보인다. 대구등산아카데미 회원들로 정기 산행을 취소하고 번개 산행으로 이 코스를 잡았단다. 들머리는 30m쯤 위에 광덕사 입구 오른쪽에 최정산 숲길 안내도와 이정표가 세워진 길로 들어서면 된다. 진달래는 약한 바람에도 추적추적 떨어지고 잎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짙은 구름층에서 가늘게 빗방울이 떨어지며 모처럼 만의 나들이에 아직은 아니라며 밀어내는 듯 바람까지 거든다. 초입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보통은 산행을 시작해 20~30분쯤 걸으면 몸에 열이 오르고 한 번쯤 쉬어가자고 할 만도 한데 꾸준히 계속 나아간다. 이 팀을 잘못 따라왔나. 대구YMCA산악회는 1977년 창립돼 40년이 넘게 기술 등반과 산악계의 정통성을 이어가는 산악회로, 히말라야 같은 고산 등반을 경험한 회원들이 많다.

특히 이번 산행에 줄곧 선두를 유지하는 박인수씨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포함해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세븐서밋을 이룬 사람이다. 100㎞ 거리의 울트라마라톤을 왕복으로 달리는 준족이라 뒤따르자니 숨이 턱턱 막힌다.

꼬박 50분을 걸어 냉천컨트리클럽에서 올라오는 삼거리를 만난다. 최정산 헬기장 4.59㎞ 이정표가 서 있고, 무덤 2기 옆으로 길이 나 있다. 벤치가 놓인 쉼터를 지나 다시 가팔라지는 경사지에 펜스며 밧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고도를 올리면서 진달래가 많이 보이고 아래 들머리 쪽보다 생기가 돈다. 바윗길을 한 번 치고 오르니 조망이 좋은 바위 위에 서게 되는데, 가창댐이 내려다보이고 대구 방향으로 삼성산·앞산·비슬산 쪽 능선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구를 에워싸고 있다.

이후부터는 오롯한 능선을 따르는데 경사가 완만한 솔숲 사이를 걷게 된다. 가늘게 내리던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며 바람까지 가세하면서 마땅히 쉬어갈 만한 공간을 찾지 못하고 꾸준히 걷기만 한다. 숲속 가득히 가스(안개)가 들어차면서 농담으로 그려내는 산수화 화폭 속을 빠져든 풍경이다. 완만한 능선을 왼쪽으로 돌아 난 길을 오르니 정면에 바위 봉우리가 보인다. 주암산(舟岩山) 정상격인 배바위다. 산의 정상 부근에 위치한 바위가 배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주암산이라고 불리며, 배바우산으로도 불린다. 또 배바위에 얽힌 전설은 천지개벽할 때 세상이 온통 물바다가 되었고, 이때 인근 비슬산은 높아서 천지가 물이 다 차고도 남은 곳이 있었는데, 그때 남은 바위에 배를 매었다고 하여 배바위라 하였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노아의 방주로 여겨서인지 배바위 주변에는 움막을 짓고 기도를 하는 종교인들이 많다. 배바위를 돌아 나와 최정산 방향으로 약 200m쯤 가면 작은 봉우리에 '대구 338'로 적은 삼각점이 놓여 있다. 정확하게는 이곳이 주암산 정상이다. 삼각점을 지나 능선을 따르면 평지 같은 넓은 공간이 이어지는데, 5월이면 이 일대에 은방울꽃이며 애기나리 같은 야생화 천국으로 변한다. 20분쯤 평지를 걷다가 작은 봉우리 위로 오르는 계단을 만난다. 계단을 정면으로 올라도 되고, 오른쪽으로 우회 길을 올라도 된다.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지나 싶더니 우박만 한 싸락눈이 한 방울씩 내린다. 진달래 꽃잎 위로 눈이 내리는 풍경이지만 쌓이지는 않는다. 통신시설이 있는 건물을 왼쪽으로 돌아나가면 넓은 도로를 만난다.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넓은 헬기장이 있다. 정면에 보이는 군사시설이 있는 봉우리가 최정산 정상이지만 오르지 못하고 이곳 헬기장이 정상을 대신한다.

잠시 기념촬영을 하고 오른쪽 억새밭 사이에 운흥사 2.66㎞로 적은 이정표 방향으로 들어선다. 완만한 길을 따라 내려서면 곳곳에 '지뢰매설지역' 위험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싸락눈은 여름에 소낙비 수준으로 세차게 퍼붓기 시작한다. 30분 정도 내린 싸락눈은 빙판길로 보일 만큼 바닥에 깔렸다. 가파른 너덜지대가 이어지는데 펜스를 치고 밧줄을 설치해둔 것을 조심스럽게 잡고 내려가야 할 정도다. 고도를 낮추면서 길섶에 핀 현호색 위에 눈이 내려 여린 꽃잎이 파르르 떨고 있다. 계곡 물 소리가 들리고 운흥사가 가까워지자 눈도 그쳤고, 점점 밝아지는 하늘이 느껴진다. 벚꽃과 복숭아꽃이 바람에 날리고, 생기 가득한 연초록의 새싹들이 뿜어내는 싱그러움을 느낄 즈음 운흥사 앞 도로를 만난다.

마을 길을 따라 10분 정도 내려서면 가창댐 앞을 지나는 도로를 만나고, 도로 옆 데크를 따라 오전에 올랐던 광덕사까지는 15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마침 하늘이 열리고, 지나온 최정산 능선에 내린 눈은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다. 모처럼 만의 나들이에 봄과 겨울을 넘나드는 변화무쌍한 산을 경험하고 다시 마스크를 꺼내 낀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 산행 길잡이

광덕사 주차장 -(80분)- 가창댐 전망 바위 -(50분)- 배바위 -(50분)- 최정산 헬기장 -(60분)- 운흥사 -(30분)- 광덕사 주차장

비슬산이 모산인 주암산과 최정산은 대구시에 속해 있으면서도 팔공산이나 비슬산에 비해 찾는 이가 적어 호젓한 근교산행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소개한 코스는 약 12㎞이고 5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 교통

대구에서 신천대로를 따라 가창면소재지까지 간 다음 가창댐 입구 교차로에서 우회전으로 약 1㎞를 가면 광덕사 입구 주차장이 나온다.

☞ 내비게이션: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헐티로 1190(광덕사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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