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논설위원
"주민과 함께하는 태양광 조성사업을 환영합니다." 경북의 한 농촌마을에 주민 일동 명의로 내걸린 현수막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마을에는 사업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태양광발전소 건립에 반대하던 일부 주민들조차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는 사업자의 노력이 있었다. 주민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우려를 해소했고, 주민들의 요구도 적극 수용했다. 주민들은 더 이상 태양광발전소를 외지 자본의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지 않는다. 마을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 사례는 농촌지역 재생에너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주민수용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이 마을이 있는 의성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군수 당선자가 '햇빛연금'과 '바람연금'을 공약으로 내세운 지역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최유철 의성군수 당선자는 당선 소감문을 통해서 "재생에너지 이익공유 모델을 도입해, 주민이 참여하고 주민이 혜택을 나누며, 지역 소득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 당선자의 공약이 현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이 마을이다.
박권현 청도군수 당선자도 '청도형 햇빛연금·바람연금'을 공약했다. 청도의 자연환경과 유휴부지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주민 소득과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박 당선자가 모델로 삼고있는 전남 신안군은 섬 지역이다. 반면 청도는 내륙 농촌지역이다. 지리적 특성을 감안해 추진해야 하지만, 주민수용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의성의 한 마을에서 나타난 주민수용성의 변화는 '박권현호(號) 청도군'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황이주 울진군수 당선자의 '에너지연금' 공약도 눈길을 끈다. 원전과 에너지산업에서 발생하는 각종 재원을 활용해 군민들에게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법적 근거 등을 둘러싼 논란이 있지만, 에너지 생산의 혜택을 주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철학은 분명하다.
이들 당선자들의 공약이 곧바로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적합한 부지를 확보해야 하고, 생산된 전력을 수송할 송배전망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새로운 장벽으로 등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공약이 공통적으로 이익공유를 제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주민수용성을 사업참여로 보다 확실하게 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경북의 한 산촌 마을에서는 문중 차원에서 조합을 결성해 민간사업자와 함께 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을 배제한 개발에서 주민이 공동 주체가 되는 개발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인공지능(AI)시대에 주민수용성은 지역소멸 대책과도 연결된다. AI산업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RE100 확대와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 흐름도 강화되고 있다. 에너지산업은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산업이자 지방소멸에 대응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성·청도·울진의 공통점은 소멸 위험이 큰 지역이라는 점이다. 이들 지역의 햇빛과 바람, 에너지 자원을 주민의 지속가능한 소득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에너지정책으로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것이 된다. 그 출발점이 주민수용성이다. 의성의 작은 마을에 걸린 환영 현수막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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