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성의 사주 사랑(舍廊)]- 궁합을 볼 때 느끼는 만감

  • 김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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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6 14:08  |  수정 2020-06-1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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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궁합을 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복잡미묘하다.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설렘이다. 남녀의 생년월일시를 받아 적노라면 가슴은 뛰기 시작한다. 행운이 펼쳐지는 인생일까, 불운이 닥치는 인생일까, 궁금증과 걱정에 가슴이 조마조마해진다. 아름다운 인생이면 좋겠는데, 행복한 인생이면 좋겠는데, 기대하고 소망도 해본다.

명조(命造)를 작성해서 남녀 중 어느 누구의 사주를 먼저 살피노라면 그 내용에 따라 감정이 바뀐다. 성격, 건강, 재물복, 배우자복, 자식복, 인복, 관복 등 인생의 주요 복분을 골고루 잘 타고 난 사주이면 횡재라도 한 듯 반갑고 기쁘다. 술술 잘 풀리는 인생이다, 순풍에 돛을 달고 순항하는 인생이다, 설명해주는 내내 희열을 느낀다. 반면 주요 복분에 큰 문제를 지닌 사주이면 안타깝고 걱정스러워서 가슴이 먹먹해지고 답답해진다. 한숨이 나오고 한탄이 나온다. 한숨을 부르는 사주의 몇몇 유형을 보자.

첫째 주체가 지나치게 강한 신태강(身太强) 사주를 보거나 주체가 지나치게 약한 신태약(身太弱) 사주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신태강하면 독불장군이니 더불어 살아가는 데 애로가 많고, 재물복이 미약하니 가난에 허덕인다. 남자는 상처할 우려가 다분하고, 여자는 남편의 바람을 부를 소지가 다분하니 남녀 공히 배우자복이 나쁘다. 신태약하면 건강이 나빠서 골골거리며 살아야 하고, 주체성 없으니 운명의 노예로 살아가야 한다. 돈복, 자식복, 배우자복을 누리기 어렵다.

둘째 관살(官殺)이 혼잡한 사주를 보면 긴 한숨이 나온다. 관(官)은 정관(正官)의 준말이고 살(殺)은 편관(偏官)의 다른 말이다. 관살은 운명의 주체자인 나를 제압하는 코드다. 여자의 경우 이에 더하여 관은 본 남편 이고 살은 남편 외의 남자이다. 여자가 관살혼잡 사주로 태어나면 배우자복은 극도로 나쁘다. 무능·음주·도박·폭행·바람 등등 어떤 형태로든 나를 못살게 구는 나쁜 남자를 만나 파란곡절의 삶을 살 확률이 높다. 이혼·재혼을 피하기 어렵다. 관살이 혼잡하고 태과한 사주로 태어난 남자도 배우자복은 나쁘다. 배우자를 힘들게 하거나 나쁜 여자를 만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관살이 혼잡하고 태과하면 남녀 공히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게 된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되는 일이 없고 얻는 게 없다.

셋째 식상(食傷)이 태과한 사주로 태어난 여자를 보면 한탄이 나온다. 식상은 식신(食神)과 상관(傷官)의 준말이다. 식상은 배우자 코드인 정관과 편관을 제압하는 코드이다. 이게 태과하면 남자를 잡아먹는 여자다. 소위 과부팔자다. 식상이 태과한 여자와 사는 남자는 무능해지거나 병약해지거나 먼저 저세상으로 간다. 식상이 태과한 남자도 자식복이 나쁘다. 태과한 식상이 자식 코드인 관성(官星)을 제극하니 자식이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넷째 인성(印星)이 태과한 사주로 태어난 여자를 보면 역시 한탄이 나온다. 인성은 배우자 코드인 정관과 편관의 기운을 빼는 코드이다. 이게 태과하면 남자의 정기를 빼는 여자다. 과부팔자다. 별거· 이혼·사별을 피하기 어렵다. 인성이 태과한 여자를 만나 사는 남자는 무능해지거나 병약해지거나 먼저 저세상으로 간다. 또한 인성이 태과한 여자는 자식의 앞길을 막으므로 나쁜 엄마다. 태과한 인성이 자식 코드인 식상을 제압해서 무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인성이 태과한 남자도 자식복이 나쁘다. 태과한 인성이 자식 코드인 관성의 정기를 빼앗으니 자식이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다섯째 이런저런 사유로 재물복과 자식복이 나쁜 사주를 볼 때, 배우자가 없는 사주(남자는 무재無財사주, 여자는 무관無官사주)를 볼 때, 배우자궁이나 배우자 코드가 상충(相冲)·상형(相刑)의 상태여서 배우자와 지지고 볶다가 찢어질 사주를 볼 때면 나의 일인 듯 앞날이 걱정스러워 한숨을 쉬게 된다.

이렇게 한숨과 한탄을 불러일으키는 사주를 보면 궁합 볼 상대자가 그의 문제를 완화·보완·해소해주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기대로 가슴이 설레고, 혹여 그렇지 않고 그 문제를 더욱 악화하는 사람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괜스레 불안해진다. 그런 불안감에 상대의 사주도 빨리 보고 싶어 조바심이 나고 두 사람의 궁합도 빨리 보고 싶어 안달이 난다. 의뢰인보다 더 조급해진다.

두 사람의 사주 감정을 통해 각자 타고난 복분을 확인한 다음에 비로소 궁합을 본다. 진실로 엄중한 시간이다. 궁합의 길흉에 따라 희비가 엇갈려서 기쁘기도 하고 괴롭기도 한 시간이다. 앞에서 열거한 다섯 가지 유형에 속하는 사람인데, 그 문제를 완화·선화·최소화해주는 상대를 만나는 궁합이면 절로 신이 나서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환희와 희열을 온몸으로 느낀다. 명리가로서의 사명감을 만끽한다. 두 사람의 앞날을 축하한다고 갈채를 보낸다.

그러나 두 사람이 궁합이 나쁘면 애달프고 괴롭다. 두 사람이 오래 사귀어 정이 들어 결혼을 약속한 사이이건만 명리가로서 ‘결혼 불가’ 판정을 내려야 하니 괴롭고,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의 인연을 끊게 하니 애달프다. 그런 한편으론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 나쁜 인연을 끊어주니 기쁘고, 불행을 예방해 주니 기쁘고, 서로는 서로의 행복을 위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짝을 다시 찾아보라고 조언해 주었으므로 보람을 느낀다. 두 사람의 사주를 보고 궁합을 보는 동안 교차했던 만감이 보람으로 남을 때, 사명감을 느낀다.

궁합은 명리의 핵이다.

 

 

■우호성<△언론인(전 경향신문 영남본부장)△소설가△명리가(아이러브사주www.ilovesajoo.com 운영. 사주칼럼집 ‘명리로 풀다’출간)△전화: 010-380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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