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회색도시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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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4   |  발행일 2020-06-04 제27면   |  수정 202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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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주말섹션부장

코로나19 사태로 대구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깊은 시름에 잠겨 있지만, 대구시내 곳곳에서 진행 중인 재개발·재건축은 속도를 내고 있다. 1차 순환선 내 도심 도로까지 레미콘차량과 대형트럭이 점령할 정도다. 철거가 끝난 대형 재개발 현장에선 아파트 분양에 나선 건설사가 모델하우스로 시민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대구에선 최근 2~3년 사이 유독 재개발이 많다. '대구시 정비사업 추진현황'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4건 밖에 없었던 재개발·재건축 사업시행인가가 2015년 5건으로 늘어난 뒤 2016년 8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급기야 2017년과 2018년 2년간 무려 30건의 재개발·재건축 허가가 나면서 올해까지도 대구 도심 곳곳에선 철거와 공사가 한창이다. 8만9천32㎡(2만6천979평)의 '평리7촉진 지구', 8만355㎡(2만4천350평)의 '신암6촉진 지구', 7만3천233㎡(2만2천191평)의 '달성지구' 등 대규모 재개발사업지구뿐 아니라 고도제한 초과 논란을 빚었던 '신암5동 동자02지구'(4만6천844㎡) 등도 모두 2017년에 인가를 받았다. 2년간 인가된 30개 지구 중 8개 지구는 이미 공사에 들어갔다. 지난해와 올해도 7건의 도시정비사업 인가가 나 일반주택의 아파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 시행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재개발·재건축 인가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05년 15건이었다. 2004년과 2006년에도 각각 12건과 10건의 인가가 났다. 2007년 5건, 2008년 4건, 2003년 2건 순이었다.

공교롭게 대구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사업시행인가 건수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조해녕 전 시장 재임 시절인 2002년 7월부터 2006년 6월까지 4년간 35건의 인가가 난 반면, 김범일 전 시장 재임 때인 2006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8년간은 재개발·재건축 인가가 17건에 불과했다. 권영진 시장의 임기가 시작된 2014년 7월부터 지난 5월까지는 모두 50건의 재개발·재건축 인가가 났다.

연간 인가 건수로 보면 조 전 시장 시절은 8.8건, 김 전 시장 때는 2.1건, 권 시장 취임 후는 8.3건이다. 특히 김 전 시장 재임 시절인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단 한 건의 재개발·재건축 인가도 없었다. 역시 민선인 문희갑 전 시장의 재임 당시 인가 건수는 도정법 이전이라 데이터가 남아 있지 않다.

대구의 재개발·재건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녹색지대가 절반이 넘는 대구시내 한 방송사 건물과 터에 주상복합쇼핑몰이 들어설 예정이고, 국가혁신융복합단지로 지정된 벤처기업 촉진지구인 동대구벤처밸리에도 대형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전이 확정된 대구 법원·검찰청 부지도 아직 뚜렷한 후적지 개발 계획이 나오지 않아 자칫 야시골공원이 포함된 자연녹지인 뒷산을 가로막을 우려마저 적지 않다. 건립 당시 '100년 건물'이라고 자부했던 대동타워(옛 대동은행 본점·1995년 준공) 건물도 주상복합아파트로 바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재개발·재건축은 도시재생을 위해선 필요하다. 하지만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없이 2년에 30건이나 인가를 내주는 재개발·재건축은 '녹색도시 대구' '컬러풀 대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도심에 고층 아파트만 계속 들어선다면 대구는 천편일률적인 '회색도시'가 되고 말 것이다.
임성수 주말섹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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