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엄마,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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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6   |  발행일 2020-07-06 제27면   |  수정 2020-07-06

경북체고를 거쳐 청소년대표를 지낸 트라이애슬론 종목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부산에 있는 숙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 선수는 어머니에게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문자를 남기고 23세의 꽃다운 생을 마감했다. 경주시청 소속 선수로 있을 당시 감독과 의료진으로부터 갖은 폭행과 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최 선수가 억울하고 원통한 나머지 수개월 전부터 대한체육회와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 심지어 경찰에 자신이 당했던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호소를 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유족들의 진술과 최 선수의 생전 고백 등을 종합해보면 체육인들의 거대한 카르텔을 넘기란 역부족이었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이들의 죄상(罪狀)을 알리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들 감독 기관에서 내 자식의 일처럼 나서서 전모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했다면 한 생명을 살릴 수도 있었다. 한마디로 이들은 최 선수를 사지로 내몬 공범들이다. 더욱이 진상 파악에 나서야 할 경북체육회와 경주시청은 최 선수가 제기한 가혹행위에 대한 처리는커녕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팀닥터와 합의하라고 종용을 했다고 하니 제정신인가.

‘아시아의 인어’로 불렸던 여자수영계 거목인 최윤희씨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으로 앉힌 것은 1년여 전 여자쇼트트랙과 여자유도 종목에서 불거진 성폭행 및 폭력을 비롯한 체육계 비리를 차단하고 없애라는 취지였을 것이다. 어린 체육선수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체육계의 고질적인 악습을 혁파하라는 인사권자의 주문도 있었을 것이다. 하나 국민들은 이번에 최 선수의 비극을 목도하면서 ‘그래 봤자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배신감마저 든다.

오죽했으면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겠는가. 문체부는 한 줌 숨김없이 최 선수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진상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 대구지검도 이와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오늘 오전 최 선수의 동료들이 용기를 내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로 가혹행위에 관해 증언키로 했다. 국회도 초당적으로 진상조사 및 방지책 마련에 나섰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삼가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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