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사립대학총장 선출 직선제냐 간선제냐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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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7   |  발행일 2020-07-07 제26면   |  수정 2020-07-07
총장 직선제·간선제 논란
해묵은 논쟁으로 정답없어
직선제는 역동성 강하고
간선제는 안정성이 장점
논의 잘되면 혁신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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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편집부국장 겸 교육팀장

총장 직선제가 옳으냐, 간선제가 바람직하냐는 것은 해묵은 논쟁이다. 원론적으로 보면 두 제도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고, 학교가 처한 현실과 시대적 상황에 따라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다. 정답없는 논쟁이고, 어떤 결정이 내려져도 옳다 그르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통상 직선제를 하는 대학은 역동성이 강하고 간선제는 안정성이 장점이다.

대학에서 총장선출제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는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학내 역학관계 변화나 법인과 학교 간 관계설정이 다시 필요한 경우가 많다. 현재 직선제를 하든 간선제를 하든 뭔가 변화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그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 총장선출제도의 룰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기 때문이다.

영남대와 대구대 두 사립대의 사례를 살펴보면 좀 더 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영남대와 대구대는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두 대학 모두 학내분규로 인해 오랜 임시이사체제를 겪었다. 법인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총장직선제를 통해 대학본부 중심의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위기 극복과 학교 발전을 견인한 공통된 역사가 있다. 이 과정에서 학내 민주주의와 자율적인 의사결정시스템을 구축해 어지간한 외풍에는 흔들리지 않는 강한 대학을 구축한 것이 장점이다. 때문에 두 대학 교수들과 구성원들은 기본적으로 총장선출제도로 직선제에 대한 믿음과 향수가 강하다.

영남대는 재단 정상화 이후 간선제로 전환했다. 간선제로의 전환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임시이사체제 때 대학(총장)이 현실적으로 가져갔던 여러 가지 의사결정권을 법인이 다시 가져오기 위한 방법으로 총장 선출제도를 바꾼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배경에서 보면 대구대도 법인 정상화 이후 법인에서 총장 간선제 논의를 시작한 것은 예정된 수순으로 볼 수도 있다. 지난해 법인이 정상화의 길로 들어선 만큼 이제는 다른 대부분의 사립대와 마찬가지로 간선제를 통해 법인과 학교 간의 호흡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대구대 구성원의 처지에서는 이를 매우 우려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간선제 전환 주장에는 직선제 폐해도 빠지지 않는다. 교수사회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분열되고 학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점, 교수중심의 대학 운영, 대학 구조개혁의 한계, 법인과 대학총장 간 갈등 증폭 등 이런저런 폐해가 제기되고 있다. 간선제라고 부작용이 없는 것도 아니다. 법인만 바라보는 대학총장, 의사결정구조의 불투명성과 느린 의사결정, 정책결정의 비현실성 등이 자주 언급된다.

총장 선출제도를 둘러싼 좀 더 근본적인 배경에는 일천한 우리나라 사학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학교법인의 역할과 대학 역할에 대한 정서적 공감대가 약하다. 대학자율성과 학내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법인과 대학이 생각하는 결이 다르다. 오랜 역사를 통해 법인이사회의 역할과 대학의 역할이 정립되고 있는 서구의 대학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대학혁신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위기 극복방안에도 법인과 대학 간에는 바라보는 지점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총장선출제도 개선 논의 자체는 변화욕구에 대한 제도적 개선의 첫 출발점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법인과 대학, 그리고 구성원 간에 안정적인 논의의 틀을 구축하지 못할 경우 유동성을 증가시켜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도 많다. 신중하면서도 각 대학이 처한 현실여건을 잘 파악해서 대응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것이다. 이 논의가 잘 풀리면 대학혁신의 기회를 잡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릴 수 있다.
박종문 편집부국장 겸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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