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특화골목은 재개발중] 6·25전쟁때 살아남은 건물도 흡수…공구·車튜닝·고미술 거리 아파트로 잠식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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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31   |  발행일 2020-07-31 제34면   |  수정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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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북성로 공구골목 동쪽 초입의 아파트 공사현장
        북성로 공구 골목        
역사생활가로·북성로 투어스테이션
도시재생 뉴딜사업 의미 퇴색 우려도
인근까지 재개발 움직임 활발 새변화


중구청은 아파트가 들어서는 이곳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2023년까지 300억원을 들여 △청년창업클러스터 △역사생활가로 △북성로 투어스테이션 △신 우현학숙 △마을 사랑방 조성 등을 골자로 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현재 진행 중인 재개발로 골목 상권 변화가 예상돼 사업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북성로 공구골목 바로 앞에 아파트가 완공되면 기계 소음 민원이 생겨 골목 상인들이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 이곳에서 만난 한 상인은 "결국 우리 업종도 쫓겨나고 공구 골목도 점차 사라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같은 날 대구은행 북성로지점 서쪽에 있는 또 하나의 북성로공구골목. 가게 앞에는 노상적재물로 인한 교통방해를 막기 위해 노란색 실선이 그어져 있고 가게마다 이 선을 넘지 않게 물건들을 내다놓았다. 하지만 일부 가게 앞에서 물건을 싣거나 내리는 화물차들로 인해 교행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겉으로는 평소와 다름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곳 역시 바람 잘 날이 없다. 몇년 전부터 간헐적이지만 이곳을 대상으로 한 재개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북성로 공구골목 서쪽 상인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건 이곳을 둘러싼 주변은 재개발이 한창이라는 사실이다. 서쪽 끝 길 건너에는 달성동 재개발을 위한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북쪽 옛 자갈마당과 연초제조창 인근에도 아파트 건립공사 중이다. 남쪽 타월거리 일대는 재개발을 위한 사전 절차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수년 전부터 인근 지역에서 재개발이 움직임이 일어났고 상당수가 현실화됐다. 북성로 공구골목 서쪽에 대한 재개발 논의도 몇 번이나 있었지만 아직까지 진척이 없다. 그러나 지금의 구도심 재개발 움직임에 비춰봤을 때 머지않아 이곳도 (재개발 바람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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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남산동 자동차 골목.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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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동 자동차튜닝골목 입구가 아파트 건립으로 인해 철거될 처지에 놓였다.
   자동차튜닝골목도 재개발 바람   
車 관련 품목 한강이남 가장 큰 규모
튜닝카 상권 활성화 위해 10여년 노력
철거 붉은글씨·철제 가림막 풍경 씁쓸
골목 곳곳에 임대 알림간판과 빈점포


지난 29일 오전 10시30분쯤 대구시 중구 남산동 자동차튜닝골목. 500m가량 이어진 2차선 도로 가에는 50여개에 이르는 자동차 튜닝관련 업체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자동차 정비업체, 카오디오 판매업체, LED 조명 관련업체 등 취급하는 품목은 넘쳐날 정도다. 한강 이남에서 규모가 제일 크다. 자동차 개조에 안 되는 것이 없을 정도다. 오전 시간 탓인지 몰라도 자동차 튜닝골목은 예전과 달리 조용한 모습이었다. 골목 곳곳에 가게임대 알림판이 붙어있다. 한 가게의 출입구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고 가게 안은 한동안 영업을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튜닝골목 서쪽 입구 길 건너편 옛날 프린스호텔이 있었던 자리에는 호텔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아파트를 짓기 위한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자동차 튜닝은 양산차량을 구매한 운전자가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 맞게 성능과 외관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된 부품을 연구 개발하고 제조·정비하는 모든 활동을 자동차 튜닝 산업이라고 일컫는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은 정부지원 등을 통해 튜닝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이를 자동차 산업 발전의 동력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이들 나라에서 자동차 튜닝 부품산업은 완성차와 함께 성장하며 자동차 부품 AS 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남산동 자동차 튜닝골목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1965년 튜닝골목 서쪽에 있는 큰 도로에 폐차장과 미군부대에서 나온 폐차를 수리하는 업소가 하나둘 생겨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가 늘어나고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하던 신규 업체가 이 골목으로 들어왔다. 이 골목의 최고 호황기는 1980년대였다. 당시만 해도 국내차 수준이 높지 않아 마니아 사이에서는 불만이 많았다. 이곳의 기술력이 상당하다는 소문이 나자 오디오를 교체하고 싶은 사람, 실내장식을 바꾸고 싶은 사람, 독특한 조명을 달고 싶은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몰려들었다.

이 골목이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정부가 차량 개조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특히 라이트 교체까지도 엄격하게 금지돼 있었다. 안전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어떠한 개조도 가능한 선진국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정부에 당당하게 맞서자는 분위기가 업체 사이에서 일기도 했다.

몇 해 전부터 튜닝 산업을 둘러싼 국내 환경이 조금씩 변했다. 정부가 자동차 튜닝업이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는 점에 착안, 튜닝부품 인증제도, 튜닝 신고절차 간소화 등을 골자로 자동차관리법을 개정 시행하는 등 자동차 튜닝시장 활성화 대책을 만들고 관련 규제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힘입은 대구시는 튜닝산업을 자동차분야의 신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자동차 튜닝골목에 소비자 밀착형 튜닝 카바타(Car-vatar)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대구시와 자동차 튜닝골목 상인들은 10년 전부터 상권 활성화를 위해 대구스트리트모터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자동차부품 상점이 집적화된 골목에서 이루어지는 전국 유일의 길거리 모터쇼의 특색을 살려 지역 유명 축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복안도 깔려있다. 지난해 축제 때는 전기차 선도도시에 맞춰 전기차와 튜닝카, 슈퍼카 등 다양한 자동차가 전시됐다. 자동차 부품 및 특색있는 튜닝 제품도 선보였다. 또 다양한 협찬사들이 참가해 지역 축제에 맞는 먹거리 행사와 레이싱 모델 패션쇼, 공연 등을 펼쳤다.

최근 들어 자동차튜닝골목에 이상 조짐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이곳 역시 재개발 바람을 비껴가지 못한 듯하다.남쪽 남문시장과 맞닿은 곳에 건물철거를 위한 철제 가림막이 가로 30m, 세로 20m 정도 크기로 설치돼 있었다. 그 안에서는 건물 철거를 위한 사전 작업이 한창이었고 건물 곳곳에는 철거를 알리는 붉은색 글씨가 씌여져 있었다. 가림막 안에 들어가 있는 수십 곳의 가게 중에는 자동차 튜닝과 관련된 가게 10여곳이 포함돼 있다. 이곳에는 아파트가 들어선다. 류태곤 대구시 미래형자동차과 주무관은 "올 연말 착공예정으로 남문시장 지역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어 자동차 튜닝골목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들이 주요한 소비층으로 다가 올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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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로 인해 철거예정인 대구시 남구 이천동 고미술거리의 한 가게 앞. '남구청은 전통문화 집단시설지구 마련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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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이천동 고미술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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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맥만 유지 이천동 고미술 거리  
캠프헨리 후문 문화재 업소 몰려 성황
민속품·도자기·고가구 관광객에 인기
문화지구 재개발 급물살…이주 진행
50년 고미술 특화거리도 사라질 처지

이천동 고미술거리는 1960년대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캠프헨리 후문과 그 건너편에 문화재 매매업소가 하나둘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거리를 이뤘다. 다채로운 민속품, 도자기, 고가구를 보유하고 있어 고미술 애호가는 물론 국내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2008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곳을 '고미술 특화거리'로 선정했다.

27일 오전 9시40분쯤 대구시 남구 이천동캠프헨리 앞 이천동 고미술거리. 40여 곳의 고미술 매매상과 수리점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길 건너편에는 '이천동 고미술거리'라고 적힌 입간판 건너편엔 건물을 철거하기 위한 펜스가 고미술가게를 가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건들바위 쪽으로 건물 철거를 위한 철제 가림막 등이 100여m가량 설치돼 있고 그 뒤엔 'XX골동품' 'XX갤러리' 라고 적힌, 훼손된 간판 등이 걸려있었다. 이미 주인이 떠난 가게 곳곳엔 붉은색 페인트로 공가임을 표시해 두었다. 문 닫은 가게 간판 옆에는 "남구청은 전통문화 집단시설지구 마련하라"는 이천동 문화지구 명의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이 펜스 안에 갇힌 가게는 15곳 정도이며 새로 만들어질 아파트에 흡수된다.

이천동 고미술거리를 포함한 '문화지구 재개발' 사업은 지난해 3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며 급물살을 탔다. 상인들은 집단이주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려 했으나 개별적으로 협상이 진행되면서 현재 이주가 대부분 진행된 상태다. 남구청 관계자는 "5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한 이천동 고미술 거리가 조용히 사라져가고 있다. 재개발 사업의 영향을 결국 비껴가지 못했다. 재개발 사업은 단계별로 주민들의 동의를 일정 수준 이상 받아야 진행된다. 이천동 역시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승인된 사업이다. 조합과 남은 주민들이 협의의 당사자로 구청이 관여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시공사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이천동 고미술거리 일대에는 지하 3층~지상 36층인 10개동(연면적 3만8천650㎡, 911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중구 성내동에 있는 오토바이골목의 일부 가게도 재개발에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한 민간사업자가 성내동 타월거리 일대에 1천300세대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 안에 적어도 10개 정도의 오토바이 가게가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골목의 한 상인은 "아파트 건립을 위한 교통영향평가가 심의를 통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마도 내년 봄쯤 철거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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