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아파트 발코니와 배꼽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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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9   |  발행일 2020-07-09 제26면   |  수정 20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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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훈기자〈경제부〉

요즘 대구지역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을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이 속담은 부수적인 것이 본질보다 더 크게 부각됐을 때 쓰는 것인데, 최근 대구지역 신규 아파트의 발코니 확장비를 보면서 이 속담을 되뇌곤 한다.

대구지역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구지역 신규 아파트의 발코니 확장비는 2천5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 아파트를 구입하며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룬 기자는 불과 1년여 전까지도 발코니 확장비가 존재하는지도 몰랐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 놀라운 점은 이달 중 대구에서 분양 예정인 한 아파트 단지의 전용 74㎡(27평형) 아파트의 발코니 확장비가 4천만원을 기록한 것이다. 20여 년 전 기자의 부모님이 구입한 아파트 분양가가 5천만원 남짓이었기에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동안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상식에서 벗어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구에서 중대형 아파트의 발코니 확장비가 3천만원을 넘는 것은 많이 봐왔지만, 중소형 아파트의 발코니 확장비가 4천만원을 기록한 것은 처음 목격했기 때문이다.

발코니 확장 과정을 생각해도 이렇게까지 높은 가격은 의문스럽다. 발코니 확장은 기존 골조 위에 난방설비와 단열재 등 마감재를 공사하는 것인데,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모 시행사 관계자로부터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고급 마감재를 사용하고 타입별로 공사비용이 달리 적용되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설득력이 부족해 보였다. 기자가 따로 취재한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전용 84㎥(33평형) 아파트 기준으로 고객이 원하면 1천만원 미만으로도 발코니 확장 시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요즘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대한민국 사회가 이래저래 시끄럽다. 부동산 매매가 급등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민생 파탄으로 이어지고, 정부는 부랴부랴 후속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지만 큰 기대를 거는 이들은 없다. 오히려 정부의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세를 보였기에 두려워하는 이들이 기자 주변에는 더 많다.

기자는 지역대학을 졸업하고 평생을 대구경북에서 살아왔다. 오늘 따라 대학생 시절 선배가 생각난다. 기자는 "서울이 아닌 대구에 취업하는 것도 좋을 것"이란 선배의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선배는 "대구는 서울보다 집값이 싸서 주거비용 부담이 적다. 평범한 벌이의 직장인이라면 대구시민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배가 원망스럽다.
임훈기자〈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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