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애의 문화 담론] 대구간송미술관 건립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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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0   |  발행일 2020-07-10 제38면   |  수정 2020-07-10
간송이 지켜낸 '문화보국'…대구가 지켜온 '정신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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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전형필 〈출처 = 간송문화재단 〉

민족문화유산 산실 재탄생
당대 최고의 富 버리고 찾은 문화유산
대구국채보상·항일운동 정신 맞닿아

대구대공원 부지 문화 랜드마크 건립
일부단체, 운영재정 지방비 부담 지적
타지역 문화애호가 관람객 유치기회
미래세대 물려줄 위대한 유산 자긍심

대구시의 숙원사업이던 간송(澗松)미술관 건립이 마침내 국책사업으로 본격 시행하게 되었다.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지 5년여 만이다. 그동안 사업추진 과정에서 찬반 의견을 두고 진영 논리에 휘말리기도 했으나 최종 설계작이 선정되고 내년 상반기 중 착공, 2022년 6월 완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건립 장소는 대구대공원.

대구간송미술관이 건립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따른다. 일제 강점기 문화독립운동의 산실(産室)로 알려진 현재의 서울간송미술관은 건립된 지 80여 년이 지나 낡고 퇴락한 데다 전시공간이 200여 평에 불과하고 수장고도 포화상태여서 제 기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가 애초 간송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게 된 것은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이자 일제 강점기 대구경북의 정신적 근간을 이룬 항일저항운동과 간송 전형필(1906~1962)의 문화독립운동을 접목시켜 역사성을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국채보상운동은 널리 알려지다시피 구한말 일본에 진 나랏빚을 갚지 못해 국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그 당시 대구부민(府民·시민)을 비롯한 경북도민들이 "우리 힘으로 나랏빚을 갚자"며 일으킨 자주·자강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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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간송미술관 건립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조감도. 〈대구시 제공〉

간송은 3·1 독립만세운동의 선구자 오세창이 서화에 일가를 이루자 그의 문하에 들어가 민족의식이 투철한 문사(文士)들과 교유하던 당대의 최고 갑부. 그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은 연수(年收) 2만섬의 농토 800여만 평으로 현대의 억만장자인 '만석지기'였다. 그는 "민족정기를 살려야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다"며 일제 식민통치 아래 실전되거나 일본으로 유출된 귀중한 문화유산을 되찾아 보존하기 위해 막대한 재산을 투자했다.

그렇게 모은 문화유산을 개인이 소장하기보다 우리 민족과 함께 공유(公有)하기 위해 1938년 서울 성북동에 '빛나는 보물을 모아두는 집'이라는 뜻이 담긴 사립미술관 보화각(寶華閣)을 세우고 문화보국에 평생을 바쳤다. 국내 최초로 설립된 현재의 간송미술관이다. 비록 한 개인이 이룩한 위업이지만 과감히 부(富)를 버리고 민족문화유산을 되찾은 간송의 문화보국운동은 나라의 정신적 근간을 지킨 국채보상운동과 일맥상통한다. 독립운동사에 간송이 유일하게 문화독립운동가로 추앙받아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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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들 역시 간송이 남긴 문화보국의 길을 이어갔다. 미술을 전공한 장남 전성우(1934∼2018)는 서울대 미대 교수로 후진 양성에 나섰으나 선대가 타계하자 유지를 받들어 간송미술관을 맡았다. 그가 2013년 사회에 환원할 목적으로 간송미술문화재단을 설립할 당시 "나는 평생 창고지기였다. 그저 아버지께서 모은 귀중한 문화재를 지키는 사람일 뿐이었다"고 한 말은 "아버지가 구하고 아들이 지켰다"는 일화로 전해지고 있다.

대구시는 이러한 연유로 애초 간송미술관 대구분관(分館)을 유치하기 위해 2014년 각계의 전문가들로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토론회와 의견수렴을 거쳐 분관이 아닌 시가 직영하는 독자적인 '대구간송미술관'을 건립하는 방향으로 뜻을 모았다. 2016년에는 간송문화재단과 협의를 거쳐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을 위한 '기본계획 및 운영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설계작 공모단계에서부터 진영 논리에 갇혀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찬성론자들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보물급을 포함한 국가지정 문화재만도 1만여 점에 달해 브랜드 가치가 매우 높다"며 "대구국채보상운동과 간송의 문화보국운동을 애국·애족 정신으로 승화시키면 문화예술 발전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를 비롯한 반대론자들은 "현재 대구시립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굳이 별도의 미술관을 건립해 국가예산을 낭비할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해 왔다. 게다가 미술관 건립은 국책사업으로 추진한다고 해도 향후 미술관 관리유지와 각종 시설점검 및 직원급여, 전시사업비 등 연간 50억원 규모의 운영비 지원은 결국 지방비 부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현재 각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아트센터도 300억∼400억원의 자체예산으로 건립한 후 유지관리를 위한 운영비를 연간 수십억원씩 투입하고 있다. 이에 비해 대구간송미술관은 국책사업인 데다 시설도 국제규모여서 자체수익금으로 유지관리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운영재정이 부족할 경우 시비 보전금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해놓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결과적으로 대구시민의 자산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신관 증축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서울간송미술관이 국가보물로 지정된 삼국시대 금동불상 2점을 경매로 내놓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를 빌미로 또다시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에 따른 반대여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러나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 문화재도 개인 소장품의 경우 소유자 변경 신고만 하면 사고팔 수 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외로 반출하지 않는 한 소유주 변동사항을 문화재청에 신고만 하면 매매가 가능하다. 소더비나 크리스티 등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는 해외 박물관의 소장품을 사고파는 경매가 허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에 나온 간송의 불상 2점도 문화재청이나 국립박물관에서 국고를 들여 매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간송미술문화재단은 대구간송미술관이 건립될 경우 소장품 관리와 보존을 지원하는 위탁기관에 불과하다. 조직과 운영은 대구시가 직영체제를 갖춰 독자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소장문화재의 콘텐츠를 고스란히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기회도 열려 있다. 특히 국가지정 문화재는 문화재 보호법상 그 법적 근거와 지위가 수장고가 있는 지역에 해당되므로 향후 대구간송미술관이 소장할 모든 문화재는 소유권이 대구시에 귀속되는 것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각종 문화재는 그 효용가치가 가히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궁무진하다. 때문에 대구간송미술관은 오로지 대구경북을 위한 문화공간이라기보다 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은 물론 한수 이남 충청·호남권까지 아우르고 문화애호가와 관람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문화예술의 중심도시인 대구의 자존심이자 긍지로 내걸고 있는 분야는 뮤지컬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여기에 대구간송미술관의 상설전시가 곁들여진다면 시너지 효과도 충분히 거둘 수 있다. 2011년 개관한 대구시립미술관은 콘텐츠 분야에서 간송미술관과 격이 전혀 다른 방식의 운영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런 면에서 간송미술관은 대한민국 역사와 더불어 숨쉬고 있는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라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하여 앞으로 건립될 대구간송미술관은 국보·보물급 등 국가지정 문화재를 소장·전시하는 박물관인 만큼 시가 관리·감독만 할 게 아니라 고고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한 학자나 연구진 등 문화재 전문가들을 초빙해 체계적인 수장고 관리와 보존대책을 강구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도 없고 미래도 없다는 것이 역사의 준엄한 현실이다. 지금 우리는 후대가 공유할 미래의 민족문화유산으로 무엇을 남겨 줄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이야말로 미래세대에 물려줄 가장 위대한 문화유산이 아닐까?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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