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민한 시기에 독감백신 관리가 이렇게 허술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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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4   |  발행일 2020-09-24 제27면   |  수정 2020-09-24

그저께(2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었던 독감백신 무료 예방접종을 하루 앞두고 보건당국이 돌연 접종 중단을 발표하면서 국민 불만이 들끓고 있다. 매년 해오던 독감 예방접종이 하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올해 문제가 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게 국민 반응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1일 "독감 백신 무료 접종 사업을 2주간 중단한다. 백신 일부가 2~8℃를 유지해야 하는 냉장 유통 기준을 위반하고 상온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복수의 제보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백신은 22일부터 13~18세 청소년 234만 명 등을 대상으로 무료접종할 예정이었던 500만 명분이다. 정부에서 공급하는 백신 물량(1천259만 명분) 유통을 담당하는 신성약품이 500만 명분을 보건소 등에 배달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냉장 상태를 유지하지 못 하고 상온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상온 노출로 인해 백신 효능에 변화가 생겼는지,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을지 검토해 사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품질 검사는 약 2주 소요된다고 한다.

독감 백신을 2회 접종해야 하는 생후 6개월∼만 9세 미만 아동 12만여 명은 이미 지난 8일부터 1차 접종을 시작해 부모들의 걱정이 크다. '이미 주사를 맞은 아이들이 안전한 게 맞느냐'는 불안감 때문이다. 다행히 백신 접종자에 대한 이상 반응이 신고된 사례가 없고, 백신 유통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들은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을 해야 하는데 접종 기간이 6주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백신 접종 효과에 대한 불신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와 독감 유행이 겹쳐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독감 접종에 대한 국민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문제가 된 업체가 이번에 처음으로 백신유통을 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 관리·감독의 허술함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독감백신을 추가로 대량생산하는 것은 시간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500만 명분 백신에 만약 이상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정부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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