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생태환경운동가 이기송 새만금유기농단지 대표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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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09   |  발행일 2020-10-09 제35면   |  수정 2021-01-15
"그 철 가장 쉽게 잘 나는 작물이 우리 몸에 가장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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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째 유기농 생태운동가의 삶을 살아온 이가 새만금유기농단지 이기송 대표다. 유기농단지는 새만금 5공구에 설정됐는데 모두 12개 업체가 농지를 불하받았다. 그도 3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맺고 그 대열에 합류했다. 현재 여기서 유기농을 하는 데는 이 대표가 유일하다. 아직 염분제거가 다 끝나지 않은 자신의 농지 옆 농로에 앉아 소실점을 뒤로하고 한국 유기농의 성공을 기원하며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전북 군산·김제·부안, 이렇게 3개 군을 품고 있는 새만금간척지 유기농 단지. 거기에 도착했을 때 말로만 듣던 매머드 간척지의 천문학적 넓이가 어느 정도인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일망무제, 꼭 몽골 초원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결코 넓지 않은 한국인데 이런 광활한 대지가 간척사업을 통해 일궈냈다는 게 대단해 보였다. 나는 현재 우리나라의 농법이 유기농을 지향해야 하면서도 현실은 비유기농적이고 반유기농적이라는 걸 절감하고 있다. 유기농에 대한 찬반양론도 팽팽하다. 좋은 농사와 생존에 걸린 농사는 그 인식이 엄청나게 다를 수밖에 없다. 농약농사와 무농약농사가 팽팽한 갈등을 그리고 있다. 과연 어떤 유기농전문가를 만나야 한국의 유기농의 현실진단과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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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첫 유통을 시작한 동결건조분말로 만든 새만금유기농 보리순. 새만금단지 첫 농산물 가공식품이다.

생태환경운동가이기도 한 그는 합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이후 국내외에서 유기농운동과 환경운동 분야에서 30여 년째 일하고 있다. 2003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유기농 심사원 자격증을 취득한다. 2004년 유기농에 대한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정리한 책 '흔한 것이 귀한 것'(좋은땅 출간)을 펴냈다. 그리고 갈수록 유기농을 실천할 수 있는 청정한 토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걸 알고 17년 전 42만9천㎡(13만평) 넓이의 새만금간척지 유기농단지를 장기 임차한다.

그렇게 해서 찾은 전문가가 바로 농업회사법인 <주>새만금유기농단지 이기송 대표다. 유기농단지는 새만금 5공구에 설정됐는데 모두 12개 업체가 농지를 불하받았다. 그도 3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맺고 그 대열에 합류했다. 현재 여기서 유기농을 하는 데는 이 대표가 유일하다.

예전엔 바다였던 곳을 농지로 둔갑시켰으니 급선무는 토질 정상화였다. 염분제거작업을 거쳐 2018년 겨울부터 보리농사를 시작했다. 올해 거기서 유기농 보리순을 동결건조분말로 만들어 관계요로에 유통시키고 있다.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 사료용으로 지난 6월 파종해 수확기에 든 수단그라스가 무진장하게 펼쳐져 있었다. 한 축산업자를 위해 그 공간을 배려해준 것이다. 한쪽 옆 단지에선 콩이 시험재배 중이었는데 염분 때문에 생장속도 더뎌 보였다.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광활한 이곳을 멀리서 보면 천국 같지만 실제 농사를 짓는 건 지옥 같은 일이다. 그는 최소 5년 이상은 적자만 보지 말고 현상유지만 하자고 다짐한다. 이하 일문일답.

농약·화학비료 사용 안된 땅
한반도 생긴 후 줄곧 '천연'
오염시킨다는 것 안타까워

유기농과 일반농산물 영양소
유의미한 차이 없다고 해도
관행농산물과는 그 이상 차이

몇년 전 살충제 달걀 난리때
비싸도 유기농 달걀 사먹듯
유기농 소비 늘면 공급도 늘어
소비자가 농업결정·문제해결

원래 바다였던 곳…제염문제
유기물 부족해 척박한 토양
강력한 경쟁식물 제거하는데
최소 5년 이상…비용도 막대

자연은 그때 필요한 것 생산
자연생태계 공급원칙 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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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용으로 파종돼 수확을 앞두고 있는 수단글라스 속에 앉은 이기송 대표. 그는 이 순간 가장 숭고한 유기농 향기를 맡을 수 있다고 한다.

▶새만금간척지 농장이 어떻게 조성되어 현재에까지 이르게 되었는가.

"1991년 새만금간척지 사업이 시작되어 2010년 방조제공사가 완공되면서 방조제 내측에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4만100㏊ 면적이 확보되었으며 호수면적을 제외하고 2만8천300㏊의 토지를 확보했다. 이 중 9천430㏊의 농생명용지가 할당되어 총 8공구까지 아직도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에 5공구(김제시 광활면)가 처음으로 농업용지로서 조성이 완료되어 2017년 말 30년간 임대가 이루어져 저희 법인이 42만9천㎡(13만평)의 농장을 확보한 것이다."

▶척박한 간척지인 새만금간척지를 유기농단지로 선택한 특별한 동기나 목적은 뭔가.

"유기농이란 그동안 비록 수십 년 동안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해 왔을지라도 3년 이상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것을 말한다. 새만금 간척지는 3년 이상이 아니라 한반도가 생긴 이래로 농약이나 화학비료의 사용이 전혀 없이 보존된 그야말로 천연에 가까운 유기농지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고이 보존된 대단위 천연의 농지를 이제 와서 농약과 화학비료로 오염시킨다는 것은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염분이 제거되고 유기물이 보충된 토양으로 회복되기만 하면 최고의 인프라와 함께 최적의 유기농단지로서 미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이번에 여기서 시험영농재배로 유기농보리순을 제품으로 출시한 걸로 알고 있다.

"지난겨울 파종해 3개월 만에 15~20㎝ 자란 보리순을 수확했다. 더 키우면 성분의 농밀도가 저감돼 그 선에서 순만 수확하고 나머지는 갈아엎어 녹비를 만들어 버렸다. 현재 보리순은 수경재배, 하우스재배, 천연노지재배 등 3가지 방식으로 수확된다. 노지에서 재배해 봄에 수확한 보리순이 가장 자연적인 생산물이라 할 수 있을 거다."

▶유기농이 가격만 비쌀 뿐 일반농산물과 영양분석에서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유기농산물과 관행농산물이 과연 어떤 점에서 뚜렷한 차이는 뭔가.

"유기농과 일반농산물의 주요 영양소 분석을 해볼 때 특별히 유의미한 차이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 그동안 대부분의 연구결과다. 그러나 유기농산물과 관행농산물의 차이는 영양적인 측면 이상의 다른 차이가 있다."

▶예를 좀 들어달라.

"어느 겨울 자연상태로 방치한 제주도 감귤 농장의 못생긴 못난이 감귤 한 박스를 주문해 먹었다. 단단하고 아주 시고 달고 맛이 좋았다. 아껴 먹었는데 한 달이 지나도 조금 마르긴 해도 썩는 귤이 전혀 없었다. 바로 노랗게 잘 익은 이쁜이 감귤을 한 박스 주문했다. 이쁘긴 한데 신맛도 단맛도 별로 없이 싱거웠다. 몇 개 먹지도 못했는데 1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한 개도 남김없이 다 썩어버렸다. 자연의 준엄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 못난이 유기농귤은 '귀한 보약이니 한 알도 버리지 말고 잡수시라'는 의미로 썩지 않게 오래 보존시킨 것이고, 이쁜이 감귤은 '이런 건 먹어도 유익될 게 하나도 없는 쓰레기이니 얼른 버리라'란 의미로 썩혀 버리게 한 것이다. 영양학적 분석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자연이 보여주는 지극히 과학적인 설명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생산자보다 소비자의 마인드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몇 년 전 살충제 계란문제로 온 나라가 야단이었다. 얼핏 보면 양계업자들이 닭을 사육할 때 살충제를 포함한 동물약품을 사용한 것이 문제의 원인처럼 보인다. 물론 살충제를 살포했으니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것이니 살충제를 살포한 농가가 문제인 건 맞다. 그런데 왜 농가는 산란계에 살충제를 살포할 수밖에 없는가. 우리나라 하루 계란소비량은 4천300만개가 넘는다. 국민 1인당 1주당 6개가량의 계란을 먹는 셈. 이만한 수요량을 감당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현재와 같은 지옥 같은 생육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좋은 환경에서 동물약품의 사용 없이 생산한 건강한 계란이라면 동물약품으로 범벅된 30개 먹을 값으로 차라리 3배의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10개만 먹겠다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많이 나와서 그것을 많이 요구하게 되면 자연히 생산자는 당연히 좋은 시설을 갖추어서 질 좋은 계란을 생산할 것이다.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소비자들의 선택이 한국농업을 결정한다. 소비자들이 국민의 건강도 결정한다. 생산자들이 아무리 온갖 정성을 들여서 참으로 보약 같은 농산물을 애써 생산해 놓았다 할지라도 '못생겼고 작고 볼품없어 나는 싫어'라는 마인드라면 구태여 그런 보약농산물을 또 생산하려고 고집하는 농부는 없을 것이다."

▶새만금간척지 농사에서 아쉬움이 있다면 그리고 앞으로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라면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총 경작지 중 유기농면적은 약 3만㏊로서 약 1.5%. 새만금간척지에 조성되는 농업용지는 모두 9천430㏊로서 우리나라 전체 유기농면적의 약 3분의 1에 해당된다. 물론 극복해야 될 과제가 있습니다. 염기가 많은 간척지의 제염문제, 유기물이 부족한 척박한 토양, 갈대와 같은 강력한 경쟁식물의 제거입니다. 많은 시간과 경비가 투입되어야 할 문제다. 최소 5년에서 10년을 내다보아야만 한다. 한반도가 생긴 이래로 한 번의 농약이나 화학비료에도 오염되지 않은 천연의 땅으로 보존되어온 이곳을 이제 와서 농약과 화학물로 결코 오염시킬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나는 함께 손을 잡은 파트너와 함께 '오로지 유기농 (only organic)'만을 고집한다. 정상적인 지력을 회복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화학농법에 의해 오염되지 않고 잘 관리된 광활한 간척지농지에서 생산된 먹거리야말로 향후 만인의 국민에게 새로운 건강을 주게 될 금쪽같은 땅, '새만금'이 될 것이라고 희망을 품고 있다."

▶대표님만의 영농철학은 뭔가.

"자연생태계는 아주 지혜롭게도 그 지역의 사람들에게 그때의 몸에 꼭 맞는 중요하고 귀한 먹거리를 가장 많이 흔하게 생산하는데 이게 바로 자연생태계의 생산공급 원칙이다. 다시 말해 그 지역에, 그 철에 가장 손쉽게, 생산비도 가장 적게, 농약이나 화학비료의 도움이 없이도 잘 생산되는 흔한 작물이야말로 우리 몸에 가장 귀한 거다. 예를 들자면 보리순, 쑥, 질경이, 민들레, 엉겅퀴, 망초 같은 것이다. 앞으로도 이곳에서는 어려운 농사보다는 가장 흔한 것, 농사짓기가 가장 쉽고 편한 것, 농약이나 비료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그러면서도 흔하면서 귀한 농산물만을 생산하려 한다."
글·사진=이춘호 음식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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