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가씨 일본 직장생활기] (1) 주민등록증이 없었던 나라

  • 변종현
  • |
  • 입력 2020-11-09 18:14   |  수정 2022-01-17 15:39

전혜민.jpg
영남일보 인터넷판에서 '대구 아가씨 일본 직장생활기'를 연재하는 전혜민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디지털청의) 열쇠는 마이 넘버 카드. 2년 반 후에는 국민 모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다. '마이 넘버'란 일본에서 주민표(한국의 주민등록등본에 해당)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여받게 되는 열두 자리 번호다. 한마디로 일본판 주민등록번호인 셈. 일본에서는 '개인 번호'라고도 불린다. 

 

이 번호를 바탕으로 제작된 마이 넘버 카드가 바로 한국의 주민등록증 역할을 한다. 최근 마이 넘버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 일본에선 주민등록등본만 있었을 뿐, 주민등록증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었다. 한국에서 온 필자로서는 그저 이상하고 놀라울 따름이었다.

 

카드 신청은 의무가 아니지만 주민등록증의 나라에서 온 만큼 거리낌 없이 신청했다. 2018년 일본에 갓 도착해서 처음으로 본 행정업무이기도 했다. 카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꽤 수고로웠는데, 막연히 한국처럼 금방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가 애를 먹었다. 

 

2년 전 일이라 현재 절차와는 다를 수 있다. 전입 신고일로부터 3주 후면 우편으로 통지카드와 카드 교부 신청서를 받게되는데 이름, 주소, 생년월일, 성별, 개인번호만 적혀 있고 얼굴 사진이 없으므로 본인 확인에는 사용할 수 없다. 개인 번호만 증명할 수 있는 종이 카드인 셈이다. 

 

일본1.jpg
통지카드.

통지 카드에 적힌 개인 번호로 카드 교부 신청서를 작성하여 접수하면 끝. 온라인 접수도 가능하기에 스마트폰으로 접수했다. 이제 교부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는 교부 통지서를 기다리면 되는데, 약 한 달이 걸린다. 

 

1개월 3주 동안의 교부 준비가 완료되고, 드디어 교부일이 돼 구청을 방문했다. IC칩 내장 카드여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전자 증명서 설정이 필요했다. 서명용 증명서와 이용자 증명서 두 가지를 설정해야 하는데, 주민등록증 1개에 공인인증서와 카드 비밀번호가 모두 설정돼 있는 느낌이다. 입력 오류 5회 이상으로 락이 걸리면, 구청에 직접 가서 해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외국인 경우, 재류(在留)카드 갱신에 맞춰 마이 넘버 카드의 유효 기간도 갱신해야 하기 때문에 구청으로 직접 방문해야 한다. 

 

일본2.jpg
마이넘버카드 앞면.

일본3.jpg
마이넘버카드 뒷면.

나름 고생해서 카드를 만들었지만, 은행업무나 연말정산 때 개인 번호를 증명하는 것 외에는 사용한 적이 없어서 허탈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2020년 특별정액급부금(일본의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의 신청 방법이 공개되자, 카드를 만들어 놓길 잘했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특별정액급부금 온라인 신청에 마이 넘버 카드가 필수였던 것. 

 

구청에는 카드 교부 신청을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기본 대기 시간이 2시간을 훌쩍 넘겨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설상가상으로 전자 증명서의 비밀번호 재설정을 위해 찾은 사람도 함께 몰려드는 바람에 구청은 매일같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카드 교부 준비 기간도 2개월 이상이 걸리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필자 또한 비밀번호를 잊어버렸기에 재설정을 위해 구청을 방문해야 했다. 휴가까지 내 아침 일찍부터 대기한 결과, 1시간 만에 재설정을 완료할 수 있었는데 대기줄은 여전히 길었다. 

 

특별정액급부금 신청으로 마이 넘버 카드가 화제가 됐지만, 2020년 9월 현재 카드 교부율은 19.4%에 그치고 있다니 이 또한 놀랄 일이다. 현재 일본 총무성에서는 마이 넘버 카드를 활용한 포인트 환원 제도를 실시하는 등 계속해서 카드 보급에 힘쓰고 있다. 

스가 총리의 희망대로 2023년에는 카드 교부율이 100%가 될 수 있을까? 

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필자 소개
전혜민 엔지니어는 대구에서 태어나 성화여고를 졸업했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계열에 입학, '일본취업반'에서 수학했으며 2018년 2월 졸업 후 일본 '라이풀(LIFULL)'의 자회사인 '라이풀 스페이스(LIFULL SPACE)'에 입사했다. 라이풀은 몇 년 전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취업 선호도에서 1위로 뽑혔을 정도로 인기 높은 회사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Remember!

대구 경북 디아스포라

더보기

대구 경북 아픈역사의 현장

더보기

영남일보TV

더보기

  •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