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시원한 위대항병원' 노성균 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로 항문병 환자가 더 늘어난 것 같아 이들을 위해 올해까지 자체적으로 만든 좌욕기를 무료로 나눠줄 생각이다. 노 원장은 최근 지역사회 봉사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구시로부터 표창장도 받았다. 〈늘시원한 위대항병원 제공〉 |
"치질좌욕기를 무료로 마음대로 가져가세요. 단 올해까지만입니다."
좌욕을 생활화하게 되면 항문병이 줄고, 그렇게 되면 항문병 관련 환자도 줄게 된다. 그런데도 '늘시원한 위대항병원'의 노성균 원장은 줄기차게 좌욕, 그리고 그 좌욕을 편하게 하기 위해 '치질좌욕기'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노 원장은 "요즘 TV 방송 덕분에 뜻하지 않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연고만 바르면 치질이 씻은 듯이 나아지는 줄 알고 자꾸 연고처방만 해달라는 환자가 부쩍 늘었다. 또다른 한 부류는 자기는 비데를 사용해 항상 항문을 깨끗이 하는데 왜 이런 병이 걸렸는지 모르겠다. 자신은 지저분한 사람이 아니라는 항변하는 이들이 많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연고를 바를 경우 증상이 잠시 완화된다는 것이지 치질이 좋아지는 법은 없다. 수술만 미뤄질 뿐이고 언젠가 수술을 통해 제거를 해줘야지만 치료가 가능하다. 대부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치질은 여기에 해당된다"고 전했다.
좌욕 생활화로 항문병 예방, 더 나아가 초기 항문병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문제는 제대로 된 좌욕을 할 용기가 변변치 않다는 점이다. 노원장이 치질좌욕기를 직접 만든 이유도 여기 있다.
노 원장은 "어릴 적 시골 아낙네 뒷물하듯이 대야에 쪼그리고 앉아 좌욕하다가 항문에 압력이 생겨 병을 더 가중시키기도 하는 터라 좌욕기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좌욕기를 직접 한번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면서 "항문의 혈관울혈과 점막돌출이 반복되면서 점막이 상해 출혈을 일으키거나 점막이 탈출하게 되는데 이것을 강한 비데 물줄기로 쏘아선 절대 안 되는 일이며 온수좌욕을 통해 출혈을 일으키는 점막 상태를 완화시키고 염증이나 혈전을 이완시켜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노원장은 2001년도 '늘시원한 위대항병원'을 개원하면서 큰 마음을 먹었다. 대구 시민에게 좌욕기를 하나씩 공급, 집집마다 비치하게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개원하자마자 노 원장은 처음 좌욕기 3만개를 만들어 배포했고 나중에는 질을 상당히 높인 고급제품을 만들어 배포했다. 비용은 노 원장이 부담하면 해결되는 일이지만, 적절한 지급 방법을 찾지 못해 대구지역 8구·군청에 연락을 취했다. 그러자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그만큼 수요가 많았지만 비용부담이 적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그런 그가 또다시 좌욕기 무료 배포에 나서기로 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이 다 어려운 시국을 견뎌내고 있고, 이런 엄청난 스트레스 탓에 항문병 환자가 더 늘어났을 거라는 판단이 들어서다. 주위에서 또 만류했다. 코로나19로 환자가 급감하면서 병원도 어려운데 이렇게까지 퍼주는 사업을 할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올해까지 좌욕기를 원하는 환자가 병원으로 찾아오면 자체 개발한 좌욕기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요즘 의사는 돈벌이에 눈이 멀고 권위적이라는 국민적 인식을 되돌려 신뢰 받는 의사상 확립을 고민하던 차에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는 생각이 들어 행동으로 옮긴 것.
노 원장은 "의사의 의무는 환자를 진료하는 목적도 중요하지만, 환자 발생을 억제하는 것도 의사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면서 "뒤가 이상하면 인근 항문 전문병원으로 꼭 가고 좌욕기가 필요한 분은 우리 병원에 오면 무료로 나눠주겠다"고 약속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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